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죄인처럼 앉아있던 김현진과 안성국. 그래도 값진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두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Q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기분이 어떤가.
A 안성국=솔직히 좋거나 기쁘지 않다. 좀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Q 결승전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A 안성국=돌이켜보면 내가 잘못했던 것 같다. 컨트롤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도 잘못이고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변명으로 들릴 것 같다.
Q 본인이 4강에서 떨어졌을 때는 덤덤하더니 안성국이 은메달을 따자 펑펑 울었다. 이유가 있나.
A 김현진=내가 4강에서 탈락했을 때는 잘해서 3위는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안)성국이형이 떨어지고 나니 내가 다 눈물이 나더라. 솔직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해외선수들이 술 한잔 하며 놀 때도 우리는 서울에서 기계를 직접 가지고 와 호텔에서 내내 연습했다. 서울에서도 2주간 내내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결과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어떤 문제로 틀어지고 나니 너무나 아쉬웠다. 또 사람들은 우리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무조건 비난할 것 같아 (안)성국이형이 은메달을 딴 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과정도 한번쯤은 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Q WCG 경기 운영이 미숙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A 안성국=다시는 WCG에 출전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이번 대회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 때문에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G스타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결승전을 했을 때도 컨트롤러가 굉장히 오래된 것이라 문제가 생겼다. 건전지와 X박스 연결 부분이 마모가 돼 건전지가 빠졌다는 것으로 인식돼 시작이 돼버렸더라. 나는 시작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번 그런 일이 있었으면 장비에 조금 더 신경썼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WCG 경기 운영에 실망스러운 점이 정말 많다. 철권을 하기 전 에너지 바를 설정할 시간이 있는데 플로어에서 할 때는 심판은 100으로 하라 하더라. 110과 100으로 하면 경기 운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나는 계속 100으로 알고 세팅했다. 그런데 메인 무대에서는 다시 110으로 하라 했고 플로어로 내려오니 "110으로 바뀌었다"고 말해 정말 혼란스러웠다. 앞으로는 규정이 하나로 통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다가 나랑 붙었던 4명의 선수들이 내가 브라이언을 선택하느 것을 보고 상성에 맞게 캐릭터를 변경하려고 하더라. 규정 공지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한 선수는 에너지바를 150으로 올리고 시작했다가 내가 발견해 경기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심판도 이것을 확인하지 못할만큼 전문성이 없었다. 다음부터는 그 종목에 대해 배경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심판이 배치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철권은 바로 옆에서 플레이 하면 다른 선수들이 내 플레이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내가 어떤 스킬을 쓰기 위해 버튼을 옮기는 것까지 모두 확인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플로어에서 경기할 때는 마주 보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안성국=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어쨌던 내가 못해서 진 것이지만 질타만 하지 말아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기 바란다. 지금 솔직히 죄인이 된 기분이다. 우리에게 한국 대표 선발 선발전에서 패한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괜히 내가 올라와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마음이 좋지 않다.
또한 경기 내내 세세한 것을 많이 챙겨주신 '지상'형에게 고맙고 서울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나진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김현진=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는 말 밖에는 딱히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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