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김구현 "공군 지원, 변화가 필요했어요"

"프로토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프로토스 선수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공군 에이스 송동균 감독은 프로토스 선수들을 절실히 원했다. 박영민의 제대로 프로토스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화에서 프로토스 선수를 더 이상 선발하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전력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선수를 모집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송 감독이 프로토스 선수에 대한 목마름을 토로할 무렵 한 선수가 고민에 빠졌다. 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던 프로토스 선수가 이상하게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실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방송 경기에서는 제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더욱 답답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그 선수는 공군 에이스 지원을 결심했다. 그동안 케스파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 에이스가 공군에 지원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송동균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것도 지원한 선수가 공군에 꼭 필요한 프로토스였기 때문이었다.

개인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STX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구현. 지난 10-11 시즌 중반부터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지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오랜 고심 끝에 김구현은 공군 에이스를 지원하게 됐다.

과연 그에게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구현이 털어놓은 솔직한 고백을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자.

◆"이유 없는 부진, 답답했죠"
이상했다. 분명 연습도 이전과 다름 없이 열심히 했고 생활도 충실했다.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긴 것도 아니었고 고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 경기에서 연패를 거듭했고 패가 쌓이다 보니 오히려 고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여자친구가 생겼다거나 게임이 지겨워 지기 시작했다면 고민이 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아무런 이유가 없었거든요. 갑작스럽게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힘들었어요. 고민이 없다가 갑자기 고민이 생겨버린 거죠."

김구현은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고민들이 더욱 김구현을 힘들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연습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악순환이 반복됐다. 김구현은 답답한 마음에 무당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프로게이머는 누구나 갑자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직장인들도 유독 일이 잘 안 되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데 프로게이머는 이런 시기가 있으면 정말 치명적이에요. 빨리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거든요."

김구현은 이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공군행을 고민했다. 아무런 압박과 고민 없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
STX는 대우가 좋기로 유명하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STX 소속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김구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구현은 오히려 그런 환경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팀에서 대우도 잘해주고 모든 일상이 나쁜 일 없이 돌아가다 보니 오히려 내가 나태해진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환경의 변화더라고요."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김구현이 공군행을 택한 이유는 하나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계속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 마음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월급 한푼 받지 못해도 게임을 하면서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리고 그때가 가장 즐거웠고요. 초심을 잃은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초심을 찾는 일이었거든요."

김구현은 공군 에이스가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적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승부에 임할 수 있는 곳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열정 가득한 초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빨리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요.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누군가와 자웅을 겨루는 일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것 같아요. 순수한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지 할 것 같아요."

◆"가장 두려운 것은 삭발"
김구현에게 가장 지루한 시간이 남았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9월 말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 주는 마음을 졸이고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김구현이 선발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공군은 절대로 네임벨류가 높다고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 테스트를 따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꼭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프로게이머 인생을 걸고 공군 에이스를 지원했는데 탈락하게 되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합격자 발표날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어요. 탈락하게 된다 해도 빨리 발표했으면 좋겠어요."

빨리 합격해 공군 에이스로 입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편으로 김구현은 두려운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팬들에게 삭발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소위 ‘머리발’ 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원빈이나 장동건처럼 태생이 잘생기지 않으면 웬만한 남자는 삭발을 하면 외모가 흉하게 변한다.


"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삭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사실 두렵긴 해요(웃음). 모든 남자들이 같을 것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저는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잖아요. 삭발한 제 모습은 상상만 해도 사실 끔찍해요(웃음)."

◆"모든 준비는 끝났다!"
김구현이 공군 에이스에 입대하게 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군이 만만치 않은 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현재 팀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들도 빠르게 군 복무를 마치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솔직히 저 하나 간다고 공군이 갑자기 강력해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공군은 원래 강한 팀이니까요. 지난 시즌 공군의 저력은 이미 보셔서 아시잖아요. 이미 비상을 시작한 공군 에이스에 조금의 힘을 보태는 수준이 되겠죠. 하지만 그렇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된다면 정말 보람되지 않을까요?"

김구현은 공군에 입대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공군 에이스 전투기가 프로리그 결승전 상공을 수놓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김구현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든 사람들과 함께 신나게 기적을 이루고 싶어요. 솔직히 공군 선수들 가운데 친분이 두터운 선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들과 함께라면 기적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해요. 빨리 그 속에 들어가 공군 에이스라는 비행기에 연료를 공급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훨훨 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까요?"

더 높게 날기 위해 돈보다 초심을 선택한 김구현. 공군 에이스에서 그를 태운 비행기가 가장 멀리 높게 날게 되기를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T store와 함께 더 스마트한 생활(www.tstor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