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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영호가 김택용에게 패한 세 가지 이유

[핀포인트] 이영호가 김택용에게 패한 세 가지 이유
◇이영호를 상대로 승리를 확신한 김택용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10-11 시즌 결승전이 지난 9일 마무리됐습니다. KT 롤스터가 사상 첫 위너스리그 2연패에 도전했지만 SK텔레콤 T1에게 1대4로 완패하면서 왕좌를 내줬죠. SK텔레콤은 단체전의 모든 방식에서 우승한 첫 팀이 됐습니다. 심지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도 우승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이번 '핀포인트'에서는 결승전 5세트 경기를 되짚어 보려 합니다. 이영호와 김택용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맞대결을 펼치자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이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두 선수의 경기력도 좋았습니다. 김택용은 좋은 빌드 오더를 들고 나왔고 이영호도 계속 신들린 듯한 방어를 선보였습니다. 최고의 경기력을 가진 두 선수가 최고의 무대에서 대결하는 모습을 되새기면서 그날의 흥분을 함께 느껴보시죠.

◆심리적 압박감
이영호와 김택용의 경기는 사실 시소가 많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진행됐습니다. SK텔레콤의 선봉이었던 이승석이 3킬을 기록하며 KT는 어쩔 수 없이 이영호 카드를 4세트에 기용해야 했죠. 이영호가 이승석을 제압하면서 1대3로 한 세트를 따라 붙었지만 스코어가 이미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로 세 배 이상 많은 패를 기록한 5세트 '아즈텍'에서 김택용을 만났다는 사실이 이영호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SK텔레콤이 미디어데이부터 계속 이영호를 잡을 수 있는 빌드 오더를 들고 나왔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으니 이영호로서는 두 배의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KT 롤스터에서 대장이라 불리고 있고 네 번째 주자로 나서면 패하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던 '끝판왕' 이영호라 하더라도 머리 속에 복잡해질 환경이 마련된 셈이지요. 5세트까지 오더라도 2대2인 상태였다면 이영호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었죠. 1대3은 이영호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숫자였습니다.



◇이영호가 정찰을 보낸 SCV가 5시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첫 번째 불운이네요(위). 반면에 김택용의 프로브는 이영호의 본진을 한 번에 파악합니다. 배럭이 언덕 위에 존재하고 커맨드 센터를 일찌감치 지을 것이라는 것도 알아챕니다.

◆따르지 않은 정찰운
이영호는 덤덤하게 플레이했습니다. 극단적인 전략인 2팩토리를 사용할 수도 있었고 팩토리를 하나만 지은 뒤 탱크나 벌처를 뽑으면서 언덕 위의 확장을 가져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영호의 선택은 입구 지역을 서플라이 디폿과 배럭으로 막으면서 앞마당 지역에 커맨드 센터를 일찌감치 짓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배럭 더블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토스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를 확인하면서 발맞춰 대응한다면 아무리 '아즈텍'이라 하더라도 테란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은 이영호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3개의 스타팅포인트로 구성된 '아즈텍'에서 이영호는 1/2 확률을 찍는데 실패합니다. SCV를 5시 지역으로 보내면서 김택용의 체제를 전혀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야 했죠.

배럭을 지은 뒤 자원을 모으는 상황에서 이영호는 머린을 1기밖에 생산하지 않습니다. 커맨드 센터를 가져가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두 개의 확장 기지에서 채취되는 자원을 팩토리 건설과 병력 생산에 투자한 뒤 타이밍을 잡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이영호가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정찰에 성공한 김택용의 질럿이 건물을 짓고 있는 SCV를 계속 공격합니다.

그렇지만 정찰의 실패로 인해 이영호는 심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택용이 게이트웨이를 언덕 지역에 건설한 뒤 질럿을 계속 생산해 공격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첫 정찰을 보낸 SCV가 8시 지역으로 이동했다면 이영호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질럿에 의해 건물을 짓던 SCV가 수시로 잡히면서 승기를 내주고 시작했습니다.

이영호의 정찰 실패와 맞물린 김택용의 전략 선택도 매우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맵이라면 질럿을 6기나 뽑아 계속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전술이라 비난받았을테지만 공격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아즈텍'이었고 한 번의 정찰로 이영호의 체제를 모두 확인했기에 질럿 찌르기의 효율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번엔 드라군인데요. 벌처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공격을 시도합니다. 벌처가 잡히면서 이영호의 흔들기가 일차적으로 실패합니다.

여기에 이영호에게 또 하나의 불운-김택용의 실력이기도 하죠-이 따릅니다. 질럿 공격을 계속 막아낸 이영호가 팩토리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벌처 한 기를 중앙 지역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김택용의 드라군에 의해 파괴되면서 이영호의 작전은 헝클어져 버렸습니다. 벌처가 활개를 치고 마인까지 개발됐다면 김택용이 마음 놓고 드라군을 보낼 수 없겠지만 중앙 지역에 닿지도 못하고 파괴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쪽은 김택용이었습니다.

◆뒤집을 수 없던 맵 데이터
초반부터 압박을 받았지만 이영호는 예리한 타이밍에 치고 나오면서 김택용을 압박하려 했습니다. 김택용이 질럿 압박 이후 드라군을 생산하며 벌처에 대한 대비책을 꾸린 뒤 다크 템플러로 시간을 벌려 했지만 한 번의 스캔으로 두 기의 다크 템플러를 모두 잡아낸 이영호는 프로토스가 확장 기지를 가져갈 것이라 예상하고 치고 나왔죠.


◇이영호가 탱크와 벌처, 골리앗을 이끌고 큰 길목을 봉쇄하기 위해 진출합니다.

골리앗 두 기로 셔틀을 활용한 드롭 공격에 대한 방비책을 마련한 이영호는 벌처와 탱크를 이끌고 중앙 지역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인을 매설하면서 탱크를 배치했고 프로토스가 이동하기 편한 넓은 경로 지역을 서플라이 디폿으로 막아 놓으며 바리케이트까지 쳤습니다. 탱크를 넓게 배치하면서 좁은 지역의 통로까지도 사거리가 닿도록 병력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11시 언덕 위 지역에 넥서스를 짓는 김택용. 자원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김택용은 이미 10시 미네랄 확장 지역은 물론 11시 언덕 위까지 넥서스를 소환했고 프로브를 배치하며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게이트웨이는 대거 늘어나서 질럿을 한 부대씩 뽑아낼 시스템이 완비됐죠. 실제로 드라군으로 테란 병력의 전진을 언덕에서 막아낸 김택용은 아비터에 개스를 소모한 뒤 질럿만 충원했습니다.

김택용이 질럿을 뽑은 이유는 좁은 경로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죠. 이영호가 넓은 통로를 서플라이 디폿으로 막아 놓았기에 반대쪽 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영호는 내심 큰 통로로 김택용의 병력이 오길 바랐을 것입니다. 프로토스가 자신감을 앞세워 '객기'로 들이 받아줘야만 이영호가 확장 기지를 늘리고 병력을 충원할 시간을 벌기 때문입니다.



◇질럿과 아비터를 앞세워 이영호의 조이기 라인을 뚫어낸 김택용. 승리가 확정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김택용입니다. 위너스리그 우승도 확정됐죠.

이영호의 뜻대로 김택용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몇 기 되지 않는 질럿과 아비터를 동반해 좁은 길로 나선 김택용은 마인을 제거하며 포위 공격에 들어갑니다. 중앙 지역까지 질럿을 이동시켰고 띄엄띄엄 배치된 이영호의 탱크 사이로 파고 들며 자폭을 유도했죠. 아비터가 클로킹 필드를 제공하면서 이영호의 저지선은 금세 무너졌습니다.

이 공격 하나로 이영호의 패배가 확정됐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김택용이 마우스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엉덩이를 들썩인 이유이기도 하죠.

대장으로 출전했을 때 32연승을 달렸던 이영호라고 하더라도 맵이 주는 압박감과 치밀하게 작전을 전개한 김택용을 제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구현과의 박카스 스타리그 때보다 '아즈텍'에서 보여준 이영호의 플레이가 진일보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죠.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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