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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KT 이지훈 감독 "이영호는 선물같은 존재"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KT 이지훈 감독 "이영호는 선물같은 존재"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에 스타리그 조지명식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허영무 선수를 인터뷰 하면서 지난 시즌 우승자로서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봤는데 선택은 크게 무리 없었지만 운에 맡긴 추첨에서 허영무 선수가 엄청난 조를 만들었더군요. 집에서 TV를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조에 KT 이영호를 선택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두 번째 추첨에서 같은 팀 김성대를 뽑으며 자신의 손으로 팀킬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허영무 선수가 이번 시즌은 처음에는 편하게 하고 나중에 힘들게 해 다시 한번 결승전에 진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했는데 초반부터 정말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가을의 전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듯 정말 최선을 다한다면 힘든 길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영무 선수의 조추첨을 지켜보면서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허영무의 손을 가장 원망했을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님이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더군요. 지난 시즌 프로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을 추스르고 차기 프로리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타리그 한조에 같은 팀 선수 두 명이 속한다는 것은 그다지 좋지 못한 소식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지훈 감독님이 생각난 것은 다른 이유도 많았는데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선수들이 있었을 때도 우승하지 못했던 KT를 두 번의 우승으로 이끌었고 스페셜포스팀도 잘 이끄는 등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지훈 감독님에게 최고라 불리는 이영호 선수가 과연 어떤 선수인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지훈 감독님과 즐거웠던 인터뷰 현장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프로리그 결승전, 그 이후

서연지=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쉬셨던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지훈=처음에는 평범한 질문이 나올 줄 알았더니 초반부터 강력한 질문이군요(웃음).

서연지=매우 평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 처음 물어본 건데(웃음)/

이지훈=준우승한 감독에게는 무척 하드코어한 질문이죠(웃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더라고요. 두 번의 우승을 하고 난 뒤 준우승이니 충격이 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정 반대였거든요. 결승전 날 1층에서 SK텔레콤이 뒷풀이를 했고 우리는 2층에서 뒷풀이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거의 축제 분위기였어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버리기 위해 선수들 모두 즐기더군요. 후회 없이 경기를 했기 때문인지 선수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사실 7세트까지 가게 되면 아무리 이영호가 나간다 하더라도 힘들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출전 했던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했고요. 그날 준우승 충격은 다 날려버렸던 같아요. 그리고 휴식을 취한 뒤 워크숍도 자녀오고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준비에 몰두했죠.

서연지=2년 내내 SK텔레콤을 상대로 우승을 한 뒤 같은 팀에게 패한 것은 속상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KT와 SK텔레콤은 서로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이지훈=저희가 두 번 우승했으니 이제는 같이 먹고 살아아죠(웃음). 아마 SK텔레콤이 독기를 품었고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우리는 정말 한 경기 차이로 졌잖아요. 우리가 실력으로 밀린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고 나서 사무국이나 단장님께 칭찬 받는 일은 쉽지 않은데 저희는 이번 결승전이 끝나고 많은 격려를 받았어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고생한 것을 알아주신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SK텔레콤에게 패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전자나 CJ엑 패했다면 정말 충격이었겠죠.

서연지=이래서 e스포츠가 재미있지 않나 싶었어요. 결승전에서 정규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저그가 3승을 했고 정규시즌 내내 팀을 살렸던 이영호와 김대엽이 3패를 할 줄 누가 예쌍했을까요?

이지훈=그래서 우리가 지고 나서도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팬들에게도 졌지만 오히려 재미와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요.

사실 마지막 맵을 (김)대엽이도 연습 시켰어요. 하지만 이영호가 그러더군요. 아무리 상대가 이 맵을 선택했다고 해도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에이스 숙명이라고. 저 역시도 KT 코칭스태프로서 자존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영호를 출전시켰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KT 이지훈 감독 "이영호는 선물같은 존재"

생각해 보면 2세트에서 정명훈을 이겼다면 7세트도 이겼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큰 무대에서 자신의 밑에 있다고 생각했던 2인자 정명훈에게 패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겠어요. 복싱으로 비유하자면 복부를 계속 맞아 다리가 풀린 상태에서 또 경기를 나가버린 것이죠. 하지만 그것 치고는 경기력이 너무나 좋았어요.

서연지=이영호가 나오면 안 되는 맵이었지만 이영호를 택한 것을 보고 지난 시즌 결승전 생각이 났어요. SK텔레콤 박용운 감독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김택용을 출전시키지 않아 엄청 욕먹었잖아요.

이지훈=그때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죠. (김)택용이도 도망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사실 그 부분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KT는 우리만의 자존심이 있는 팀이에요. 이영호는 나서야 할 때와 책임져야 할 때를 확실히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행운이죠.

(이)영호가 정말 힘들었을 텐데 모든 것을 짊어져줬고 그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해 줬다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드라마 쓰는데 재미 들린 KT 롤스터?

서연지=이상하게 KT는 우승하고 난 뒤 차기 시즌을 최하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가 후반에 드라마를 쓰면서 결승전에 올라가고요. 항간에는 '이지훈 감독이 드라마를 쓰는데 재미가 들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이지훈=모든 스포츠가 겪고 있는 우승 후유증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우승을 맛보고 난 뒤 상금과 연봉상승, 해외 전지훈련 등 우승자로서의 모든 것을 누리다 보면 초반에는 해이해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2년 연속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가다 보니 어떻게 하면 해이해 진 선수들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지 많은 것을 배웠어요. 선수들도 중반이나 후반이 되면 '조그만 더 열심히 하면 다시 지난 시즌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의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웃음)?

서연지=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초반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때 더 힘드셨던 것 같아요.

이지훈=죽겠죠(웃음).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으니 답답했죠. 사실 지난 시즌 초반에 꼴찌를 했던 것은 스타2 영향이 있었어요. 2라운드부터 스타2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1라운드에서 스타2를 병행했어요. 다음 시즌으로 스타2 도입이 미뤄졌다는 이야기에 2라운드부터는 제대로 연습했지만 말이죠.

아마 저그 선수들이 제일 힘들었을 거에요. 저그 선수들이 스타2를 병행하면서 스타1을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그래서 저그가 정규시즌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 포스트시즌에는 기량을 회복했는데 정규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서연지=우승자로서 많은 것을 누렸고 사무국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을 텐데 초반에 성적이 좋지 못하면 감독으로서 굉장히 미안할 것 같아요.

이지훈=사실 우리끼리는 돌이켜 보면서 '우리 정말 멋있지 않냐'고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웃음). 하지만 사무국에게는 초반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미안했죠. 우승에 상응하는 처우를 충분히 해줬는데 보답은커녕 꼴찌로 보답을 하는 것 같아 진짜 미안했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KT 이지훈 감독 "이영호는 선물같은 존재"

서연지=이번 시즌에도 왠지 초반에 하위권에 쳐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으로 알아요.

이지훈=스타2 준비를 다른 팀들보다 늦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혹시 뒤로 쳐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죠. 이번 스타2 프로리그는 코칭스태프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상대 종족에 따라 대진표에 따라 어떤 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선수들보다 코치들에게 스타2를 더 열심히 하게 하고 있어요. 다행히 코치들이 모두 선수 출신이다 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따라와주고 있어요.

◆선수 출신 감독의 장점? 단점?

서연지=스타크래프트 선수 출신이 아닌 다른 종목 선수 출신으로서 최초로 한 프로게임단 감독을 맡고 있잖아요. 힘든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이지훈=처음부터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만 지도하기 위해 감독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종목들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천후한 감독이 목표였기 때문에 KT도 저를 감독으로 선택했던 겁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다른 종목 출신 선수라는 사실 하나가 제 발목을 자주 잡더라고요. 피파 출신 선수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바라보는 시선들이 힘들기도 했고요.

제가 생각해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감독이 하는 일이 선수를 코칭하는 일뿐만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사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다른 종목 선수 출신 감독이라는 사실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성적이 잘 나오니 그런 부분들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연지=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물론 지금 성적이 잘 나오기 때문이겠지만요(웃음).

이지훈=그렇죠. 지금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피파 게이머로서 정말 많은 결승전을 치렀고 큰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자랑 같지만 제가 KT에 오고 나서부터 (이)영호가 개인리그에서 우승하기 시작했고 WCG, 프로리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승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영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서연지=선수 출신이다 보니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 같아요.

이지훈=가장 좋은 점이기도 하죠(웃음). 선수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다 보이거든요. 선수들은 아마 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자기들이 감독들을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알면서 다 눈감아 주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 사실 저도 정수영 감독님 시절 많이 도망 다녔거든요(웃음).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보여요.

서연지=그래도 요즘 선수들은 예전 선수들과 많이 달라서 다루는 법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이지훈=요즘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을 선수들보다 더 많이 봐요.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요즘 트렌드를 알아야 하거든요(웃음). 모르는 가수가 거의 없죠. 가끔 집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선수들과 이야기 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웃음).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KT 이지훈 감독 "이영호는 선물같은 존재"

서연지=그 덕분에 선수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있잖아요.

이지훈=선수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선수들을 코칭하기 무척 힘들어요. 그래서 뭐든 선수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요. 쉬는 날 영화 보러 간다고 하면 저도 끼곤 하죠. 축구를 같이 한다거나 탁구를 같이 친다거나 뭐든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서연지=선수들이 반기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이지훈=그렇더라고요(웃음). 가끔 슬금슬금 저를 피하거나 몰래 나가곤 하더라고요(웃음).

*2편에서 계속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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