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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올드보이의 저력

[기자석] e스포츠 올드보이의 저력
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 결승전의 화두는 간절함이었다. 9년만에 프로리그 결승전에 다시 오른 웅진 스타즈(한빛 스타즈의 기록을 포함한 것)와 10년만에 결승전 무대를 밟은 STX 소울(STX의 후원을 받기 전 기록)이 대결하며 화제를 모았다. 메이저리그에 비유하자면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 전 보스턴 레드 삭스와 '염소의 저주'에 발목을 잡히면서 80년 동안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가 맞붙는 듯한 느낌을 줬다.

e스포츠계에서 연륜이 오래된 감독을 꼽으라면 웅진 이재균, STX 김민기 감독이 단연 1, 2위를 다툰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발매된 이후 크고 작은 대회가 열렸고 두 감독은 게임을 잘하는 아이들을 모아 팀을 만들었다. 1999년 당시 무려 70여 개의 게임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이 감독의 SM팀과 김 감독의 SouL도 그 중에 속해 있었다. 두 감독이 이끄는 게임단은 우여곡절 끝에 기업팀과 연결됐고 14년이 지난 3일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웅진 스타즈와 STX 소울의 결승전 대결은 STX 소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STX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결승전까지 똑같은 선수들을 내놓으면서도 웅진을 꺾었고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던 웅진 입장에서는 결승전 승리로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두 팀의 대결은 최종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처럼 멋진 승부였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박대만 곰TV 해설 위원과 박정석 나진 e엠파이어 감독. 두 사람은 웅진 이재균 감독이 한빛 스타즈를 이끌 때 함께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박대만 곰TV 해설 위원과 박정석 나진 e엠파이어 감독. 두 사람은 웅진 이재균 감독이 한빛 스타즈를 이끌 때 함께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결승전 경기 내용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승전을 관전하러 온 관계자들에게 더 눈이 갔다. 12-13 시즌 프로리그에 출전했지만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던 6개 게임단의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관전하면서 자리를 빛낸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웅진과 STX를 응원하기 위해 참가한 올드 게이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의미가 더욱 컸다.

이재균 감독과 김민기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게이머들은 대부분 현장을 찾았다. 이 감독이 SM팀을 만들 때 함께했던 강도경, 김동수를 필두로 한빛 스타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정석, 박용욱, 박대만, 김준영, 얼마 전까지 웅진 스타즈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손승완 등 인연을 맺었던 선수들이 응원 차 방문했고 김 감독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박상익, 서지수, 최연식 등이 결승전을 함께 했다.

올드 게이머들에게 웅진과 STX라는 기업의 이름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재균, 김민기라는 이름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10대, 또는 20대에 감독과 선수로 인연을 맺어 10년 넘도록 연락하며 지내온 올드 게이머들에게 감독이라는 존재는 부모님과 다름 없다. 오히려 부모님보다 더 오래 얼굴을 보아왔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자 친구나 진로 등 개인적인 고민이 생기면 부모님이 아닌 감독에게 달려갈 정도였으니 사소하게 넘길 관계가 아니다.

이재균과 김민기의 휘하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게이머드들은 이제 대부분 30대에 접어들었다. 강도경은 코치로, 김동수는 e스포츠 관련 회사에서 마케팅 실무자로, 박정석은 나진e엠파이어의 감독으로, 박대만과 박용욱은 해설자로 일하면서 e스포츠계와 인연을 맺고 있다. 박상익 또한 얼마전까지 oGs의 감독으로 일했고 서지수는 은퇴 이후 개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e스포츠의 여제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균, 김민기 감독이 오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것을 두고 "성적도 좋지 않았던 감독들이 명이 참 길다"며 백안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드 감독들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e스포츠가 자리를 잡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10년 넘도록 팀을 유지하고 선수들을 육성, 배출한 이들의 숨은 노력 덕에 e스포츠가 지금의 입지까지 올라섰다는 점은 분명 재평가되어야 한다.

10년을 넘어 20년, 30년까지 이들이 e스포츠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김성근, 김응룡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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