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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WCG, 부산에서 부스터 장착하길

"김치의 매운 맛을 보여줘야죠! 치즈에게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자극적인 멘트다. WCG 2011 한국 대표 선발전의 메인 캐스터를 맡은 온게임넷 전용준의 대사였다. 지난 11월 한국 대표 선발전이 치러지는 내내 전 캐스터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김치의 매운 맛을 역설했다. 세계의 고수 게이머들과 승부를 겨루는 한국 게이머들의 선전을 당부하는 말이다.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 광역시 벡스코에서는 전 캐스터가 목 터지도록 외쳤던 김치와 치즈의 대결인 WCG 2011 그랜드 파이널이 열린다. 2000년 WCG 챌린지라는 대회를 통해 막을 올렸고 2000년부터 그랜드 파이널을 치르면서 1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WCG의 2011년 마지막 무대가 부산에서 진행된다.

이번 WCG는 내외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외적으로 종합형 e스포츠 대회가 상당히 축소됐다. 한 때 10개에 육박했던 다종목 e스포츠 대회는 한국에서 주최하는 대회만 명맥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IeSF, IEF 등이 3~4개의 정식 종목을 바탕으로 대회를 치렀지만 WCG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또 참가하는 나라 수에 있어서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 대회들이 많이 생겨 났다고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만으로 이뤄지는 대회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에서 60여 개국 이상, 5개 이상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는 WCG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WCG를 주관하는 월드사이버게임즈가 올초 대규모 감축에 들어가면서 대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WCG 챌린지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스타크래프트가 스타크래프트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국내 팬들의 원성도 일었다. 또 한국에서는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이 발생하며 e스포츠의 열기가 수그러들었다는 평이 나왔고 화승, MBC게임, 위메이드 등 프로게임단 또한 해체되면서 좋지 않은 이슈가 일어났다. 또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만들어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졌다.

국내외로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WCG는 8년만에 고국인 한국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국내 업계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며 e스포츠라는 씨앗을 뿌린 WCG가 돌아오자 회사가 어렵고, e스포츠계가 어려워지니 돌아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졌다.

지난 3월 WCG 이수은 신임 대표와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e스포츠 업계에 떠도는 소문을 들었다는 이 대표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사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새로운 WCG의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금의환향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또 다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싶은 동력을 한국에서 얻고 가고 싶다고 했다.

WCG는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한국의 e스포츠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를 케이블 게임 채널 가운데 하나인 온게임넷을 통해 중계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면서 격차를 좁혔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2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던 관계자들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국산 FPS 게임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셜포스와 중국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크로스파이어를 정식 종목으로 택했다. 이전까지 외산 게임 중심으로 종목을 선정하면서 국내 게임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를 포함시키면서 국내외 팬들의 주목을 받을 채비를 갖췄다.

하나 더 주목할 만한 사항은 국내 프로리그와의 연계 프로그램이다. 스타크래프트,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WCG가 열리는 기간 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하면서 지방 팬들을 유인하고 한국e스포츠협회를 비롯한 프로게임단들의 경기를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서 온 게이머들에게 한국의 프로게이머들, e스포츠 시스템, 응원 열기 등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의 e스포츠가 진정 하나가 되는 무대를 WCG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8년만에 돌아온 WCG의 행보를 보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적으로 e스포츠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물 간 콘텐츠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지만 WCG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WCG 그랜드 파이널을 통해 가능성이 현실이 되도록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WCG가 힘을 받으려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아무리 좋은 무대를 만들더라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성공했다고 평하는 사람이 없다.

고향에서 김치의 매운 맛을 보고 힘을 받은 WCG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e스포츠라는 브랜드를 달고 부스터를 쏘아댈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할 시점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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