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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2)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2)
*1편에서 이어집니다.

한 때는 저그 최강자 이제동을 이을 차세대 저그로 주목 받았던 신동원은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온 부진 때문에 힘든 나날을 겪어야 했다. 담담히 지난 날에 대해 말했지만 당시 신동원은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힘들었다던 선수의 표정이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침착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천성인가 보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신동원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진을 겪으면서 프로게이머를 그만둬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지금에서야 이유를 예측하며 다시 그런 부진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알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 힘들었고 혼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신동원은 누구보다도 의지가 강한 선수였다. 한 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승을 일궈냈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누구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동원을 두고 동료들이 "남자 중의 남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변명을 하기 보다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 뒤 나중에 덤덤히 그 때의 감정을 말하는, 요즘 보기 드문 성격을 가진 사나이다.

◆자진해서 연 지옥의 문

신동원이 혹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조금씩 나왔던 것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신동원의 경기 출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패해도 김동우 감독은 신동원을 기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엔트리에 신동원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자주 물어 보더라고요. 혹시 김정우 선수처럼 우승하고 돌연히 은퇴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그때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답답했지만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신동원이 엔트리에 이름이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연습실에서는 스타2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유독 방송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신동원은 김동우 감독을 직접 찾아가 잠시 휴식을 달라 청했다.

"사람은 가끔 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의 휴식이 지금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처음으로 제 감정을 솔직하게 김동우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김동우 감독님도 계속 내보내는 것보다는 저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신 듯 보였어요. 그리고 저의 긴 휴식이 시작된 거죠."

그렇다고 신동원이 진짜 휴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김동우 감독 역시 신동원이 그저 쉬려고만 했다면 휴식을 주지 않았을것이다. 신동원은 김동우 감독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뒤 자신의 휴식을 2군 숙소에서 보냈다. 즉 지옥의 문을 열고 다시 자신을 던진 것이다.

"CJ 2군 숙소는 유명하죠. 혹독하기로 유명합니다(웃음). 솔직히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곳입니다. 그곳을 빠져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했는데요. 하지만 저에게는 초심이 필요했어요. 아무리 그곳이 지옥이라 하더라도 다시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죠. 그저 게임에만 몰두하던 그 시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스스로 지옥의 문을 두드린 신동원. 그리고 그는 우승자 출신, 에이스라는 꼬리표를 모두 떼고 신인 시절로 돌아가 2군 숙소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연습생 모드로 돌입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신동원의 2군 숙소 생활은 두 달 남짓 지속됐다.

"힘들었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오히려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거잖아요. 게임만 하면서 예전에 느꼈던 열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때 알았죠. 저에게 부족했던 것은 실력이 아니라 열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2)


한 경기, 한 경기에 대한 소중함, 팬들과 만나는 것에 대한 설렘, 예전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웠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한 것이 돼버린 상황에서 신동원은 스스로 열정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진한 원인을 알아냈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스로 2군 연습실이라는 지옥의 문을 다시 연 신동원은 환골탈태한 뒤 다시 1군 숙소로 복귀했다. 그리고 조금씩 실력을 키워갔고 스타2에서 래더 최고 순위까지 올라가는 등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에게는 높이 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멀리, 높이 나는 새 될게요"

정규시즌 내내 칼을 간 신동원은 SK텔레콤과 플레이오프에 이름을 올리며 깜짝 카드로 등장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깜짝 카드였을지 모르겠지만 신동원은 자신을 깜짝 카드로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신동원은 자신이 당연히 1승을 거둬야 하는 '1승 카드'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방송 경기에 자주 나가지는 못했지만 이미 제 실력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아마 상대 입장에서는 제 이름을 보는 순간 안도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동안 방송 경기에 나오지 않으면서 어떻게 훈련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상대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그 점을 노렸죠."

그리고 신동원은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중요한 1승을 따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신동원은 그 순간 김동우 감독의 얼굴이 떠오르며 드디어 믿음에 보답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이전에도 믿어 주셨고 그렇게 부진할 때도 저를 믿어 주셨던 감독님이세요. 만약 이번에 제가 패해 팀이 패한다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또다시 저를 믿어 주셨어요. 매번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는데 드디어 믿음에 보답한 것 같아 뿌듯했어요."

잘 풀릴 것 같았던 신동원은 프로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또 한번의 시련을 겪었다. 기흉 판정을 받아 결승전을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신동원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 현장에서 CJ라는 이름으로 희로애락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피플] '부진했던 우승자' 신동원의 솔직한 고백(2)


다행히 응급상황은 아니었지만 언제 공기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한 연습은 금물이었다. 결승전 출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신동원의 눈빛을 본 김동우 감독은 다시 한번 신동원을 믿어보기로 한 듯 결승전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4대1로 CJ가 삼성전자를 꺾고 우승했지만 저 혼자 패했죠. 아직도 아쉬움이 남지만 팀이 우승했기 때문에 상관 없었어요. 단지 제가 이겼다면 감독님께 더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하더라고요. 하지만 팀이 우승하고 나니 모든 것이 덮어 지더라고요. 역시 우승은 정말 꿀맛인 것 같아요."

이번 프로리그 우승으로 신동원은 그동안 부족했던 자신감까지 회복했다. 전보다 더 높이 그리고 멀리 날 수 있다는 각오로 충만하다. 우승한 뒤 오히려 나락으로 빠졌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거듭날 자신도 생겼다. 그렇게 신동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고가 될 준비를 마치고 우리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꿈에 그리던 프로리그 우승도 해봤으니 이제는 스타리그 우승을 해야겠죠? 전보다 더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으니 더 멋진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 이전보다 더 높이 멀리 나는 신동원이 될게요.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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