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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순박한 청년 KT 김성대의 솔직한 이야기

[피플] 순박한 청년 KT 김성대의 솔직한 이야기
"굴드요? 그 별명이 뭐가 어때서요? 그것 때문에 제 이름이 한번 더 알려졌잖아요. 고마운 별명이라고 생각해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드래곤볼 기뉴특전대 '굴드'를 치면 사진 하나가 나온다. 큰 사람들 사이에 조그마한 키로 녹색의 다소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굴드'다. 만약 사람에게 이런 별명을 붙인다는 것은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KT 김성대는 그저 웃어 넘긴다. 자신을 더 알려준 별명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마음이 좋아도 너무나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굴드'가 무엇인지 모르냐고 되물었더니 "솔직히 내가 봐도 좀 닮긴 했더라"며 오히려 질문한 사람을 당황시킨다. 순수하고 순박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성대가 이같이 쿨하게 자신의 별명을 인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굴드'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겠냐고 되묻는다. 프로게이머에게 실력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며 김성대는 자신의 별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굴드'라 불리는 사나이. 하지만 영화배우라고도 불리며 동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성대.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제서야 자신의 날개를 막 펼치려고 하는 김성대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힘들었던 이스트로 시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월급도 없는 연습생이었잖아요. 하루 종일 라면만 먹은 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먹는 것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게임하는 것이 그저 재미있었으니까요."

이스트로 시절 김성대가 월급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팀의 승수에서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을 때도 만원 한 장 받지 못했다. 형들이 사주는 간식이 전부였던 김성대. 그러나 그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경기가 더 잘 풀렸다.

"이스트로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당연히 싫죠(웃음). 그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가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냥 게임하는 것이 즐거워 라면만 먹어도 행복하고 부담감 없이 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그때 말이죠."

이스트로 해체가 결정된 뒤 김성대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 당시 김성대가 한참 성적이 잘 나오던 시기였기 때문. 게다가 KT나 SK텔레콤 등 지원이 좋은 게임단에서 저그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김성대의 이스트로 시절은 막을 내리게 됐다.

◆더 힘들었던 KT로의 이적

이적하면 모든 것이 잘될 줄만 알았지만 KT로 이적 후 김성대는 오히려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책임감 강한 김성대의 성격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김성대는 지난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고백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팀에 들어왔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연습 환경도 최고였고요. 그런데 성적이 안 나오더라고요. 계속되는 부진을 씻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힘들었어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볼 때마다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KT로 이적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김성대는 그때부터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던 김성대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압박감을 처음 받다 보니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피플] 순박한 청년 KT 김성대의 솔직한 이야기


"아무래도 이스트로가 해체된 뒤 2개월 정도 게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쌓였나 봐요. 초반에는 계속 지기만 하더라고요.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보니 제 실력이 돌아왔는데도 이기는 법을 잊어 버린 듯 이상한 플레이만 하는 거에요.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르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술 한잔으로 다진 우정

김성대가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져있을 때 힘이 돼줬던 것은 역시 동료들이었다. 이영호와 황병영, 고강민은 김성대가 힘들어 할 때마다 옥상이든, 공원이든 맥주 한 캔씩 마시며 김성대를 위로해줬다. 그들 덕에 힘을 낸 김성대는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경기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하고 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이)영호,. (고)강민이형, (황)병영이형이었어요. 경기가 끝난 날 힘들어하고 있는 저를 불러내 술 한잔 하면서 힘을 주곤 했죠. 아마 동료들이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이영호는 인터뷰에서도 김성대의 이름을 자주 언급하며 그를 독려했다. 자신을 그렇게 이끌어 주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성대는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부터 드디어 김성대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옥상에서 동료들과 술 한잔 하던 생각에 웃음이 나곤 해요. 혹자는 KT가 선수들끼리 별로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마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걸요. KT 팀워크의 비결은 아마도 선수들끼리의 우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감하지 못했던 과거

포스트시즌 갑자기 날아다니기 시작한 김성대.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성대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포기했어요. 그랬더니 잘되더라고요."

쉬운 말 같지만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뭘 해도 계속 지던 김성대는 모든 것을 자포자기 했다고 한다. 팀에서 퇴출 당해도 할말 없다는 생각까지 한 김성대는 그 때부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오히려 결과는 더 좋았다. 그것을 보면서 김성대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연패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어떻게든 운영으로 상대를 이겨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운영으로 이겨야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운영만 고집하게 되고 저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빌드나 전략을 짜기가 수월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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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운 김성대는 이후 손 가는 데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사라졌고 운영으로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지워버렸다. 연습 때 자주 패한 전략이라 해도 감이 좋으면 과감하게 사용했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경기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연습 때는 과감한 전략이나 다양한 전술을 많이 사용해요. 그런데 승률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시 운영을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연습 때와 실전은 확실히 달라요. 연습 때는 동료들이 내가 무엇을 할지 알기 때문에 잘 막는 것이지만 실전에서는 상대를 당황시킬 수 있는 전략들이 무궁무진하잖아요. 그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죠."

결승전에서 어윤수의 본진으로 과감하게 저글링 올인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스타리그 듀얼토너먼트에서 전태양을 상대로 최종전에서 7드론 전략을 선택한 것도 모두 마음을 비운 김성대가 손 가는 데로 플레이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경기였다.

"예전이라면 결승전에서 감히 올인 공격을 할 수 있었겠어요? 스타리그 진출을 앞둔 최종전에서 7드론을 한다는 것도 예전의 김성대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플레이에요. 하지만 이제 저는 저를 믿게 됐어요. 제 생각과 센스대로 경기를 하면 잘 풀린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이제 남에게 보여주는 플레이는 하지 않을 겁니다."

◆고맙고 미안한 우정호

김성대는 아직도 우정호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항상 자신을 우산처럼 받쳐줬던 우정호가 갑작스럽게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면서 김성대는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워낙 무뚝뚝한 성격인 김성대는 우정호에게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정호형이 저와 같은 시기에 슬럼프에 빠졌을 때가 있었어요. (우)정호형이 쉬는 시간에 연습하러 가자고 불렀는데 저는 원래 쉬는 시간에는 연습을 안 해요. 그래서 싫다고 했더니 (우)정호형이 처음으로 화를 내더라고요. 엄청 혼났어요. 그때 깨달았죠. 내가 변했었구나, 예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쉬는 시간에 연습을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나태해졌구나 생각이 드니 아찔하더라고요."

힘들었던 시절 우정호의 충고와 격려는 김성대에게 큰 도움이 됐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던 우정호에게 병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성대는 흔한 위로 한마디 하지 못하고 우정호를 숙소에서 떠나 보내야 했다.

"정말 미안해요. 자주 연락도 하고 내가 먼저 소식도 전해야 하는데 성격이 그러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항상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에요."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많이 쌓고 싶다는 김성대. 훌쩍 커버린 실력만큼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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