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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프로리그의 쇠락인가

2004년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처음으로 지켜본 광안리 결승전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10만 명이 모였다는 매체들의 기사가 '오버'와 과장이었을 수는 있어도 광안리 해안가를 가득 메운 인파는 'e스포츠 기자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5년 SK텔레콤과 KTF의 이동 통신 맞대결 결승이 광안리에서 성사됐을 때에도 뿌듯했다.

이후 프로리그 결승전을 찾는 인파는 점차 줄어들었다. 2006년에는 소나기가 발목을 잡았고 2007년과 2008년에는 이전 두 해의 집객을 이뤄내지 못했다. 2009년(08-09 시즌) 이틀 동안 광안리 특설 무대를 빌려 결승전을 치르면서 파격을 시도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따라잡지 못했고 2010년(09-10 시즌) KT와 SK텔레콤이라는 2005년의 전설들이 다시 광안리를 찾았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011년(10-11 시즌) 중국 상하이에서 결승전을 치르려 했으나 비 한 방울 맞지 않은 상황에서 철수해야 했고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프로리그 결승전을 찾는 관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2년 9월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의 결승전 CJ 엔투스와 삼성전자의 대결에 모인 관객은 눈대중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2004년에 모인 인파의 1/100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역대 최소 관중이 모인 결승전이라도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숫자였다.

프로리그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이유는 너무나 많다. 프로리그를 주관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행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리그 전체의 인기가 하락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의 병행과 관련해 인기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두 종목을 병행하느라 힘들어했고 프로리그 동안 아무런 홍보 활동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팬 유입에 실패했다.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관심도도 떨어졌다. 10-11 시즌 이후 3개의 기업이 프로게임단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협회는 부랴부랴 8게임단을 꾸렸지만 리그의 인기를 끌어 올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게임단들도 과거만큼의 홍보나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팬을 모으지 못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인 CJ와 삼성전자의 결승전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배치되는 좌석을 채우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평소에 탄탄하게 팬 클럽을 유지하고 인기를 끌었다면 이 정도의 처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종목 선정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5개월전에 치러진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벌어진 이번 결승전의 패착은 새로운 종목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시즌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가 결승을 치렀고 종목은 스타1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CJ 엔투스와 삼성전자 칸이 대결을 펼쳤고 종목은 스타1과 스타2였다. 보유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의 숫자도 비슷하고 기업들의 이름값도 비슷하지만 집객에서 이와 같은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분명 종목의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타2라는 종목이 아직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결승전이 이미 끝났으니 과거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향후 프로리그라는 브랜드를 스타2로 끌어가야 하는 협회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9월22일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e스포츠 브랜드로 불렸던 프로리그의 몰락은 곧 e스포츠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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