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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결승전 불패의 전사…최연성(2)

◇SK텔레콤 T1의 전설 가운데 한 명인 최연성.


*(1)편에서 계속

팀리그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치렀고 프로리그가 열리자마자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데뷔부터 파격적인 성적을 낸 최연성은 e스포츠계의 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로열로드를 개척합니다.

2003년 겜TV 스타리그(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볼 수 있던 게임채널인 겜TV가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와 MSL에 동반 본선 진출을 이뤄낸 최연성은 겜TV가 문을 닫는 바람에 MSL에만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TG 삼보 MSL에서 팀의 이름이 아닌, 최연성이라는 개인 자격으로 처음 리그에 출전한 최연성은 16강 첫 경기에서 평생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이윤열을 만납니다. 팽팽한 대결을 펼쳤지만 최연성은 고배를 마십니다.

당시 MSL은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패를 당했지만 패자조에 편성된 최연성은 나도현, 심소명, 한승엽, 이병민 등을 연파하며 패자조 결승까지 올라왔습니다. 여기에서 최연성은 또 다시 이윤열을 만나게 되지요. 이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최연성은 결승전에서 당대 최강의 저그로 꼽힌 홍진호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명경기로 꼽히고 있는 TG 삼보 MSL 결승전 3세트 'U보트'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3대0으로 승리한 최연성은 처음 출전한 개인리그에서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로열로드'를 개척해냅니다.

프로리그 신인왕에 이어 개인리그에서 초고속 우승을 차지하며 등장한 최연성의 초창기는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신인이지만 너무나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존 강호들을 모두 물리쳤고 삽시간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모두 소화하면서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가 거의 없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최연성의 파괴력은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스프리스 MSL 결승전에서 팀 동료 박용욱을 꺾고 3회 연속 MSL 우승을 달성한 최연성.


◆OCCUPY MSL
최연성은 큰 경기일수록 강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개인리그에 대해 최연성이 갖고 있는 목표 의식은 최고였는데요. 결승전 무대에 서면 누구에게도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천해냈죠.

2003년 TG 삼보 MSL 결승전에서 홍진호를 상대로 3대0으로 완승을 거둔 최연성은 곧이어 열린 하나포스 센게임 MSL에서도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초반 연승을 이어가며 승자조에서 활약한 최연성은 한승엽, 이병민, 김정민 등 내로라하는 테란들을 연파했습니다. 결승전 상대 또한 테란인 이윤열이었습니다. 지난 MSL 16강에서는 패했지만 패자 결승에서 승리한 바 있는 이윤열을 결승전에서 맞이한 최연성은 1세트를 따냈지만 두 세트를 내리 빼앗기며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집중력을 되살리며 두 세트를 연거푸 잡아내며 3대2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합니다.

MSL에서 최연성의 강세는 계속됩니다. 두 대회를 연거푸 우승한 뒤 스프리스 MSL에서 최연성은 승자조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주진철, 박성준 등 저그 선수들을 꺾었고 승자 4강에서 강민을 2대1로 잡아낸 뒤 박용욱을 승자 결승에서 2대0으로 꺾고 결승에 또 올랐습니다. MSL에서만 세 번 연속 결승전을 치른 것이지요.


◇MSL 조지명식에 참가한 최연성.


결승전의 상대는 팀 동료인 박용욱이었습니다. 투싼 팀리그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열린 스프리스 MSL 결승전에서 최연성은 승패패승승이라는, 이윤열을 꺾을 때와 똑같은 패턴을 밟으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MSL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3연속 우승자로 우뚝 섰고 전신이라 할 수 있는 KPGA 투어까지 포함하면 이윤열에 이어 두 번째로 3회 연속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승과의 결승 대결
최연성은 이후 스타리그에서 또 다시 우승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2004년 질레트 스타리그를 통해 데뷔한 최연성은 양대 개인리그 로열로더의 자리를 노렸습니다만 4강전에서 박성준을 맞아 2대3으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곧이어 열린 EVER 스타리그 2004에서 우승에 다시 도전한 최연성은 인상 깊은 경기력을 펼치며 스타리그마저 점령합니다. 16강에 변길섭, 변은종, 박태민과 함께 편성된 최연성은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변길섭과 박태민 또한 2승1패로 타이를 이루면서 재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두 번이나 반복된 재경기를 치른 끝에 어렵사리 8강에 오른 최연성은 '숙적' 이윤열을 상대로 2대1로 제압하며 4강에 올라갑니다. 4강의 상대는 스타리그 우승에 빛나는 '영웅' 박정석이었죠. 2대2 상황에서 박정석의 맹공을 간신히 막아낸 뒤 생산력을 폭발시킨 최연성은 대역전승을 이끌어내며 스승과의 결승전을 성사시킵니다.

2004년 11월20일 대전에서 열린 EVER 스타리그 2004의 결승전은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임요환이 발굴해서 프로게이머가 된 최연성과 스타리그 3회 우승이라는 누구도 밟지 못했던 역사를 만들어내려는 임요환은 스승과 제자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 세트씩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임요환은 바이오닉 병력으로 최연성의 메카닉 체제를 상대하는 특이한 전략을 보여줬고 최연성은 이를 또 막아내면서 역대 테란끼리의 결승전 사상 명경기로 꼽히는 대결을 연출했습니다.


◇스승 임요환과의 EVER 스타리그 2004 결승전에서 우승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연성.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결승전 중에 하나다.


우승컵은 5세트에서 승리한 최연성의 손에 들어갔고 이날 임요환이 흘린 눈물로 인해 각종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습니다. 서러워서 우는 것이다, 제자의 우승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아니냐, 나이가 있으니 군에 가야 하고 마지막 결승전이 될 것이라 여겼기에 우는 것이다 등등 최연성의 우승보다는 임요환의 눈물에 더욱 포커스가 맞춰졌던 대회였습니다.

◆투신을 압도하다
최연성의 라이벌은 '천재' 이윤열과 '투신' 박성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편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이윤열은 최연성이 데뷔하기 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싹쓸이하면서 레전드의 자리를 이미 차지한 선수죠. 아마추어 시절 이윤열의 플레이를 봐왔던 최연성은 이윤열과의 대결이 잡히면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치밀하게 준비했고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면서 더 많은 승수를 챙겨갔죠.

또 한 명의 라이벌은 저그 플레이어인 박성준입니다. 최연성이 MSL을 연속해서 우승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결승전에서 만나 패배를 안겼던 선수가 바로 박성준이었죠. 공식대회는 아니었지만 iTV가 주최한 랭킹전에서 최연성은 박성준을 만나 패배합니다.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전이 열린 7월2일 2대3으로 박성준에게 진 최연성은 iTV 결승전에서 박성준에게 1대3으로 패하면서 두 번의 충격을 받게 됩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박성준과의 결승전이 성사됐습니다. 2006년 3월4일 열린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5 결승전에서 박성준을 만난 최연성은 그동안의 한을 풀어내듯 완벽한 전략과 생산력을 앞세워 박성준을 3대0으로 완파했습니다. MSL을 평정한 이후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이 차지한 두 번째 우승이었고 공식 개인리그 결승전에서는 불패의 신화를 이어간 대회였습니다.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5 결승전에서 '투신' 박성준을 3대0으로 완파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최연성. 아쉽게도 스타리그 3회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프로리그 결승전 성적은?
개인리그에서 최연성이 보여준 결승전 승률은 공식전 기준 100%였습니다. iTV 랭킹전 7차 대회 결승전은 비공식전으로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프로리그에서 최연성의 결승전 승률은 어떨까요?

2003년 프로리그라는 단체전의 첫 대회였던 KTF EVER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최연성은 이창훈과 호흡을 맞춰 팀플레이에 출전했지만 강도경과 박정석이라는 당대 최강의 선수들과 대결하면서 패배했습니다. 팀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연성으로서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죠.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처음으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최연성은 박영민을 꺾으면서 승리했지만 팀이 패하면서 팀 우승과 최연성의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도 최연성은 SK텔레콤 T1의 우승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였다.


2005년 스카이 프로리그 후기리그 결승전에서 최연성은 최종 세트인 7세트에서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저그의 대명사 변은종을 제압하며 개인의 승리와 팀의 우승을 엮어냈고 징크스를 털어냈죠. 곧 이어 열린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또 KTF의 '목동 저그' 조용호를 잡아내면서 SK텔레콤 T1의 우승을 견인합니다.

2006년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에서 성학승과 함께 팀플레이에 출전, MBC게임의 정영철, 박지호 조합을 맞아 승리하면서 '오버 트리플 크라운'에 일조한 최연성은 2006년 통합 챔피언전에서는 MBC게임 박성준에게 패하면서 결승전 불패 신화에 오점을 남깁니다.

MBC게임이 주최한 팀리그에서도 최연성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2004년 2월28일에 열린 LG IBM 팀리그 결승전에서 선봉으로 출전한 최연성은 변길섭, 박정석, 조용호를 연파했고 아쉽게 김정민에게 패했지만 팀을 우승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해 8월에 열린 투산 팀리그 결승전에서는 GO의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1세트 출전이 강제된 최연성은 전상욱을 맞이해 패했지만 팀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나가면 우승한 국제 대회
최연성의 강점은 국제 대회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전성기를 맞고 있었던 만큼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자주 초청됐던 최연성은 2005년 CKCG를 통해 국제 대회 첫 우승을 신고합니다. SK텔레콤과 팬택 소속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 이 대회에서 최연성은 이병민, 이윤열을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열린 WEF에서 신성으로 떠오른 마재윤과 결승에서 만나 0대2로 완패했지만 2006년 CKCG가 이름을 바꾼 IEF 대회의 4강에서 마재윤을 2대0으로 완파하며 앙갚음했고 결승전에서는 또 다시 이윤열을 제압하며 강세를 이어갔죠.

대미는 2006년 이탈리아 몬자에서 열린 WCG 그랜드 파이널이었습니다.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국가 대표 자격을 얻은 최연성은 박성준과의 결승전에서 첫 세트를 내줬지만 2, 3세트를 따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최연성이 해외에서 열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사실 최연성은 해외 대회에 출전하기를 극히 꺼렸습니다. 190cm이 넘는 큰 키와는 달리 최연성은 비행 공포증이 있습니다. 거리가 가까운 중국을 갈 때에도 최연성은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로 안전 벨트를 풀지 않습니다. 혹여 난기류에 휩싸이면 공포심은 극에 달하죠.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몇 번 다녀온 뒤 최연성은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최연성은 2006년 WCG 국가 대표 타이틀을 따낸 뒤 고민에 빠졌습니다.

WCG 그랜드 파이널이 이탈리아 몬자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뒤 최연성은 2006년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력은 최고였지만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아찔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막상 경기석에 앉고 나니까 승부욕이 발동했고 닥치는 대로 꺾다 보니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연성. 해맑은 웃음 뒤에는 비행 공포증이 숨어 있다.


최연성과 소속팀 SK텔레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최연성은 대회 출전권을 반납하려 했지만 팀의 만류로 뜻을 접었습니다. 대신 출국하기 전까지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방법을 택했죠. 이틀 내내 대회를 준비하면서 밤을 샌 최연성은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자마자 골아 떨어졌고 WCG 2006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해 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3)편에서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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