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최근 4연패…이영호 백업 없어
지난 시즌 광안리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게임단 창단 10년만에 프로리그 우승을 거머쥔 KT 롤스터가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번 시즌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게임단 가운데 가장 먼저 4연패를 당한 팀이 아이러니하게도 09-10 시즌 우승팀이다.
KT 롤스터는 10-11 시즌에도 강팀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09-10 시즌 중에 보여준 전력이 탄탄했고 포스트 시즌, 단 한 경기였지만 결승전에서 보여준 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7전4선승제를 수없이 치르고 올라오며 단련된 SK텔레콤을 상대로 KT는 3명의 프로토스와 최고의 카드 이영호를 앞세워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09-10 시즌 중에도 그랬다. 이영호가 에이스 결정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거의 모든 경기에서 1승을 챙겼다. 시즌 최종 승수가 57승이었고 KT가 55경기를 치렀으니 평균 한 세트는 이영호가 따냈다. 그 뒤를 프로토스 우정호나 김대엽, 테란 박지수, 저그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막으면서 승리했다.
10-11 시즌 KT는 전력에 큰 변화가 없었다. 주장 김재춘과 저그의 일원이었던 배병우가 군 입대를 이유로 은퇴했지만 김성대를 이스트로에서 영입하면서 공백을 메웠다. 외견상으로는 엔트리를 꾸리고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KT는 4연패를 당하고 있을까. 진 경기를 들여다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이영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1일 삼성전자전, 8일 STX전, 10일 웅진전, 14일 하이트전 네 경기 모두 이영호는 이겼다. 개막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도재욱에게 패한 경기를 제외하고 이영호는 이번 시즌 여덟 경기에서 모두 1승씩 해냈다. 이영호의 컨디션은 언제나 그렇듯 최상이다.
문제는 이영호의 뒤를 받쳐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코어를 보면 삼성전자전 2대4, STX전 1대4, 웅진전 2대4, 하이트전 2대4로 이영호를 제외하면 두 명도 이기지 못했다. 삼성전자전 박지수, 웅진전 김대엽, 하이트전 김성대가 이영호의 뒤를 받쳤지만 KT가 이기는 데까지는 끌고 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KT는 08-09 시즌으로 돌아간 듯하다. 이영호가 혼자 열심히 이기도 다른 선수가 받쳐주면 승리, 그러지 못하면 패배하는 시절로 회귀했다.
7전제에서는 이영호 이외에도 두 명의 승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에이스 결정전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이영호가 에이스 결정전 연패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3점을 따야 그 다음 4점으로 갈 수 있는 것이 프로리그의 룰이다.
7전4선승제에서 어떻게 해야만 팀이 이기는지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각 종족별로 보면 프로토스가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고, 저그도 만만치 않지만 누구만의 탓은 아니다. KT 롤스터 전체가 이기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4연패에 빠진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엔트리 싸움에서 두 명의 이기는 카드를 초반에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영호를 어디에 배치하든지 상관 없이 KT 소속 선수들의 특성을 잘 살려서 엔트리를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프로토스전이 강한 김대엽을 '중원' 전담으로 내보내 80% 이상의 승률을 내고 테란전에 강한 김성대를 장기전이 자주 나오는 맵에 출전시켜 승률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영호를 출전시켜 에이스 결정전까지 끌고 가는 방식을 몇 차례 성공시켜야만 KT는 체질 개선을 해낼 수 있다.
현재 이지훈 감독이 엔트리를 구사하는 양상을 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이 읽힌다. 프로토스 강현우나 테란 남승현 등 그동안 프로리그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의 실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당장 지더라도, 그로 인해 팀이 연패에 빠지더라도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숙한다면 10-11 시즌 중후반에 밀고 나갈 힘이 생길 것이라는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영호가 언제까지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고 팀 자체가 패배에 익숙해지면 발판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17일 KT 롤스터는 MBC게임 히어로를 상대로 4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연패를 이어가면서 1라운드를 하위권으로 마칠지 갈림길에 선 K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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