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집마다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분야에 관련된 여성을 함께 인터뷰 하며 한복 촬영을 한지도 2년 째입니다. 2010년 설날 임요환과 서지수를 시작으로 2010년 추석 때는 도재욱과 최은애의 명절 특집 촬영을 진행했고 그때마다 명절 때 읽을 거리가 없던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곤 했죠.
그래서인지 이번 설을 앞두고 어떤 선수와 여성분을 엮어 특별 화보를 찍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데일리e스포츠 모든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지만 딱히 조합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특히 e스포츠에 여성이 워낙 없기 때문에 이번 특별 화보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 섭외였습니다. 대부분 특별 촬영은 한 달 전부터 회의를 하며 섭외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선수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택뱅리쌍’을 섭외 대상으로 올려놓는 것 자체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택뱅리쌍’의 스케줄은 개인리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살인적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사진 촬영은 명절 연휴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택뱅리쌍’ 가운데 한 선수를 섭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기자들은 백방으로 뛰며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선수들의 스케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진행하고자 ‘택뱅리쌍’의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스케줄표를 만들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세 기자는 만장일치로 이제동을 지목했습니다. 박국선과 다양한 컷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로 이제동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다들 아실 테지만 사진 기자들은 이제동의 사진 촬영이 수준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작부터 모으기 힘들었던 이제동-박국선 조합. 무뚝뚝하고 말주변이 별로 없는 이제동이었기 때문에 박국선과 사진 촬영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사진 촬영은 수월했습니다. 프로인 박국선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제동이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도 이 분야에서는 아마추어라는 것을 박국선을 보면서 느끼게 됐습니다. 시종일관 자신이 어떤 표정과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더군요. 이제동은 박국선의 리드에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이 이끌고 한 명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니 사진 촬영은 이보다 더 수월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미스코리아였기 때문일까요? 이제동은 평소와 다르게 긴장한 빛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박국선과 사복 커플샷을 찍을 때는 어색함을 떨쳐내지 못해 사진을 찍었던 박운성 기자가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단 한번도 이제동을 찍으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동이 어색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더군요. 사진 촬영 전부터 이제동은 내심 미스코리아와 촬영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습니다. 평소 자신의 키에 콤플렉스가 없었던 이제동은 이날만큼은 ‘깔창’이라는 소품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요. 시작부터 평소와 다르게 많이 긴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떨린다”며 얼굴이 빨갛게 변했던 이제동. 특히 박국선의 어깨에 손을 올리라는 주문에는 어쩔 줄 몰라 해 결국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베테랑 같던 이제동이 프로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깔창의 도움을 받아 남자의 자존심(?)을 지킨 이제동은 일명 ‘느끼는 사진’으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는데요. 쑥스러워 눈을 감았던 것이 오히려 느끼는 사진이 돼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진 덕에 사진 촬영장 분위기는 오히려 더 부드러워졌고 재미난 분위기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아마추어는 폼을 잡고 사진을 찍을 때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찍은 사진이 더 잘나오나 봅니다. 사진 촬영을 마친 이제동이 오상택 코치와 장난을 치며 찍은 사진이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게 나왔기 때문인데요. 프로와 아마추어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은 비단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듯했습니다.
박국선이 온게임넷 촬영 때문에 스튜디오를 일찍 떠나고 이제동 개인컷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박운성 기자가 사온 도넛은 이미 동이 난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동의 먹성이 좋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죠. 기자실에서 간식을 챙겨 먹던 이제동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여운 컨셉트를 마치고 니트로 갈아입고 남자다운 사진을 찍기 전 이제동은 옷이 피트된다며 갑자기 팔굽혀 펴기를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볼륨(?)있는 몸을 보여주고 싶은 이제동의 작은 몸부림이었는데요. 사진에서는 그 볼륨이 잘 보여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무사히 촬영을 마친 이제동. 한복을 난생 처음 입어봤다며 연신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제동은 수줍게 “사진 원본을 받아볼 수 있냐”고 물어 오더군요. 자신이 미스코리아와 언제 사진 찍을 일이 있겠냐며 꼭 보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힘든 스케줄 가운데에서도 좋은 사진을 만들어 준 이제동과 박국선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앞으로도 더 특별한 화보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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