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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CJ 진영화 "느리지만 목표는 이룬다"

[피플] CJ 진영화 "느리지만 목표는 이룬다"
손놀림 가장 느린 프로게이머
고비마다 탈락하며 존재감 없어
"11-12 시즌 달라진 진영화 기대"


CJ 엔투스 진영화의 외모를 보면 예리함을 찾을 수 없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눈이나 코도 선하게 생겼다. 도톰한 입술을 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둔한 느낌을 받는다.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속이 터진다. 손놀림이 느리다. 속어를 써서 표현하자면 느려 터졌다. 손놀림은 느리고 외모는 둔해 보이는 진영화는 실제로도 느리고 둔하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할 말은 또박또박 다 한다. 가끔 터지는 유모어도 상당한 수준이다. 느릿느릿 할 말은 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인터넷하니?
진영화는 손놀림이 느리다.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APM(Action Per minute분당 활동량)이 300을 넘어 400에 육박하는 요즘 시대에 진영화의 APM은 최대 230이다. 프로게이머를 오래 하다 보니 빨라져서 이 정도다. 처음 입단했을 때에는 200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2군 자격으로 CJ에 입단했을 때 손놀림이 느려 엄청나게 혼났어요. 2군 규율이 엄격했는데요. 연습 시간에 인터넷을 하다가 걸리면 엄청나게 혼나고 짐을 싸서 집에 내려가야 했어요. 하루는 내부 평가전을 하고 있는데 조규남 감독님이 2군 선수들을 격려하러 오셨어요. 그러다가 저를 보시더니 고성을 지르시면서 달려 오시더라고요. 너는 왜 연습 시간에 웹 서핑을 하냐고 뭐라 하시더라고요. 막상 화면을 보시더니 연습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시더니 잠시만 비켜보라시더라고요. 알트와 탭을 누르면서 PC를 다 확인하면서 오해가 풀렸죠. 익스플로러 같은 것이 하나도 안 켜져 있고 스타크래프트만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전말은 이랬다. 다른 선수들은 빨리 조작하기 위해 마우스나 키보드를 세게 두드리고 화면이 정신 없이 바뀌지만 진영화는 느릿느릿 게임을 하기 때문에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마우스도 눌러야 할 때만 누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평온하다. 멀리서 이를 본 조규남 전 CJ 감독이 오해를 한 것이다.

"오해하실만해요. 저는 느리거든요. 인터넷 서핑하는 속도나 스타크래프트하는 속도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래도 경기에서 이기잖아요. 손이 빠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명령을 필요에 따라 내리는 것이 중요하죠."


◆잊혀진 존재
진영화는 CJ가 탄생시킨 2군 신화 가운데 한 명이다. 저그 김정우, 테란 조병세와 함께 2군 숙소를 운영하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트로이카'에 속한다. 2군에서 에이스로 뛰어 올랐지만 진영화의 인지도는 가장 낮다. 조병세가 08-09 시즌 위너스리그 결승전에서 화승 오즈를 상대로 역올킬을 달성하며 가장 먼저 떴고 김정우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에서 이영호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진영화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9년 EVER 스타리그 결승에서 이영호를 만났지만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고 프로리그에서도 다승 5위 안에 들어간 적이 없어 인정받지 못했다.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할 때마다 무너졌어요. 기회는 찾아왔는데 제대로 잡지 못했죠. EVER 스타리그 2009 결승전에서 우승에 도전했지만 졌죠. 그 때는 질 줄 알았어요. 프로리그와 병행하느라 지쳐 있었죠. 그런데 막상 지고 나니까 아쉽더라고요. 그러면서 의욕을 잃었고 기량이 하락했죠."

10-11 시즌 진영화는 승자연속방식으로 진행된 위너스리그에서 올킬을 기록하면서 살아났다. 이경민, 장윤철 등과 함께 CJ 프로토스 라인을 중흥시키면서 5라운드 프로토스 종족 1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진영화의 활약에 힘입어 CJ는 프로리그를 2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인지도를 급상승시킬 수 있는 시점에서 진영화는 또 무너졌다. 이번에는 역적이 됐다.

"KT와의 경기에서 두 번 모두 저그를 만났어요. 김성대, 고강민과 경기를 했죠. 저그전에는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경기 모두 졌어요. 팀도 0대2로 패했고 결승전 티켓을 KT에게 내줬죠. 커뮤니티 게시판을 봤는데 CJ 역적이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또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구나'라며 가슴이 무너졌죠."

[피플] CJ 진영화 "느리지만 목표는 이룬다"

◆우여곡절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
진영화의 인생은 우여곡절로 점철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이사를 다녔던 탓에 친구가 거의 없다. 부모님이 직장 생활을 하셨고 지방 근무가 많아 대전과 서울, 일산 등으로 해마다 이사를 가야 했다. 친구를 만들었다 싶으면 또 이삿짐을 싸야 했고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녔다.

"이사를 다니면서도 깨달음을 얻었어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느리지만 차분하게 살다 보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 속에 꼭 담아 놓고만 있다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거에요. 서울과 대전을 세 번인가 왔다갔다했는데 결국에는 대전에 정착했어요. 이전에 알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죠. 중학교 이후로는 이사를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 친구들과는 관포지교를 맺고 있죠."

EVER 스타리그 준우승과 10-11 시즌 막판 부진에 대해서도 진영화는 언젠가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라고 여기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었음에는 분명하지만 이런 일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11-12 시즌 진영화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제게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거든요. CJ 엔투스에서 제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요.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시점이고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져 있죠. 나아가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아픔은 잊고 좋은 결론이 나도록 이끌어가야죠."

11-12 시즌을 앞두고 진영화는 큰 각오를 세웠다. 프로게이머 생활 5년째에 접어들면서 우승 타이틀 하나 없는 선수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허영무의 스타리그 우승을 보면서, KT 롤스터의 드라마틱한 프로리그 석권 장면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다.


"저 무대의 주인공이 진영화였다면, CJ 엔투스였다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죠. 스트레스는 아니에요.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희열 같은 것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라 해두죠. 그 희열을 위해 하얗게 불태울 겁니다."

프로게이머로서 느릿느릿한 걸음을 5년 동안 꾸준하게 걸어온 진영화가 11-12 시즌 만들어낼 명확한 희열의 순간을 지켜보자.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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