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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핀포인트] 심리전의 최고봉 5드론

◇EVER 스타리그 2008 결승전 1세트에서 과감하게 5드론 전략을 선택했던 박성준.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상대를 공황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꺾기도'기술인 5드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5드론이 상대를 얼마나 당황스럽게 만들어 버리는지 박태민과 조용호의 경기를 예로 들었는데요. 많은 팬들이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영상을 찾아보셨다는 이야기에 저도 다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댓글을 읽다 저도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온게임넷 박태민 해설 위원이 얼마 전 KT 김대엽이 CJ 신상문과 맞대결을 펼쳤을 때 벌처의 마인에 프로브가 폭사하며 공황 상태에 빠진 상황을 "이건 저그가 4드론 준비하는데 스포닝풀 99%에서 취소한 것과 똑같은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 프로브가 마인에 폭사됐을 때 김대엽의 당황한 표정이 잡히면서 팬들은 "제대로 된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 말로 어떤 일에 충격을 받아 정신을 놓은 상태를 의미함) 현상"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리고 박태민은 그 상황을 자신이 했던 실수와 비교했죠. 이 사실만 보더라도 5드론이 얼마나 사람을 당황시키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실 5드론은 벙커링만큼 논란이 많은 전략 중 하나입니다. 벙커링으로 이긴 선수의 경우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5드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은 '꼼수'로 이겼다는 표현으로 5드론 전략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치열한 승부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단기간 내에 승부가 끝나 버리는 5드론 전략을 좋아할 수는 없겠죠.

게다가 5드론을 '꼼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신예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단 번의 승부를 보기 위해 5드론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잦은 패배로 부진의 늪에 빠진 선수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5드론으로 승리의 맛을 본 뒤 기세를 타려는 의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5드론으로 상대를 꺾고 나면 팬들은 그 선수가 실력으로 이겼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욕 먹는 전략 가운데 하나인 5드론이지만 유일하게 실력으로 인정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다전제에서 5드론 전략을 구사할 때입니다.이 경우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5드론을 사용한다는 생각 때문에 팬들은 심리전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선수들이 욕 먹지 않고 5드론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개인리그 다전제라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꺾기도' 기술이자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게 만들어 주는 5드론. 오늘은 5드론으로 개인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던 '투신' 박성준의 플레이를 분석해 다전제에서 5드론을 어떻게 심리전으로 활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대 심리를 흔드는 5드론

박성준의 전성기는 2004년부터 2006년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7년부터 박성준은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고 MBC게임에서 SK텔레콤, STX 등 계속되는 이적으로 심신이 지쳐있었습니다. 박성준이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그러나 박성준은 STX로 이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EVER 스타리그 2008에서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SK텔레콤 신예 프로토스 도재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 누구도 박성준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는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박성준의 우승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전략은 바로 5드론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결승전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하다는 첫 경기에서 5드론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다전제를 통해 박성준은 한 경기, 한 경기 전략보다는 5전제를 치르는 데는 스토리상으로 압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즉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리전을 걸어서 성공하면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죠. 맵 자체도 도재욱에게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성준은 극단적인 전략으로 경험이 별로 없는 도재욱의 약점을 흔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도재욱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앞마당을 가져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박성준이 과감하게 5드론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재욱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한데요. 도재욱은 알려졌다시피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백병전에 능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도재욱의 시원학 병력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자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따라서 도재욱은 초반 전략이나 화려한 견제 보다는 자원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며 대규모 교전을 하는 전술을 주로 선택했습니다. 즉 초반에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려는 시도를 자주 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저그는 프로토스전에 5드론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초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대가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는 전략을 사용하면 더욱 유리하게 경기를 전개할 수 있죠. 박성준은 도재욱의 스타일상 1세트에서 5드론 전략을 택하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고 상대 심리도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을 한 셈이죠.


◇도재욱이 전진게이트로 맞대응했지만 한번 흔들린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박성준의 5드론 선택은 최고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도재욱은 박성준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 5드론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박성준이 5드론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도 했지만 그 무대는 결승전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경기를 처음 치르는 도재욱에게 1세트부터 5드론을 당한 것은 심한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박성준의 머리 속에는 그 모든 것이 계산돼 있었죠. 도재욱은 전진 게이트웨이 전략으로 맞대응 했지만 이미 당황한 상황에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저그가 프로토스를 상대로 왜 4드론이 아닌 5드론 전략을 선택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결국 박성준은 5드론으로 경기를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도재욱이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게 만들었고 도재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량전술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은 유유히 앞마당을 가져갔습니다. 결국 뮤탈리스크로 도재욱 본진을 초토화시킨 박성준은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가게 됩니다.

◆2세트에서도 영향을 미친 5드론

5전제에서 5드론을 심리전에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세트 승리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세트에서 박성준이 5드론을 사용해 승리를 거두고 난 뒤 도재욱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죠. 박성준이라면 2세트에서 또다시 5드론을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도재욱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1세트를 의식한 듯 2세트에서 본진 플레이를 펼치는 도재욱

결국 도재욱은 안전하게 본진 넥서스 근처에 건물을 옹기종기 건설했습니다. 앞마당에 캐논을 건설해 앞마당을 가져가기 보다는 도재욱이 잘 사용하지 않는 본진 플레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다분히 박성준의 5드론을 염두에 둔 빌드였습니다.

박성준은 도재욱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유유히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쪽은 박성준이 된 것이죠. 박성준은 일반적으로 저글링을 생산한 뒤 앞마당을 건설하면서 무난하게 하는 척 도재욱을 속였습니다. 박성준의 저글링을 본 도재욱은 1세트에서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 입구 방어에만 주목하고 박성준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죠.


◇도재욱의 허를 찌른 박성준의 저글링-드론 공격.

박성준은 여기서 다시 한번 도재욱의 허를 찌릅니다. 드론을 동반해 도재욱이 지키고 있는 입구 지역을 뚫어내겠다는 올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박성준의 저글링-드론 러시에 도재욱은 완전히 무너졌으며 제대로 방어 한번 해보지 못하고 2세트도 패하고 말았습니다.

1, 2세트를 통해 평정심을 잃은 도재욱은 3세트도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박성준의 3대0 완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죠. 전성기가 지난 박성준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바로 '최고의 꺾기도 전략' 5드론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다전제에서 5드론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박성준이 증명한 셈입니다.

물론 다전제에서 4드론-5드론 심리전이 무조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결론인데요. '폭군' 이제동은 스타리그에서 정명훈을 상대로 4드론 심리전을 성공시켰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이영호에게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영호가 얼마나 정신력이 강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네요.

다양한 심리전으로, 무조건 이겨야 하는 단판제 경기에서는 깜짝 전략으로 쓰이는 4드론과 5드론. 최근 선수들의 방어 능력이 워낙 좋아져 이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경기에 질린 팬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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