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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그들을 부러워하라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게이밍(이하 MLG) 스프링 시즌 챔피언십은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에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이었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 대한 전세계 팬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장이었고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는 무대이기에 충분했다.

지난 5월 한국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스타2를 활용한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2년 동안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지만 e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과 세계화라는 대승적인 목표를 위해 연합의 길을 택했다.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프로리그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스타2라는 두 개의 종목으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1만을 플레이하던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스타2라는 새로운 종목을 숙련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얻었다. 스타2를 병행하겠다고 발표한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자신의 이름과 팀의 명예가 걸린 프로리그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스타1 선수들의 스타2 실력은 보잘 것 없었다. 프로리그 첫 주차에 선보인 경기력은 처참하다는 평가를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스타2의 특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스타1처럼 플레이하면서 아직 적응되지 못했음을 재확인시켰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흘러가면서 선수들의 스타2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등장했고 상대방의 유닛 조합과 상성에 맞춰 대항 유닛을 만들어냈다. 서서히 나아지고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1과 스타2로 병행해서 진행되는 프로리그가 개막된지 3주차에 스타1 최고의 스타들은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MLG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했다. 스타2 선수들과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는 선수들끼리의 대결이기에 부담감은 덜어졌다.

'택뱅리쌍'이라 불리는 SK텔레콤 김택용, 삼성전자 송병구, KT 이영호, 8게임단 이제동, CJ 신상문, 웅진 김민철, SK텔레콤 정명훈, STX 김윤환이 MLG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애너하임 컨벤션센터를 찾은 팬들은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선수들의 어색한 영어 인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현지 시각으로 9일 밤 9시부터 진행된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에서 관객들은 협회 소속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해외에서는 프로리그를 챙겨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스타2 실력에 대해 외국 팬들은 처음 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 명씩 승자가 나타날 때마다 환호했고 선수들의 스타2 실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협회 소속 선수들의 스타2 실력에 대한 현장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앞서 벌어진 MLG 스프링 챔피언십에 나선 선수들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따라잡으려면 여전히 시간과 연습, 노력이 필요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10일 열린 MLG 스프링 챔피언십을 협회 소속 선수들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9일 경기를 치른 선수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협회와 게임단 관계자들은 애너하임 주변 관광을 제안했고 선수들의 발길은 경기장이 아니라 애너하임 시내로 향했다.

MLG 스프링 챔피언십 스타2 결승전은 대단했다. 'DRG'라는 아이디를 쓰는 저그 박수호가 이호준, 이정훈 등 강자를 연파하며 결승에 선착했고 GSL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양준식이 패자전에서 세계 유수의 강호들과 국내 정상급 선수들을 연파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두 선수의 결승전 경기는 명승부였다. 저그 박수호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양준식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박수호가 3대1로 승리하면서 우승했고 파란의 주인공이었던 양준식도 큰 박수를 받았다. 박수호의 우승이 확정되자 현장 관객들은 아이디인 'DRG'를 연호하면서 우승을 축하해줬다.

박수호는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의 우승을 무대 뒤에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 자리에 서고 싶었고 팬들이 내 아이디를 불러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고.

만약 협회 선수들이 결승전 현장에서 이 모습을 봤다면 무엇을 느꼈을까. 승부욕을 느꼈을 것이고 스타2에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팬들의 환호성이 'DRG'가 아니라 '플래시'나 '제동', '비수', '스토크'가 되기를 바라면서 투지를 끌어 올렸을 것이다.

아직 실력이 일천하다고,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가 늦다고 안주할 여유는 없다. 스타1으로 진행되던 유일한 개인리그였던 스타리그가 문을 닫는다고 공표됐고 차기 시즌부터 스타2로 리그가 재개된다. 또 GSL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인터넷 용어에 '부러우면 진다'는 말이 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부러움이 승리를 가져오는 원동력이 된다. 박수호의 우승을, 그를 응원하던 팬들의 함성을 부러워하라. 그리고 자극을 받아라.

스타1에서 세계 최강이었던 실력을 스타2에서도 보여줘야만 스타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미국 애너하임=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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