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레전드 파워를 키우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6060734010077961dgame_1.jpg&nmt=27)
미국이 프로 스포츠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권위를 얻고 천문학적인 마케팅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리그에 대한 권위를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아 경쟁을 시키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월급을 주는 것만으로는 세계 최고의 프로 스포츠를 운영한다고 볼 수 없다. 누구나 뛰고 싶은 리그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스타 플레이어들을 탄생시키고 새로 유입된 선수들에게 레전드가 될 수 있다는 불가능할 수도 있는 꿈을 심어주는 일이다.
지난 1일 아이템베이 소닉 스타리그의 결승전에 스타1 시대의 인기 플레이어였던 홍진호와 박정석이 초대됐다. 레전드 매치라는 이름의 이벤트로 진행된 경기에서 홍진호와 박정석의 인기는 여전했다. 전성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에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고 경기 안에서 나누는 채팅 한 줄, 유닛 움직임에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를 마친 이후에는 팬들의 사인 공세와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모습도 프로다웠다.
홍진호와 박정석이 스타 플레이어로 여전한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과 매너라는 개인적인 요소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한창 인기를 얻었던 시절, 두 선수가 속한 게임단은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팬들과의 접점을 늘렸다. 또 방송이나 인쇄매체들도 기사들을 쏟아내며 대중들에게 이들을 알렸다. 단지 경기 기사 뿐만 아니라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까지 기사로 쏟아져 나오면서 팬들과의 친화도를 높였다. 전성기를 지난 이후에도 홍진호와 박정석은 인기를 이어갔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그 결과 한국은 e스포츠 스타 플레이어들을 여럿 탄생시켰다. e스포츠를 처음 알리는데 1등 공신이 된 '황제' 임요환을 비롯, '폭풍' 홍진호, '영웅' 박정석, '천재' 이윤열 등은 4대천왕이라 불리면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다. 그 뒤를 이어 '택뱅리쌍'이 만들어지면서 e스포츠의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인기가 하락세를 걸으면서 스타 플레이어들의 인기 또한 하향세를 걸었고 뒤를 이을 스타들은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초창기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e스포츠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스타크래프트2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한국의 e스포츠 인기를 이어갈 홍진호, 박정석과 같은 레전드들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력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택뱅리쌍 이후로 무려 5년 동안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증거다.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 경기가 많아서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는 편협한 선수 보호, 이긴 날에만 시행하는 팬 서비스 등은 팬들을 늘리고 인기를 얻는 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적극적인 선수 알리기 작업, 스타가 되기 위한 선수 개개인의 프로로서의 마인드, 방송이나 매체 등을 통한 팬들과의 교감 등 삼박자가 맞아야만 레전드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레전드가 배출되지 않는 프로 스포츠 종목은 하향세를 맞이하며 사라진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