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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K텔레콤 어윤수 "외고도 포기하고 택한 스타"

[피플] SK텔레콤 어윤수 "외고도 포기하고 택한 스타"
셀리브리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자신이 성공한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명문대의 일반적인 학과에 가기 보다 특화된 분야를 택하고 그 안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흔한 예다. 모두가 인정하는 길을 걷기 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자아가 원하는 곳을 찾아 혼신의 힘을 다해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자기의 선택을 성공으로 이어가는 인간의 의지와 도전은 우려의 시선을 단지 기우로 만들어 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SK텔레콤 T1 어윤수도 이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으로 진출한 스타리그에서 4강까지 올랐고 9일 삼성전자 칸 허영무와 결승전 티켓을 놓고 5전3선승제 승부를 펼치는 어윤수는 남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엄친아'의 길을 과감히 던져 버리고 e스포츠에 투신한 경우다.

◆'자라'라는 별명
어윤수와 인터뷰를 하다가 별명을 물었더니 '자라'였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들이 밤 늦게까지 게임을 즐기다가 학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수업 시간에 많이 졸아서 그런 별명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 어윤수는 어떻게 대딥해야 하나 고민하더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친구들이 인정하는 모범생이었어요"라며 기자의 일반화된 시선을 부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 목을 길게 빼고 칠판을 바라보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거북이과의 자라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라고. 잠을 많이 자서 또 자냐 또는 그냥 자라라는 동사형의 자라가 아니라 수업을 열심히 듣는 모습을 형용하기 위한 명사인 자라라는 설명이다.

[피플] SK텔레콤 어윤수 "외고도 포기하고 택한 스타"


◆전교 4등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길래 친구들이 '자라'라는 별명을 붙였는지 호기심이 든 기자는 짓궂게 물었다. 학교 다닐 때 몇 등이나 했냐고. 기껏해야 "초등학교 때 반에서 5등 안에 들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았기에 물은 것이다. '그 정도 등수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씩은 해본 것 아니겠는가'라는 개그맨 최효종의 말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윤수의 대답은 "4등"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반에서 4등은 기자도 해본 적이 있다. "반에서?"라고 물으니 얼굴이 붉어지며 "전교에서요"라고 답했다. "초등학교 때에도 전교 순위 매기나?"라고 되물었더니 "중학교 때였는데요"라며 더 붉어졌다. "고향이 지방이었나"라고 꼬치꼬치 캐물으니 "서울에서 중학교 나왔습니다"라며 당당히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전교 4등을 할 정도면 어윤수는 정말 공부를 잘했던 소년이었다.

◆외고 탈락 후 택한 게이머의 길
어윤수의 대답은 기존에 갖고 있던 기자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고착화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꾸준히 성적을 유지했다면 소위 말하는 '인서울(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일)'은 가능했을텐데 왜 미래가 불투명한 게이머를 택했을까라는 의문이 새록새록 들었다.

"서울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 시험을 봤어요. 정확하게는 서울외고의 영문과에 지원서를 넣었죠. 그런데 떨어졌어요. 영어 공부가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일반 고등학교를 가야하는 상황이 됐고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을 바에는 독특하게 성공하고 싶었어요. 때 마침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공부와는 정반대의 길에 도전장을 던졌죠."

아들이 남들이 다 걷는 길로 걸어도 승산이 있는 싸움을 할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검증이 된 상황에서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가장 속을 태우는 사람은 부모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군에 다녀온 뒤 스펙을 갖춰 버젖이 취직하고 가정을 갖는 일반화된 길이 있는데 이를 두고 에둘러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아들에게 어윤수의 부모님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아들의 의지가 굳건한 것을 보고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단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후회할 것이라면 애초에 시도하지 말아라. 네가 선택한 길이니 끝을 봐야 한다"라고.

[피플] SK텔레콤 어윤수 "외고도 포기하고 택한 스타"


◆스타리그 4강이 첫 걸음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한 뒤 어윤수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데뷔 첫 해에도 그랬고 두 번째 해인 10-11 시즌에도 시작은 미약했다. 1, 2라운드에서 5연승을 기록하면서 "SK텔레콤의 약점인 저그 라인에 혜성처럼 등장한 구세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위너스리그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5, 6라운드에서 어윤수가 거둔 성적을 13승2패. 이 기간의 전적만 놓고 보면 화승의 이제동보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비록 10-11 시즌 결승전에서 패하면서 퇴색되긴 했지만 어윤수는 분명히 상승세를 탔다.

프로리그에서의 활약은 개인리그로도 이어졌다. 스타리그와 MSL 본선에 모두 올라간 어윤수는 스타리그에서 팀킬 매치업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 화승 박준오와의 8강에서도 첫 세트를 내줬다가 두 세트를 내리 따내면서-2세트는 박준오가 실격패를 당하면서 어부지리의 성격이 강하기도 했지만-4강에 올랐다.

허영무와의 4강전을 앞두고 어윤수는 "내 인생에 있어 큰 이정표가 될 경기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프로게이머를 택한 이후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했던 어윤수에게 개인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가 덧붙여진다면 이후에 탄력을 받는 발판이 될 것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어윤수는 "로열로더라는 타이틀도 탐이 나지만 일단 결승전에 올라가고 싶다.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택한 이후 지금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세를 몰아 SK텔레콤 T1 선수들 간의 결승전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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