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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MBC게임 염보성 "메시와 볼 차고 싶다"

앙팡 테리블에서 염선생 거쳐 '염메시'라 불릴 정도로 메시팬
프로게이머 은퇴 후 스페인 여행하고파
경쟁 체제 즐긴 뒤 '좋은 아빠' 되는 것이 꿈


MBC게임 히어로 염보성의 별명은 여러가지다. 데뷔 초창기에는 겁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고 해서 '앙팡 테리블'이라 불렸고 '스타 브레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후배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염선생'이라 불렸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를 좋아한다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염메시'라고 불린다.

프로게이머 7년째에 돌입하는 염보성의 미래는 무얼까.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염보성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치고 나면 스페인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메시의 플레이을 직접 관전하고 싶고 더더욱 기회가 된다면 함께 메시와 축구 시합을 뛰는 것이 꿈이다"라고 밝혔다.

힘들고 지칠 때면 메시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며 기를 받는다는 염보성을 만났다.

◆아름다운 초창기
염보성은 초등학고 5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다. 당시 시대를 주름잡는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의 플레이를 보며 감동을 받은 염보성은 직접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팬들에게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염보성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법을 알게됐고 어머니에게 손 벌리기 싫다는 생각에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용돈을 직접 벌었다.

"중학교에 다닐 때 온갖 대회에 다 신청을 했어요.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제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겸, 상위 입상하면 상금도 탈 겸 여러 대회를 다녔지요. POS(MBC게임 히어로의 전신) 연습생 테스트도 그렇게 지원했어요. 말 그대로 실력 테스트였죠."

염보성은 하태기 감독과 서형석 코치의 눈에 들어 선발됐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을 일찌감치 선발해 성인이 될 쯤 기량을 꽃피우는 것이 선수나 e스포츠계나 미래를 위해 좋겠다고 판단한 POS는 일찌감치 유소년 팀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5년 초 처음으로 선발된 염보성을 비롯해 김택용, 이재호 등이 그 첫 발이었다.

"2006년 제가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어야 할 나이에 MBC게임과 손을 잡고 히어로 팀이 창단됐어요. 저는 진학을 포기하고 게임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고 창단된 이후 연습실을 새로 꾸몄다고 해서 서래마을에 가봤는데 궁궐이었어요. 정말 좋았죠. 이 곳에 정착하고 성적만 잘 내면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로 대우를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염보성과 선후배들이 힘을 합치니 MBC게임 히어로는 창단 첫 해 후기리그 우승과 통합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아름다운 성과를 냈다. 말 그대로 '창단 효과'를 발휘한 것. 염보성은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우승의 주역으로 입지를 다졌다.

◆염보성은 회사원?!
프로리그에서 염보성의 활약은 말 그래도 최고였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붙인 별명이 '프로리그의 사나이'였겠는가. MBC게임이 해마다 핵심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과정에서도 MBC게임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갈 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염보성의 존재 때문이다. 실제로 MBC게임이 통합 챔피언으로 등극한 뒤 박성준이 웨이버로 공시되며 팀을 떠났고 2008년 김택용이 SK텔레콤으로 이적하는 등 전력 누수가 발생했지만 염보성은 이재호와 함께 든든히 팀을 지켰다. 그러나 2011년 이재호마저 웅진으로 팀을 옮기면서 염보성의 어깨는 축 처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팀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알고 있죠. 불만은 없습니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잘하는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면서 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라는 메이저리그 야구 팀은 '머니볼'이라는 책도 쓸 정도로 독특한 운영 방침을 따르고 있잖아요. 저희 팀도 그런 류의 팀이라고 생각해요."

염보성이 프로리그에서만 두각을 나타내자 일부 팬들은 '회사원'이라고 불렀다. 회사에서 돈을 주기 때문에 회사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프로리그에서만 잘한다는 비아냥이다. 스타리그와 MSL 등 개인리그에서 부진한 것도 한 몫을 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중에 하나라도 잘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게 어디에요. 둘 다 못하면 회사에서도 쫓겨나지 않겠어요? 하하하."

웃음 짓고는 있지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속이 쓰리긴 쓰린가보다.

"요즘 굉장히 자극을 받고 있어요. 스타리그는 SK텔레콤 정명훈이 우승했고 MSL은 KT 이영호가 우승했잖아요. 두 선수의 결승전을 지켜 보면서 마음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테란 종족을 가진 선수들이 우승하면서 생긴 증상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승부욕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개인리그 시즌에서는 큰 것 하나 터뜨릴 것이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팬 있는 회사원 보셨어요?
염보성은 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남자들의 사이에서만 생활해서 그런지 주로 여성인 팬들을 보면 쭈뼛쭈뼛한 자세를 견지한다. 염보성에게 팬은 어떤 존재일까.

"팬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조지명식에 나서면 '이번에는 조용히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현장을 가득 채운 팬들을 보면 스스로 나서게 돼요. 프로게이머가 팬들이 주는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일이 세리머니와 승리 뿐이잖아요."

염보성은 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회사원'이라는 단어를 들어 설명했다. "회사에 충실히 일을 하는 회사원에게 선물을 주고 환호해주고 걱정해주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런데 e스포츠 팬들은 회사원인 제게 선물을 주시고, 환호해주시고, 염려를 해주세요. 감사한 존재죠. 제 이름 석자를 사인이랍시고 해드려도 정말 고맙다고 받아주시는 분들에게 저는 최고의 경기로 보답해드릴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42승이나 따냈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는 염보성은 이번 시즌 개인리그를 노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인에 가고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리그에서 활동한 염보성은 아직 e스포츠계에서 할 일이 많다. 은퇴를 생각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막연하게 먼 미래를 그려본 적은 있다. 염보성의 꿈은 '좋은 아빠'다.

"주위에 장가가신 분들이 좋은 아빠가 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정도 재력을 가져야 하고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며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도 많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먼 미래의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염보성은 일단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게 된다면 스페인으로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 실현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스페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다. 그에게 스페인이라는, 정확하게 말하면 바르셀로나라는 지역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힌 이유는 축구 때문이다.

"호나우디뉴를 좋아했어요.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맞았죠. 한참 빠져서 살고 있는데 메시라는 신예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키가 작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펼치는 플레이는 대단했어요. 곧바로 응원하는 선수를 메시로 바꿨어요. 메시가 주는 신비함에 빠져 살고 있죠."

메시에게 꽂힌 염보성은 스페인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축구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도 알게 됐고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마음 속에 스페인에 대한 동경심이 자리 잡았다.

"손미나 전 아나운서가 스페인에 대한 여행기를 썼어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여행을 다닐 시간 없었던 제게 스페인에 대한 애틋함을 심어줬죠. 언젠가는 떠날 거에요. 스페인에서 어학 연수를 마치고 기회가 되면 바르셀로나의 축구 경기도 현장에서 볼 거에요."

'트윗문답'에 한 외국인 팬이 이렇게 물었다. '염보성에게 프로축구 선수로 뛸 자격이 주어진다면 프로축구 선수로 전향할 생각이 있느냐'고. 염보성의 대답은 간단했다.

"5부리그라도 좋으니 축구 선수 시켜주세요. 그리고 하나의 바람이 더 있다면 메시와 경기할 수 있게도 해주세요."

◆경쟁을 즐기다
15살 때부터 e스포츠계에 투신한 염보성은 지칠만도 했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어려운 팀 사정도 이해했고 떠나간 동료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에는 겁 없이 덤볐어요. 활발하게 살았고 제약 받는 것을 싫어했죠. 그런 점이 승부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 통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잃을 것이 생기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드니까 소심해지더라고요."

염보성은 서경종과 함께 생활하며 긍정의 힘을 확인했다. 승보다 패가 많았지만 서경종은 언제나 밝았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주연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를 주연으로 만드는 힘을 보여줬다. 염보성은 서경종을 지켜보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 사회는 경쟁 그 자체잖아요. 제가 속해 있는 e스포츠계도 1승 차이로 포스트 시즌에 못 나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요. 그 속에서 7년 동안 있다 보니 몸에 경쟁이라는 피가 흐르고 있어요. 승부에 일희일비하고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화가 나죠. 그렇지만 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서경종을 통해 배우고 있어요."

염보성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경쟁을 즐길 생각이다.

은퇴하고 나면 완전히 '마인드오프'해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 삶을 스페인에서 사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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