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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공군 김남기 코치 "노력하는 자에게 운이 따른다"

선수 시절 불운의 대명사서 코치 전향 후 행운의 사나이로 변신
전형적인 노력형 지도 통해 김민철, 공군 등 상승세로 전환시켜


"아무것도 아닌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공군 에이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공군 에이스 김남기 코치는 인터뷰 요청을 받은 뒤 깜짝 놀랐다. 선수 시절 지독한 불운으로 뜰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쳤던 그가 코치로 전향하면서 개인 인터뷰를 하게 되는 등 복 받은 사람으로 변했다. 김 코치는 인터뷰 첫 마디를 "공군 선수들 덕분에 인터뷰하는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김남기 코치는 인터뷰 내내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 시절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게임에 임했다면 우승 세 번은 했을 것"이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공군 에이스에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뜻이다.

웅진에서 김민철 전담 코치로 있을 때부터 코치로서의 역량을 인정 받기 시작했던 그는 현재 공군 에이스에서 부사관으로 지원했고 코치로 활동하며 팀이 승승장구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선수들의 공이라고 돌리지만 그의 합류로 공군은 더 강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공군 에이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은 김남기 코치와 인터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자.



◆복 터진 사람
"선수 시절 받았어야 할 운을 코치가 돼서야 받는 것 같다"며 김남기 코치는 "행운의 사나이"이라고 자칭했다. 선수로 활동할 때 뜰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모두 놓치면서 그늘에 가렸던 그는 코치로 보직을 바꾼 이후 운이 터졌다. 맡았던 선수나 팀의 성적이 올라가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이다.

"솔직히 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웅진에서 (김)민철이 전담 코치가 되고 난 뒤 갑자기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김)민철이가 STX를 올킬했어요. 그 사건 이후로 사람들이 저를 다르게 보더라고요."

공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남기 코치가 합류한 시점은 지난 시즌 위너스리그가 끝났던 5라운드부터. 위너스리그에서 2승16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공군 에이스는 4, 5라운드 각각 4승5패를 기록했다. 비록 5할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공군으로서는 역대 최고의 라운드 성적이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서 공군은 1라운드에서 탈꼴찌에 성공하며 지난 시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성적을 이야기하고 나니까 제가 합류한 이후 공군의 성적이 꽤나 좋아졌네요. 외부에서 '김남기 효과'라는 이야기를 할만 하네요(웃음). 농담이고요.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김남기가 부사관 자격으로 공군 에이스 코치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이라 볼 수 있다. 어느 누가 프로게이머 출신 코치가 공군 에이스에 합류할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김남기 코치가 부사관으로 지원한 것은 코치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부사관을 지원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어요. 청춘을 프로게이머에 바쳤는데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은퇴했고 군대를 가야 했어요. 제대하면 스무살 중반인데 사회에 나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심각하게 고민하다 부사관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육군, 해군이 아닌 공군을 지원한 것은 공군 에이스 코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1%의 희망 때문이었어요."

김남기가 공군 에이스 코치가 될 확률은 말 그대로 1%였다.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군대가 사회에 있을 때 특화된 기술이나 능력이 있으면 그것을 활용하는 부서로 배치한다는 정보 하나만 믿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의 희망은 현실이 됐다. 공군 에이스 코치로 발령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 선수 때에는 한 번도 꿈 꾸던 일이 현실로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치 복권 1등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공군 에이스는 저에게 희망이었고 꿈이었고 바람이었어요. 그것이 이뤄지고 난 뒤 저는 행운의 사나이로 변신했어요. 제가 손을 대는 일마다 모두 잘 될 것 같았고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신념이 생겼죠. 공군에 없던 보직인 e스포츠 코치 자리가 생겼는데요. 진정 복 터진 사람이죠."



◆노력하는 자에게 운이 따른다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지만 김남기 코치의 역할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김남기 코치는 누구보다도 준비된 코치였다. 공군을 좀더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공군 에이스로 합류하기 전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코치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에이스 소속으로 뛰던 전역병들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군 에이스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 장점, 단점, 연습 분위기, 시스템 등을 파악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가면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에만 한 시즌을 보낼 것 같았어요,"

전역 선수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리 고민하고 어느 정도 답을 내린 뒤 공군 에이스에 합류한 그는 차근차근 준비된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선수들이 게임을 할 때 자신이 왜 이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개념부터 잡아갔다.

"기계처럼 게임을 하다 보면 선수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하면서 왜 그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줘야 하고 선수가 알아야 합니다. '왜'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게 되면 그 때부터 선수들은 당해보지 않은 전략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의 존재만으로 공군 에이스 소속 선수들은 기쁨과 동시에 힘든 일도 겪어야 했다. 처음에 선수들은 프로게이머 코치가 온다는 소식에 박수를 치며 반겼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선수들은 김남기 코치가 팀에 합류한 것이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죠(웃음). 선수들이 연습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요령을 피우거든요. 선수들만 알고 있는 요령이 있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합류한 뒤에 선수들은 꼼수를 쓸 수 없게 됐죠(웃음). 앉아있는 자세만 봐도 열심히 연습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프로게이머 선배가 들어오니 선수들이 조금씩 투덜거리기 시작했죠(웃음). 때문인지 덕분인지 선수들이 연습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 졌습니다(웃음)."

김남기 코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주는 공포의 존재가 됐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 공군 에이스에 좋게 작용하고 있는 '김남기 효과'가 아닐까.



◆감각에 치중하면 곧 무너진다
김남기가 코치가 된 뒤 가장 놀랐던 것은 꽤 많은 선수들이 감각에 의지해 경기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선수였을 때 김남기는 감각에 의존한 플레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공군 에이스 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의 감각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남기 코치의 생각이었다.

"선수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어요. '택뱅리쌍'이라 불리는 최고의 선수들이 감각에 의존해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 선수들은 감각대로 플레이해도 괜찮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연습량과 경험을 습득했잖아요. 그만큼 연습도 하지 않고 기본기도 없는 선수들이 감각에 의존하게 되면 경기를 그르칠 수밖에 없어요. 그 선수들은 재능이 뛰어나서 성적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데 귀를 막고 그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택뱅리쌍'의 연습량과 경험 그리고 노력은 다른 선수들과 급이 다르다는 것이 김남기 코치의 생각이었다. 그들의 연습량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감각만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기본기를 다지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김남기 코치는 전했다.

"공군 에이스 선수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요. 지금 많이 고쳐졌어요. 임진묵만 해도 프로토스전이나 테란전 실력이 좋지 않았거든요. 개념부터 다시 잡았죠.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러고 나니까조금씩 나이지더라고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임진묵이 기특해요. 웅진에서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테란 에이스로 군림했을 거에요(웃음)."

임진묵을 시작으로 공군 에이스 선수들만큼은 감각으로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부터 철저히 다지고 개념을 정립해 영리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김남기 코치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제안 많이 받는 코치 되고파
김남기 코치는 두 가지 소박한(?) 꿈이 있다. 공군 에이스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것이 첫 번째 꿈이고 e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김남기 코치와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코치가 되고 싶은 것이 두 번째 꿈이다.

"공군은 이번 시즌 목표를 포스트시즌으로 잡았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밑에 프로게임단이 4팀이나 있겠죠? 물론 안타깝지만 저는 공군 에이스 코치이기 때문에 우리 팀 생각만 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번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공군의 위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시즌쯤에는 우승을 목표로 잡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웃음)."

성적뿐만 아니라 생활 태도나 코치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아 사람들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꿈은 현재 김남기 코치가 생각하는 가장 커다란 꿈이다.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김남기 코치는 인생을 걸 생각이다.

'자신 있게 제 인생을 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군 에이스 선수들에게도 같은 이야기 하고 싶어요. 프로게이머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데요. 군대에서까지 그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이 있다는 의미잖아요. 내가 군대에서 제대한 뒤 은퇴를 하든 계속 프로게이머를 하든 공군에 소속됐을 때만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팬들은 공군의 성적이 아니라 열정을 응원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합니다."

공군 에이스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김남기 코치. 그의 소박한(?) 두 가지 바람이 새해에는 모두 이뤄지기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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