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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K텔레콤 정명훈 "리쌍 구도 깨고 만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인간 정명훈의 매력에 빠져 봅시다

최근 스타크래프트계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단연 KT 이영호와 화승 이제동이다. 3회 연속 MSL 결승전에서 만났고 지난 달 중국 상하이에서 결승전을 치른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결승전에서도 이영호와 이제동이 맞대결을 펼칠 정도로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 때 '택뱅리쌍'으로 묶이면서 4대천왕 구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리쌍'이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이들의 결승전을 보면서 대오각성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SK텔레콤 T1 정명훈이다. '택뱅리쌍'에 포함되지도 않고 임팩트도 크지 않은 정명훈을 들먹이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정명훈은 이영호, 이제동의 경쟁 구도를 깰 수 있는 유력한 선수임에 틀림 없다. 09-10 시즌 프로리그 정규 시즌에서 40승을 돌파했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SK텔레콤이 광안리 결승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고 빅파일 MSL 4강에서 이영호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끈질긴 면모를 보였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또 이제동과의 2009년 바투 스타리그 결승전에서도 2대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며 우승에 근접하기도 했던 그다.

10-11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일리e스포츠는 정명훈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영호와 엮였다
이영호와 이제동의 '리쌍' 구도에 대해 먼저 물었다. 연달아 결승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09-10 시즌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의 에이스는 정명훈이었기에 묻고 싶었다. 정명훈은 당연히 나올 질문이라 생각했는지 곧바로 답했다.

"부러웠죠.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제가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잖아요. 저도 2회 연속 스타리그 결승전에 가봤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만 벌써 네 번째 결승전에서 만났으니 대단한 선수들이죠. 꺾지 못한 저에 대한 자책도 했고 반성도 많이 했죠."

정명훈에게 라이벌이 있는지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라 생각했는지 또 곧바로 답했다. 이영호라고. 이동통신사 맞수인 KT 소속이어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영호를 잘 알고 있었고 오래 봐왔기에 형성된 라이벌 의식이라고 했다.
"이영호와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어요. 중학생 때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고 '바이 클랜'의 전신인 '시즈 클랜' 때부터 함께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알고 있었어요. 클랜 대항전 같은 대회가 온라인에서 자주 열렸는데 이영호는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저는 프로토스전 스페셜리스트라 불렸죠.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너희 둘은 라이벌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공교롭게도 정명훈과 이영호는 준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딴 시기나 프로게임단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시기,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가 된 시기까지도 모두 같다. 라이벌 기업인 SK텔레콤과 KT로 소속되면서 주전으로 활동하게 된 시기도 비슷하다.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으려면 커리지 매치를 통과해야 하는데 영호는 서울에서, 저는 대구에서 같은 날 열린 커리지 매치에서 1위를 차지했어요. 2006년 프로게임단에 온라인 연습생으로 발탁됐고 영호가 위메이드의 전신인 팬택에 합류했고 저는 SK텔레콤에 합류했죠. 2007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영호는 KT에 들어갔고 저는 SK텔레콤에 왔어요. 정말 비슷한 시기에 프로게이머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니까 둘다 신기해 했죠."

2007년 하반기부터 두 팀의 주전으로 활동한 것도 흡사하고 개인리그에서 결승전에 올라간 시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영호가 2008년 3월 박카스 스타리그 2008 결승전에 진출했고 정명훈은 그 해 11월에 인크루트 스타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물론 이영호가 데뷔하자마자 스타리그에서 개근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정명훈은 1년반 가량 늦었지만 로열로더로 각광을 받았다. 2009년 베트남에서 열린 제3회 실내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스타크래프트 부문 대표로 함께 나선 것도 그렇고 현재 KT와 SK텔레콤에서 없어서는 안될 테란이라는 점도 같다.

"영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라이벌로 영호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개인리그 우승 횟수에서 영호가 5개, 저는 0개이지만 올해는 꼭 따라잡을 생각입니다."


◆09-10 시즌은 성숙기
이영호가 프로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했고 소속팀을 우승까지 이끌었을 때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만약 SK텔레콤이 KT를 꺾고 우승했더라면 그 자리에는 정명훈이 오르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을 덧붙였을 때 정명훈은 웃었다. 전혀 부럽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호보다 제가 먼저 경험한 것이 있다면 프로리그 우승이에요. 08-09 시즌 화승 오즈를 꺾을 때 제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결승전 MVP에 선정됐잖아요. 팀도 우승했고요. 그런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네요. 프로리그 우승에 대해서는 선배죠."

09-10 시즌 정명훈은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08-09 시즌만 하더라도 급격히 약화된 SK텔레콤의 테란 라인을 메우기 위한 카드로 여겨졌고 결승전에서 이제동을 연파했지만 정명훈의 이름보다는 최연성 코치의 이름이 더 많이, 자주 언급됐을 만큼 정명훈은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렇지만 09-10 시즌 정명훈은 SK텔레콤에서 다승 1위를 기록했고 40승 고지를 넘어서면서 전체 다승에서 5위에 올랐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굴곡이 있었지만 결승전까지 팀을 올려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팀의 테란 주전으로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슬로우 스타터라는 팀 컬러가 저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반성도 많이 했고 리그 중후반에 컨디션을 찾았고요.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병행하는 노하우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인 40승도 완성했고요. 한층 성숙해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인간 정명훈을 말하다
정명훈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프로게이머이기에 경기로 보여주는 모습이 더 많지만 스무살 청년 정명훈의 모습은 어떨까. 인터뷰 내내 그는 질문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면서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범생 같았다.

"팬미팅을 하거나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은 저를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로 여기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정다감한 면도 있고 동료들과 어울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에요."

여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러 차례 해봤지만 본업에 방해가 될까봐 고민만 진득하게 하고 있단다.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프로게이머이기도 하고 주위에서 여자 친구가 생긴 뒤 성적이 떨어지는 사례를 봐왔기 때문이다. 이상형에 대해 묻자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착한 성격을 가진 여자라는 모범생 같은 대답을 던졌다. 구체적으로, 걸그룹 구성원의 예를 들어 달라고 했더니 곰곰이 생각한 끝에 "미쓰에이의 수지"라고 답했다. 도재욱의 영향을 받은 거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고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들어왔단다.

키는 180cm이 넘지만 마른 체격 때문에 안쓰러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 정명훈은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데일리e스포츠에 소개된 도재욱의 추석 특집 파격 노출을 보고 자극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몸매가 멋지게 나와서 보기 좋았다. 그렇지만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리그를 치르기 위한 기초 체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며 말을 돌렸다.



정명훈은 바둑에도 소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투 스타리그에 올라갔을 때 아마추어 1단이라고 소개하면서 "바둑을 둬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매력이 있는 분야이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 바둑을 둔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3년 전에 둔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진 기억이 난다"며 "프로게이머 가운데 취미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바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휴가를 어떻게 보냈냐고 물었더니 정명훈은 "야구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좋은 시기였다"고 했다. 친구의 권유로 부산 사직 야구장을 찾았다는 정명훈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열정적인 플레이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e스포츠계도 하루 빨리 성장해서 팬들이 마음껏 응원할 수 있고 게임단은 이벤트나 행사 등을 통해 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5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패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명훈의 인간 관계는 어떨까. 게임을 시작하면서 친구들과의 연락은 거의 끊어졌지만 프로게이머들과는 사이좋게 지낸다는 그의 절친은 바이 클랜 동료들이었다. 유난히 프로게이머를 많이 배출한 이 곳에서 STX 김구현, 하이트 이호준, MBC게임 박수범 등과 친분을 쌓았다는 정명훈은 MSL을 준비하면서 새로이 알게된 이스트로 박상우나 CJ 조병세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함께 모여 식사를 같이 하자는 제안도 했다.

모범생 같은 답안만 말하는 정명훈에게 기자가 직격탄을 날렸다.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었냐고 물었다. 정명훈은 심사숙고 끝에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었고 학원도 열심히 다녀서 전교 50등까지 해본 적이 있다"는 말로 모범생임을 증명했다.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는 그는 공부를 계속했으면 잘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정명훈이 바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임을 새삼 느꼈다. 목표가 분명하고 이를 위해 정진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그는 한 눈을 팔지 않을 것 같았다. 주어진 일이 아니라 맡은 일을 해내는 적극성을 가진 정명훈의 성공 시대가 10-11 시즌에 열리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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