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1)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1)
기흉 판정을 받고도 프로리그 결승전 무대에 올랐던 사나이. 동료들에게 함께 힘든 일을 이겨가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줬고 그것만으로도 팀의 사기를 크게 증진켰으며 결국 팀이 우승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의지의 사나이. 한동안 웃지 못했지만 이제는 활짝 웃으며 미래를 꿈 꾸고 있는 사나이.

첫 줄만 읽고도 누구의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CJ 엔투스 신동원이다.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개인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차세대 저그 선수로 주목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던 신동원.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거둔 뒤 인터뷰 요청에 "결승전이 끝난 뒤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말을 아낀 신동원이 드디어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타났다.

한 때 CJ의 에이스로 지목 받았던 신동원이었지만 지금의 위치는 보잘것없는 그저 CJ 저그 선수 가운데 한 명일뿐이다. 그가 출전한다고 해도 예전만큼 팬들이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정상의 자리에 한번 섰던 선수가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동원은 그저 묵묵히 연습에 임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말이다. 무뚝뚝하고 말도 별로 없고 자신의 감정 표현 하나 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천상 남자 신동원. 그가 오늘은 입을 열어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부진

신동원은 자신을 두고 '타이밍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항상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필 그의 부진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를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병행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시작됐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에이스로 거듭났을 때는 김정우가 은퇴를 선언했고 김정우가 복귀하자마자 갑자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누가 보면 김정우와 신동원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신동원은 타이밍(?)의 제왕으로 떠올랐다.

신동원은 이런 추측 앞에서 그저 웃음만 지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들이지만 아예 부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부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이유가 있는 부진이었다는 것이다.

"스타2와 스타1 병행이 결정된 뒤 부진이 시작된 것은 진실입니다(웃음). 프로게이머들은 팬들보다 병행 사실을 더 일찍 알았어요. 고민의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던 것이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제가 스타1에 그 정도로 애정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니까요."

신동원은 스타1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을 뿌리칠 수 없었다. 마인드가 잘 잡혀있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스타1에서 이뤄야 할 업적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그가 부진할 때 새로운 게임인 스타2를 연습해야 했던 것이다.

"갑자기 다른 게임을 하라고 하는데 누구들 좋았겠어요. 게다가 제가 스타1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아직 더 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런 말이 참 웃길 수도 있는데 스타1에 대한 집착 때문에 스타2에 쉽게 대해 마음을 열지 못했어요. 게임이 사람도 아닌데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무척 공감되는 말이다. 스타1에 열광하고 좋아했던 팬들이 스타2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듯 신동원 역시 팬들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며 연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게 된 것이다.

"스타2 실력은 나쁘지 않았어요.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었거든요. 그런데 마음이 안가다 보니 의지와 열정이 점점 식는 것이 느껴졌어요. 확실히 마음을 다잡지 못하게 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더군요."

종목 변환으로 찾아온 슬럼프. 그러나 그는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신동원에게는 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승자라는 굴레

최근 몇 년간 개인리그에서는 로열로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점점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우승도 해본 사람이 계속 한다고 꾸준한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그래서 '택뱅리쌍'의 시대는 몇 년째 계속됐다.

그 와중에 새롭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신동원에게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택뱅리쌍' 이외의 선수가 우승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신동원 역시도 자신이 우승자라는 뿌듯함과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음의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하게 된 것이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우승 전에는 누구와 붙어도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 경기, 한 경기를 준비했어요. 연습도 경기도 마음 편하게 임했고요. 하지만 우승하고 난 뒤에는 한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지더라고요. 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좋아야 우승자로서 체면이 선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졌어요."

신동원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부담감을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그러나 팀 내에 이런 신동원에을 붙잡아주고 조언해줄 만한 선배는 없었다. 선배도 드물었을뿐더러 신동원과 같은 경험을 한 선수가 없었다. 유일한 우승자였던 김정우는 은퇴한 상황이었던 데다 신동원 본인도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성격이 못됐던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우승도 해본 사람이 계속 한다는 말이 맞다니까요(웃음). 정신력이 강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우승하고 난 뒤 (김)정우형이 은퇴하고 CJ의 에이스 자리를 맡은 것이 저에게는 기회였지만 동시에 부진의 늪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1)

신동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폭풍을 우산과 우비 없이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그가 흠뻑 젖어 이제는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우승과 맞닿아 있었던 부진이라는 늪을 알아차리기에 신동원은 너무 어렸다.

"어느 누가 우승이 바로 부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겠어요. 물론 지금이야 그것을 잘 알게 되고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충분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는 어렸고 아무것도 알 수 없었어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죠."

◆신동원에게 김정우란?

신동원은 병행과 우승으로 인한 부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자신의 성장과 부진이 김정우와 연관이 있다는 예측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오히려 김정우를 너무 배제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1)

김정우가 은퇴한 뒤 신동원은 갑자기 에이스가 됐고 김정우가 돌아오자 신동원은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에이스 자리를 김정우에게 내주고 말았다. 누가 봐도 김정우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죠. 그저 (김)정우형을 믿고 따랐어요. 라이벌은커녕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도 생각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습니다."

신동원은 우승 후 김정우와 가진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정우는 내심 신동원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그것이 김정우가 복귀한 뒤 빠르게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는 고백을 듣게 됐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차'했어요. 저는 (김)정우형을 믿고 의지하는 라이벌로 생각했어야 했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라이벌은 서로 물어 뜯는 것이 아닌 서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만드는 지표였는데 그저 동료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면 안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만 했어요. (김)정우형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다시 한번 잡았습니다. 이제 (김)정우형은 제 라이벌입니다. 각오하셔야 할거에요(웃음)."

*2편에서 계속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