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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안녕하십니까. 네이트 스포츠 Pub에 '게이머그라피'를 연재하고 있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연재를 시작 '택뱅리쌍'이라 불리며 현재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이끌어가고 있는 영웅들의 역사에 대해 고찰해보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SK텔레콤 김택용과 8게임단 이제동에 대해 글을 썼고요.

그러나 작업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선수들에 대해 확답을 내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선수들이기에 한계를 규정하고 정리하는 일은 이르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게이머그라피'는 앞으로 은퇴한 프로게이머를 중심으로 꾸려갈 예정입니다. 스타 플레이어의 계보로 따지자면 임요환으로부터 시작해 최근의 '택뱅리쌍'까지 이어지고 임요환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임요환이나 이윤열 등은 여전히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최연성을 올드 플레이어 고찰의 1번 주자로 꼽았습니다.

'괴물'이라고 불렸던 최연성이 프로게이머가 되어 최고의 선수에 오르고 최고의 코치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려 보겠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스토
리를 아시나요? 괴물이 어린 학생을 물어가면서 한 가족이 괴물에 대항해 싸우는 투사로 변신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등의 연기가 발군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가족이 합심해서 싸우는 과정보다 괴물이 어떻게 태어났는지가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미군이 몰래 방류한 독극물이 한강에 흘러들어가고 괴생명체를 만든 것이지요. 돌려서 생각해보면 독극물이 방류되지 않았다면 괴물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연성의 별명은 '괴물'입니다. 데뷔 초부터 놀라운 승률을 이어가면서 스타크래프트계를 평정했기 때문이죠.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되 초반에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 아니라 중후반에 병력을 양산하기 위한,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고 압도적으로 승리하려는 전략을 짜오는 특이한 플레이를 펼쳤기에 괴물이라 불렸습니다.

한강에 독극물이 흘러들어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탄생했다면 최연성이라는 e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괴물은 주훈과 임요환의 선수를 보는 눈과 인내심으로 인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연성은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고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주위에서 폄훼하는 시선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재야의 고수들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대결을 해도 승률이 90%를 상회하는 최연성을 두고 '치터 테란'이라 불렀습니다. 치터라는 말은 좋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뜻인데요. 일각에서는 최연성이 해킹 프로그램을 써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며 맞춰간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최연성은 이러한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게임을 그만두려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군에 다녀온 뒤 사회인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려던 찰나 주훈 감독과 임요환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2002년 당시 임요환은 동양 오리온으로부터 개인 후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IS라는 프로게임단 소속이었지만 팀이 해체되면서 임요환은 팀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활동하기로 결정했죠. 주훈 감독과 함께 개인리그를 소화하던 중 앞으로 팀의 이름을 걸고 출전하는 단체전 형식의 대회가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임요환과 주훈 감독은 다른 팀으로부터 선수를 영입하는 동시에 신예를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선수 선발에 나선 주 감독과 임요환은 대어를 건졌고 그 선수가 바로 최연성이었죠.

[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주 감독의 기억에 따르면 최연성은 온라인 테스트에서 2위였다고 합니다. 게임아이라는 온라인 서버에서 성적이 좋은 아마추어들을 직접 테스트하던 과정에서 다른 테란에 뒤져 2순위였다고 하네요. 선수들 사이에서도 좋지 않은 평판이 이어졌지만 임요환과 주 감독은 "사람은 직접 만나봐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최연성을 서울로 불러 올렸습니다.

◆TV에 출연하고 싶었던 순박한 청년
동양 오리온 팀을 꾸린 주 감독과 임요환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최연성을 만났습니다. 180cm이 훌쩍 넘는 큰 키에 덩치도 커서 사람을 압도하는 '포스'가 있었답니다. 그러나 첫 마디를 뗀 순간 전라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가 나오면서 힘 좀 쓸 것 같은 동네 건달의 선입견을 날려 버렸다고 하네요.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처 피자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면담을 했지만 최연성은 한 조각도 먹지 않았답니다. 처음 만난 자리라 부담스러워서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피자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떤 맛인지 몰라서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순박한 시골 청년 맞지요?

특이했던 첫 만남의 기억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첫 면담 자리에 최연성이 여성을 동행한 것이지요.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자리에 여자 친구를 데려 오는 '무개념'한 청년으로 오해한 주 감독과 임요환은 선발하지 않을 생각도 했답니다. 그러나 사정을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요.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최연성을 위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형이 여자 친구를 가이드로 붙여준 것이었답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동행하도록 배려해줬죠.

최연성은 임요환과 주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배틀넷 상에서는 예의가 없다, 해킹 프로그램을 쓴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직접 만나봤을 때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순진하고 순박한 시골 청년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지요. 게임 실력도 대단했고요.
[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훗날 주 감독은 "최연성이 우리 팀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 임요환과의 인연이 생기려 했던 점도 있지만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고 TV에 나오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말 많은 경기를 TV 화면으로 보여줬으니 최연성의 꿈은 이뤄진 셈이네요.

◆집념이 만들어낸 괴물
동양 오리온 팀에 갓 들어왔을 때 최연성의 실력은 온라인에서 보여준 기적과 같은 승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부각됐을지 몰라도 프로로 생활하는 선수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습니다.

실례로 임요환과의 테스트 경기에서 최연성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5연패를 했습니다. 워낙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는 임요환에게 휘둘린 것이지요. 다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도 최연성은 승보다 패가 더 많았습니다.

셀 수 없는 패배 속에서 최연성은 포기보다는 승부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입대를 포기하면서 택한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연습 벌레로 탈바꿈했습니다. 주 감독이 6개월 동안 단 두 번 외출을 했고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프로그램은 바탕 화면에 없었다고 하니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주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내부 평가전을 치렀는데요. 이른 바 '훈발(주 감독의 아이디)배 스타리그'였습니다. 1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10만원의 상금이 돌아가는데 최연성은 초기에 하위권이었다가 서서히 순위글 끌어 올렸고 막판에는 1위에 올랐답니다. 상금으로 받은 10만원은 첫 수입이라며 통장에 저금했다네요. 선수들 사이에서는 짠돌이라 불렸지만 최연성은 "서울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습밖에 없었습니다. 외출은 제게 호사로운 일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내부 평가에서 최연성이 상승세를 타자 입지를 다지는 작업도 시작됐습니다. 임요환은 단체전이 시작하기 전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선수가 있다"고 운을 떼며 "나보다 나은 선수임에 틀림 없다"며 최연성의 등장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최연성이 공식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은 2003년 3월18일 계몽사 팀리그였습니다. 소울의 박상익을 맞이해 TV 경기 신고식을 치른 최연성은 이렇다 할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패했습니다. 생산력을 뛰어났으나 치고 나가는 타이밍을 잡지 못해 무너졌는데요.

이후 온게임넷의 프로리그가 개막하면서 최연성은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팀플레이에서 김성제와 호흡을 맞췄다가 패한 최연성은 개인전을 중심으로 출전했고 프랑스 출신 베르트랑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프로리그 첫 승을 신고합니다. 이후 5승1패를 더한 최연성은 신인왕을 따내면서 임요환의 말이 세상을 속이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태어나지 않을 뻔한 괴물…최연성(1)


*2편에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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