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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온게임넷 박용진 PD "e스포츠도 예능이 될 수 있다"

[e만사] 온게임넷 박용진 PD "e스포츠도 예능이 될 수 있다"
온게임넷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 '양민이 뿔났다' 연출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올해의 프로그램상 수상 유력
e스포츠계 '무한도전' 프로그램 만드는 것이 목표


e스포츠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리그 중심으로 돌아가는 데다 승부의 세계에서 웃음을 끌어 내는 일은 무척 어렵다. 게다가 스타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는 e스포츠 특성상 선수나 e스포츠와 관련된 사람들이 출연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온게임넷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 PD의 손을 거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임채널에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무려 1년 7개월 동안 연출한 박용진 PD가 그 주인공이다. 선수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던 '복수용달'부터 시작해 옹달샘 소속 개그맨인 유상무, 장동민을 앞세운 '양민이 뿔났다'까지 박용진 PD가 걸어온 예능의 길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그리고 올해를 결산하는 e스포츠 대상에서 박용진 PD는 '양민이 뿔났다'로 올해의 프로그램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항상 유쾌하게 살아가고 생활이 예능인 박용진 PD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자식과도 같은 '양민이 뿔났다' 마지막 녹화장에서 발을 떼지 못했던, 그리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양민이 뿔났다'를 그리워했던 박용진 PD를 만나 그동안의 뒷이야기와 예능 PD로서의 그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유상무-장동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길거리를 지나가면 누구나 얼굴을 알아보는 유명한 연예인이 게임 예능 프로그램에 1년 7개월을 출연한다는 것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온게임넷에서 한 예능 프로그램이 1년을 넘게 방송된 것보다 더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그러나 '양민이 뿔났다'를 진행한 개그맨 장동민과 유상무는 한 번도 녹화를 '펑크'내지 않고 1년 7개월을 지켰다.

"이 프로그램은 유상무와 장동민이 없었다면 시작부터 불가능했어요. 사실 이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 유상무였다니까요(웃음). PD가 제안을 해도 바쁘다며 손사래를 쳐야 하는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안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솔직히 제가 운이 좋았다고 봐도 무방하죠."

알려진 대로 유상무는 스타크래프트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방송을 해보는 것이 유상무의 꿈이었단다. 유명한 개그맨치고는 참 소박하다. 하지만 그런 유상무가 있었기에 박용진 PD는 주변의 걱정에도 '양민이 뿔났다'를 만들겠다고 밀어 붙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인 섭외가 끝이 났는데 무슨 두려움이 있었겠어요. 사실 회사에서는 개그맨들이 나와 게임하는 방송을 누가 보겠냐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라도 그런 걱정을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유상무의 의지를 확인했고 장동민도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상황에서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컸어요. 무조건 해보겠다며 밀어 붙였죠(웃음). 잘 돼서 다행이지 만약 망했으면…(웃음)."

◆에피소드? 너무 많아서 탈!
1년7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박용진 PD는 "수십 가지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보통 에피소드를 물어보면 한참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워낙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남자들이 모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놀랄 일도 많았다고 한다.

"우선 유상무와 장동민이 싸웠던 것이 생각나네요. 싸운 이유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전 주에 유상무와 장동민이 2대1로 KT 이영호와 맞붙었다가 2대1로 졌거든요. 사실 두 사람은 이영호에게 정말 이기고 싶었나 봐요(웃음). 장동민이 '너 때문에 졌다'며 농담조로 계속 말했는데 유상무가 진짜 화가 났어요. 승부욕이 강한 친구들이었고 이영호를 이기는 것이 소원이었던 유상무는 진짜 화가 났고 둘이 심각하게 싸우기 시작했어요."

[e만사] 온게임넷 박용진 PD "e스포츠도 예능이 될 수 있다"

별 것 아닌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유상무는 승부에 진지했고 이기고자 하는 열정이 강했다. 장동민도 이를 알았지만 장동민 역시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에 이기지 못한 한을 유상무에게 풀었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승부에 진지했기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었다.

녹화 도중 싸운 두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컷으로 녹화하고 있었던 박용진 PD도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 훗날 유상무가 전하기를 "싸우는데 카메라가 컷이 넘어가면서 계속 녹화가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이 PD도 미쳤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박용진 PD에게 한 마디 했다고 한다. 미친 PD와 미친 출연진이 만났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양민이 뿔났다'에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유상무가 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사건도 박용진 PD의 간담을 3시간 동안이나 서늘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작가가 "유상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다. 무슨 일이 난 것 같다"며 박 PD를 급하게 찾았다. 검색해 보니 유상무가 술집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현재 조사 중이라는 기사가 떴다. 박 PD는 공들여 쌓은 탑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유상무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폭행사건에 휘말렸다고 기사가 났어요. 저는 믿지 않았어요. 연락하고 사건 경위 파악하는 2시간 동안 정말 피가 말랐습니다. 다행이 연락해 보니 맞기만 했더군요.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시비 걸고 때려놓고도 맞았다고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더라고요. 녹화 날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유상무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그 부상에서도 녹화에 참여해 오프닝으로 '폭력' 운운하며 자신의 아픔을 개그 소재로 썼다고 한다. 장동민 역시 카메라가 없을 때는 유상무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다 녹화가 시작되자 바로 유상무의 개그를 '폭력'으로 맞받아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용진 PD는 두 사람의 프로의식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e스포츠계 무한도전을 꿈 꾼다
유상무의 적극적인 참여와 장동민의 승부욕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인트' 박주영까지 '고래싸움에 터지는 새우 등'으로 캐릭터를 잡으며 '양민이 뿔났다'는 e스포츠의 '무한도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무한도전' 팬입니다. '무한도전'이 우리나라 방송계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양민이 뿔났다'도 '무한도전'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어요. 대한민국 평균 이하 세 명이 모여 보통 사람들에게도 게임에서 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을 그리는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죠. 처음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출연진들이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많이 비슷해 진 것 같아요."

박 PD가 꿈 꾸는 것도 바로 e스포츠계의 '무한도전'을 만드는 일이다. 그는 온게임넷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휴식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양민이 뿔났다'처럼 출연진과 연출자가 하나가 돼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힘든 목적이 아닌 스스로도 웃고 즐길 수 있는 '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도 '놀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용진 PD가 지향하는 목표다.

"진지하고 무거운 프로그램은 제 색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장동민이고 유상무인데요(웃음).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즐기지 못하면 어떤 시청자가 그것을 즐길까요?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양뿔 시즌2' 꼭 하고 싶다
만약 제작비에 구애 받지 않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 하나 무조건 할 수 있다면 박 PD는 고민 하지 않고 '양민이 뿔났다 시즌2'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과 이제는 새로운 것을 보여줄 때라는 생각에 '양민이 뿔났다'를 여기서 접었지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많은 아이템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유상무와 장동민, 인트에게 '양민이 뿔났다'를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추석 전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무렵 (장)동민이가 PC방을 차리면서 '양뿔 PD방 컨셉트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설레 했거든요. 어떻게 말해야 하나 2주를 고민했어요."

[e만사] 온게임넷 박용진 PD "e스포츠도 예능이 될 수 있다"

처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유상무와 장동민, 인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밝게 웃으며 "그럼 시즌2는 언제 하나"고 되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박 PD는 더 재미있고 스펙타클한 아이템으로 '양민이 뿔났다 시즌2'를 꼭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렵게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다 잘돼서 떠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유상무와 장동민은 PC방 사장이 됐고 섭외도 더 많이 들어온다 하더라고요. 촬영장에 가면 '양민이 뿔났다'에서 했던 것처럼 해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얼마 전 이 친구들이 '코미디 빅리그'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 내심 뿌듯했습니다. 또한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올해의 프로그램상 후보에도 올랐고요. 상도 받으면 더 기분 좋겠죠?"

박용진 PD는 인터뷰 내내 '양민이 뿔났다'를 지금까지 이끌어 준 출연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의례상 하는 말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만약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공중파보다 더 열의를 다해 올인해 준 유상무와 장동민 덕분이라는 말도 함께 전해다.

"'양민이 뿔났다'를 사랑해주셨던 팬들과 비판을 아끼지 않으셨던 팬들 모두 저희에게는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시즌2로 돌아오게 될 때 더 많이 사랑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양민이 뿔났다'는 끝났지만 저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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