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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K텔레콤 도재욱 "게임은 나를 바꾼 매개체"

[피플] SK텔레콤 도재욱 "게임은 나를 바꾼 매개체"
초등학교 시절 세 차례 죽을 고비 넘겨
중학교 때 테란이었으나 프로토스로 변경
최고의 자리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 간절


SK텔레콤 T1 도재욱은 요즘 '패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데뷔 때부터 끊임 없이 쏟아지는 병력을 앞세워 경기를 이긴다고 해서 '찍기의 제왕', '괴수'라는 닉네임을 얻었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아졌다고 해서 '패왕'이라는 원치 않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9일 도재욱은 연패를 당하고 있을 때보다는 한결 밝은 모습으로 데일리e스포츠 취재진을 만났다. 최근 연승하면서 프로리그에서 5할을 회복했고 팀도 1위를 달리고 있었기에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트윗문답'을 통해 부진에서 탈출한 이유와 근황 등을 소개했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도재욱의 개인사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등을 중심으로 물었다.



◆세 번 죽을 뻔한 남자
'트윗문답'에서 50개가 넘는 질문을 소화한 뒤에 또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하자 도재욱은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멀쩡하게 살아 있지만 자칫 잘못했다면 초등학교 때 죽었을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도재욱은 초등학교 때 생명의 위기를 세 번이나 맞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던 도재욱은 공을 줍기 위해 도로로 나갔다고 교통 사고를 당했다. 달려오는 차가 도재욱을 보지 못했고 공 줍기에 신경을 팔고 있던 도재욱도 차를 보지 못했다. 차에 부딪힌 뒤 멀리 날아간 도재욱은 팔과 다리가 부러지면서 방학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이 사고로 인해 도재욱의 오른쪽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됐고 달리기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두 번째 사고는 1년 뒤에 일어났다. 시골에 내려가 물놀이를 즐기던 도재욱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한참을 떠내려 갔던 그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 바위에 걸려 더 이상 하류로 내려가지 않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났단다.

두 번의 위기를 넘긴 도재욱은 세 번째 대형 사고와 맞닥뜨리게 된다. 세 번째 사고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눈을 잃을 뻔한 사고였다. 새 신발을 샀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도재욱은 언덕에서 미끌어져 내려갔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좋다고 알려진 신발이었기에 도전했지만 가속이 붙는 바람에 구르기 시작했고 큰 바위에 얼굴이 부딪혔다. 눈썹이 부딪혔기에 다행이지 3cm만 아래 쪽에 부딪혔다면 눈이 다칠 뻔한 큰 부상이었다.

세 번의 위기를 넘긴 도재욱은 "활달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세 번의 위기를 맞으면서 밖에서 노는 일을 싫어하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기에 지금처럼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하늘이 내려준 생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테란에서 프로토스로 종족 바꾼 사연
대형 사고를 세 번이나 당한 도재욱은 중학교 1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된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만난 도재욱은 밤 늦을 때까지 싱글 플레이를 즐기다가 돌아갔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없는데 친구 집에서 접한 뒤에 머리 속에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부모님을 졸라서 사달라고 했고 1주일 뒤에 PC를 구입했죠. 스타크래프트가 기본으로 들어 있더라고요."

처음으로 접한 종족이 테란이어서인지 도재욱은 테란이 마음에 들었다. 1주일 동안 연구한 끝에 싱글 플레이를 마스터한 도재욱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토스를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당시에는 업그레이드해서 진출하는 전략보다는 프로토스의 입구를 조이면서 이기는 방법이 유행했는데 조이면 뚫리고 뚫리면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프로토스로 종족을 바꿨지요."

프로토스로 전향한 도재욱은 테란에게는 절대로 지지 말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단다. 그래서인지 도재욱은 프로게이머가 된 뒤에도 테란전 승률이 다른 종족전에 비해서 매우 높다. 종족을 바꾸게 된 초심을 아직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입단 자체가 드라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는 SK텔레콤이 2006년 시도한 연습생 선발전이다. 고인규와 윤종민 등이 경력을 쌓아가며 연습생에서 주전으로 도약하자 SK텔레콤은 원활한 선수 수급을 위해 2군을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1024명을 선착순으로 지원받고 이 가운데 상위 입상한 4명을 연습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재욱은 이 소식을 늦게 들으면서 출전하지 못할 상황을 맞았다. 그렇지만 배틀넷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자신의 출전권을 포기하고 도재욱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성보승이라는 형이었는데 자기보다는 제가 출전하는 것이 상위 입상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며 자리를 내줬어요. 그 형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2위를 차지했지요. 그 분에게 밥을 산다고 약속해 놓고 지금까지도 못 샀네요. 유학간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서든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꼭 연락 주세요."

1024강에서 살아 남은 선수들은 현재 SK텔레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당시 1위가 저그 이승석이었고 2위가 도재욱, 4강 안에 들었던 선수가 테란 정명훈이었다. 4명 가운데 세 명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었으니 선발전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선발전에서 상위 입상하고 나서 연습생으로 팀에 들어왔는데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박태민 등 쟁쟁한 선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거에요. TV에서만 보던 스타플레이어들을 보면서 정말 들어오길 잘했다, 나도 대스타가 되어야지라고 마음 먹었어요."



◆게임은 청년 도재욱을 바꾼 매개체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도재욱은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했다. 보통 같은 삶과 보통 같은 경험, 보통 사람들과 같은 단계를 밟으며 군에서 제대한 이후 취직 걱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란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를 택하면서 도재욱의 인생은 크게 변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꽤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고 부모님께도 재정적인 후원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또 대회나 방송에 얼굴을 비치면서 팬이 생기고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평범한 20대 초반의 청년이 겪지 못할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선택하면서 어린 나이에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 같아요. 합숙을 통해 단체 생활을 알게 됐고 선후배간의 돈독한 정도 느꼈고요. 돈을 벌면서 돈의 필요성과 무서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방송에도 나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워요.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에 생겨난 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셧다운제 등의 규제책이 생기고 있는 것에 대해 도재욱은 "e스포츠를 아는 분들이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말했다.

RPG 등의 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임의 중독성이나 과몰입성 등이 프로게이머로 대표되는 e스포츠의 분야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e스포츠는 스포츠에 가까운 영역이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도재욱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잖아요. 라이벌이 존재하고 상대 전적이 있고,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e스포츠계에 종사하는 프로게이머들은 이러한 드라마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중독자로 보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재욱이 이런 마인드를 갖게 된 데에는 SK텔레콤에 입단한 이후 선배들의 영향이 컸다. 게이머를 하겠다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 큰 가르침이 됐다. 특히 임요환의 모범적인 생활은 도재욱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계기였다.

"e스포츠라고 하면 임요환이었잖아요. 그런 선배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 정도 인지도를 얻었으면 굳이 게임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정말 죽어라 하더라고요. 항상 연구하고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가 가져야할 승부욕에 대해 배웠죠. 그리고 팬을 만날 때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도 본보기였어요."



◆정명훈 보며 노력 부족 절감
SK텔레콤이 1024강을 통해 선발한 4명 가운데 세 명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설명은 앞서 한 바 있다. 도재욱은 세 명 가운데 가장 먼저 개인리그 결승전에 올랐고 주목을 받았다.

2008년 EVER 스타리그 결승전까지 오른 도재욱은 박성준에게 0대3으로 완패했다. 도재욱은 이 때 당시 아쉬움이 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승전에 한 번 올라올 정도의 실력을 갖췄으니 조만간 다시 진출할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이후 계속 탈락했다. 특히 MSL은 예선 무대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남겼다.

"마인드가 잘못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일찍 최고의 무대에 올라서 그런지 자만심과 방심으로 가득 차 있었죠. 만약 우승을 했다면 주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방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준우승에 머물면서 슬럼프가 길어진 것 같습니다."

도재욱은 입단 동기인 정명훈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 놓았다. 두 차례의 스타리그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는 노력을 통해 박카스 스타리그 2010에서 우승을 해낸 정명훈은 도재욱에게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저는 한 번의 준우승 이후에 무너졌지만 정명훈은 두 번의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일궈냈잖아요. 꾸준히 노력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정명훈을 보면서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정명훈 정도 노력하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도재욱은 의문 부호로 의견을 표했다. 마침표나 느낌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도재욱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2년 여의 슬럼프를 이겨낸다면 단단한 땅을 발판 삼아 더욱 높은 자리로 뛰어 오를 도재욱을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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