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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웅진 떠난 손승완 코치 "귀농으로 인생 2막 열겠다"

[피플] 웅진 떠난 손승완 코치 "귀농으로 인생 2막 열겠다"
웅진 스타즈의 손승완 코치가 선수 육성 대신 가정을 택했다. 오랜 시간 동안 몸담았던 e스포츠를 떠난 손 코치는 귀농을 통해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그가 정든 게임단을 벗어나 시골로 내려간 이유는 건강이 악화된 아내 때문이다. 지금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 손 코치는 게임단 대신 가족을 택했다.

◆아내의 건강 악화 후 달라진 삶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는 손승완 코치는 게임단에서 코치로 일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남들은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 생활을 한다지만 손 코치는 잘해야 한 달에 한 번 부산집을 방문했다. 게임단이 리그 일정을 한창 소화할 때에는 석 달에 한 번 내려간 적도 있다. 가정보다는 게임단에 더 목을 맨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손 코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부산에서 두 아이를 키우던 아내가 지난해 10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간호 조무사로 일하며 가정을 지키던 아내는 남의 건강을 챙기느라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했다. 수술을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통원 치료를 하면서 장기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지난 시즌 최다 세트 득실을 기록하고도 포스트 시즌에 가지 못해 칼을 갈았던 웅진이 12-13 시즌에 들어오면서 승승장구하는데 일조했던 손 코치는 아내의 투병 생활을 관리해야 했기에 코치직을 포기했다.

"코치 생활을 그만두기까지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웅진 스타즈가 꾸려진 이후 계속 선수단을 관리했고 올해에는 정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죠. 결과물을 낼 시점에 아내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죠. 게임단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저 또한 아쉬움이 많았지만 저를 위해 희생해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충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손 코치의 아내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웅진 스타즈는 가급적이면 코치 생활을 유지하면서 아내를 돌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말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부산에 내려가 간호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했다. 아내의 수술이 잘 끝났고 회복 속도도 빨랐지만 손 코치는 게임단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임단에도, 아내에게도 충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 코치는 가정을 택했다.

손 코치는 마우스와 키보드 대신 농기구를 손에 잡기로 결정했다. 마늘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아버지를 도우면서 아내의 간병에 충실하기로 했다. 수술을 마친 아내와 함께 손 코치는 경상남도 창녕으로 내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마늘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른 사람들이 귀농하는 모습을 TV로만 봤는데 제가 그 길을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재미가 생겼고 최근에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귀농 교육을 들으면서 흥미가 생기고 있어요."
[피플] 웅진 떠난 손승완 코치 "귀농으로 인생 2막 열겠다"

◆가족의 소중함
손승완 코치가 가족 곁으로 돌아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딸인 서영이와 유미다. 손 코치와 떨어져지낼 때는 낯가림이 심했는데 더 이상 낯을 가리지 않는다. 손 코치가 밭일을 나가면 같이 손을 잡고 따라 나선다. 결혼 생활 6년차, 게임단을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이제야 제가 진정한 가장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아들로, 아내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죠. 세 역할 모두 아직은 낯설지만 금세 적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해야 했던 일인데 하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게임단을 떠났지만 웅진 스타즈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여전한다. 낮에 마늘 농사를 마치고 TV를 켜면 아직도 게임 채널에 자연스레 손이 간다. 프로리그 경기 중에 웅진의 경기는 꼬박꼬박 챙겨본다. 그리고 선수 지도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김유진과 송광호의 경기가 나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죠. 프로게이머, 코치를 하면서 1020 시절을 보낸 제가 직업을 바꿨다고 해서 e스포츠 리그를 보는 재미까지 끊을 수는 없었어요. 리모콘을 잡거나 PC 앞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게임 채널, VOD로 손이 가요. 웅진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서는 VOD나 재방송을 통해 챙겨 봅니다. 웅진의 프로토스 선수들, 특히 신예에서 에이스로 성장한 김유진, 신인이지만 대박을 터뜨릴 송광호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분석하고 있는 저를 느낍니다. 코치 때의 습관을 아직은 버리지 못한 것 같아요."

얼마전 자신의 이름으로 땅을 장만하는 등 본격적으로 귀농에 들어간 손승완 코치는 농업 관련 블로그를 만들고 있다. 농사가 단순히 작물을 심어 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더 많은 수확을 만들어내는 과학이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싶다고. 코치 때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매일 일지를 쓰던 습관을 마늘 농사에도 적용하고 있는 그는 인터넷상에 사진과 글을 남기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단다.

"게임단 코치라는 직업을 농업인으로 바꿨지만 무언가를 키우는 일은 똑같다"고 말하는 손 코치는 웅진 스타즈가 프로리그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웅진 스타즈라는 땅에 거름을 주고 씨를 뿌렸지만 열매를 수확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빚을 졌어요. 웅진이 프로리그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직접 본다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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