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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TX 김윤환 "'소울'로 모든 꿈 이뤄 행복해요 "

[피플] STX 김윤환 "'소울'로 모든 꿈 이뤄 행복해요 "
프로게이머 시절 그의 별명은 '얼음왕자'였습니다. 이겨도 크게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고 패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죠.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에게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사생활에 있어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인지 같이 생활하는 선수들조차 그의 철두철미함에 고개를 내젓곤 했죠.

그러나 그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하나로 뭉쳐 프로리그 우승을 일궈낸 직후 그는 지금까지 어떤 선수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팬들과 관계자들 모두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프로리그 결승 무대를 눈물 바다로 만든 주인공은 바로 STX 소울 김윤환입니다. 전형적인 노력형 프로게이머라 불렸던 김윤환. 우여곡절 많았던 프로게이머 시절을 거쳐 플레잉코치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얼마 전 깜짝 군 입대를 발표하며 또 한번 관심을 받은 김윤환. 올드 게이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다 준 김윤환과의 이별은 더욱 마음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정작 김윤환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모든 꿈을 이뤘기 때문인 듯 김윤환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선수로도 코치로도 능력을 인정 받았던 김윤환. '얼음왕자'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앞으로 그가 걸어가야 할 미래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소울을 지켜주세요"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에서 군 입대를 선언했던 김윤환. 팬들에게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었던 소식이었겠지만 김윤환은 이미 올해 초부터 군 입대를 결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선수들 역시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김윤환과 함께 하는 마지막 프로리그, 선수들은 더욱 그의 말을 잘 들어줬고 혼연일체가 돼 결승전을 준비했습니다.

김윤환은 우승 후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코칭 스태프로서 선수들을 다독여야 할 위치였고 최고참으로서 침착하게 인터뷰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승이 결정된 직후 신대근이 다가와 "그렇게 믿어주시고 열심히 도와주셨는데 져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김윤환의 눈물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선수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김윤환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선수들은 더 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윤환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으며 그 자리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봤던 선수들은 김윤환의 눈물에 코 끝이 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캐릭터로 굳어져 있기에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그동안 함께 고생한 선수들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 그리고 이들도 이 무대에 함께 설 수 있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이 제 눈물샘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시즌 내내 STX 소울은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인해 끊임없이 해체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포스트시즌이 치러지기 바로 전에도 STX가 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흐럴 나왔죠. 결승에 진출하고 나서도 선수들은 '포상'에 대한 이야기는커녕 "이 무대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경기를 준비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김윤환은 선수들의 촉촉해진 눈가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순리대로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저에 비해 STX 소울 선수들은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스타2에서 이미 빛을 발한 이신형 뿐만 아니라 백동준, 조성호, 변현제, 김도우, 신대근, 김영주, 김성현 등 모두가 정상에 설 기량을 갖고 있어요. 8명 모두 계속 함께 하고 싶어하고 그들이 같이 하는 한 소울은 계속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어요. 전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소울이라는 이름이 반드시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이제야 최고가 된 그들이 다시 흩어진다거나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요."

[피플] STX 김윤환 "'소울'로 모든 꿈 이뤄 행복해요 "


겉으로는 별 감정도 없고 자기 관리에만 철저한 '얼음왕자'같아 보였지만 김윤환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생각하는 속 깊은 코칭스태프였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그들의 노고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김윤환은 결승 무대에서 그렇게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울을 지켜주세요. 군 입대 후에도 선수들이 여전히 저 무대에서 함께 게임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마음 언저리가 이렇게 아픈 채 군대에 입대하고 싶지 않아요. 그들이 계속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제 마지막 소원이랍니다."

◆천재가 아니었기에 더욱 빛났던 '우승'
김윤환은 소위 말하는 천재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윤환을 처음 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게임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소질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가 소울 시절 팀플레이를 전담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가 초반에 얼마나 실력이 좋지 않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 대부분 신인 때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요? 전혀 아니었죠(웃음). 테스트를 봤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내저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난 뒤 기쁨이 더 했던 것 같아요."

김윤환은 모든 단점을 노력으로 극복했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 더 연습하고 몇 배 더 노력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지독한 연습 벌레이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는지 동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백동준은 "(김)윤환이형은 경기 전날 TV도 보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연습에 몰두한 뒤 밥 먹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선수들과 농담도 하지 않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성호 역시 "도저히 일반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참고 억제하며 자신을 컨트롤했고 그렇게 축척한 에너지를 모두 게임에 쏟아 부었다"고 말했습니다.

동료들의 이 같은 평가에 김윤환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단호하게 김윤환은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아는데 극복하려면 남보다 덜 자고 더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쉬운 해결책을 우리는 잊고 살았었나 봅니다.

"저에게는 이제동과 같은 빠른 손놀림도 없고 이영호같은 순간적인 판단 센스도 없습니다. 김택용처럼 멀티태스킹에 능하지도 않고 송병구처럼 탁월한 게임 감각도 없고요. 저에게는 오직 노력이라는 무기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모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죠. 남들과 다른 무기를 지니려면 더 많이 노력해서 '노력'이라는 것을 무기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더 혹독하게 몰아갔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최고가 돼야 하잖아요."

[피플] STX 김윤환 "'소울'로 모든 꿈 이뤄 행복해요 "

예전에 김민기 감독이 "김윤환처럼 어떤 일을 하면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말한 의미를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김윤환은 그렇게 최고가 되기 위해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무기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덕에 지금까지 몇 백 명의 프로게이머 가운데 몇 안 되는 개인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꿈을 이뤄내다
사람들은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끝을 생각합니다. 김윤환에게 사실 은퇴는 먼 이야기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이 전환되지 않았다면 김윤환은 지금도 여전히 현역 프로게이머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윤환에게 스타크래프트2는 넘기 힘든 벽이었습니다.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예전처럼 노력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게임을 즐겨보기 위해 테란으로 종족도 전환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선수로 뛰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김윤환은 자연스럽게 은퇴를 생각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 꿈 꾸던 대부분을 이뤘지만 딱 하나 못 이룬 꿈이 있었어요. 바로 프로리그 우승이었죠. 은퇴를 하기에는 아쉬움이 컸어요. 마지막까지 한번 노력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사실 코치로서 재능도 조금 발견했어요(웃음)."

김윤환의 선수 시절 별명은 '브레인'이었습니다. 전략적인 플레이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빌드를 워낙 잘 만들어냈고 다전제 판짜기 능력이 워낙 좋아 붙여진 별명입니다. 팀 입장에서는 코칭 스태프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을 김윤환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선수는 아니더라도 김윤환은 어떤 형태로든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어 코치로 보직을 옮겼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의 이신형이 있기까지는 김윤환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저 게임을 잘하는 선수에서 '뭘 할지 모르는 괴물'이라는 호칭을 얻기 까지 이신형의 뒤에는 전략적인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김윤환이 있었습니다.

"예전 (이)신형이의 플레이는 단순했어요. 일단 자원을 많이 가져간 뒤 병력을 많이 생산해 교전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선수였죠. 그런데 그 기본적인 것을 정말 잘했어요. 여기에 전략이 더해진다면 완전체가 될 수 있었죠. 이번 시즌 이신형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던 이유도 이신형을 '괴물'로 만들면 팀이 우승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윤환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신형의 존재는 팀에 큰 활력소가 됐고 결국 STX는 프로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김윤환은 이제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e스포츠인 되고 싶어요
프로게이머로서 김윤환의 꿈은 모두 이뤄졌지만 e스포츠인으로서 김윤환의 꿈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김윤환은 남은 꿈 하나를 조심스럽게 공개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반드시 성공한 e스포츠인으로 인터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피플] STX 김윤환 "'소울'로 모든 꿈 이뤄 행복해요 "


"지금까지 개인리그에서 우승까지 한 프로게이머가 e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1호가 되겠습니다. e스포츠에서 성공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유명한 사람이 된 뒤 인터뷰 요청하면 해주실 거죠(웃음)?"

내내 '얼음왕자'같은 표정을 짓던 그가 마지막에는 '뜨거운 눈물'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e스포츠에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군 제대 후 김윤환과 또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김윤환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준 e스포츠의 산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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