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기자는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사실 프로게이머와 기자가 친하게 지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찌됐건 직업적으로 한 명은 취재원이고 한 명은 취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선을 지키지 못하면 기자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선수 역시 아무리 친해져도 기자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과는 마음을 터놓고 친해질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09년이죠. KT가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세부로 포상 휴가를 떠났을 때 기자도 같이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혼자 여자였던 저를 배려해주고 챙겨주면서 정호와 급속도로 친해졌고 그에게 개인적인 충고를 할 정도의 친분관계를 유지했습니다.

2010년 정호가 프로리그를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기자에게 "무엇을 해도 피부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기자 역시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곤욕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우정호에게 "피부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장기라든가 몸에 다른 문제가 있어 그럴 수 있으니 병원에 가봐라"고 이야기했죠.
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계속 병원을 미루던 정호에게 급성백혈병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전해들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정호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가 머리 속으로 생생하게 들려왔고 멍한 나머지 기사도 쓰지 못할 정도로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죠.
주장을 맡은 뒤 자신이 박정석처럼 모범적인 주장이 아닌 것 같아 고민이라던 그. 언제나 후배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든 그.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끔찍하게 생각했던 그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정호는 팀 동료들을 마치 친형제처럼 걱정하고 챙겼습니다. 그가 선수들에게 많은 잔소리를 늘어놔서 선수들은 귀찮았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선수들은 정호를 싫어했을 수도 있죠. 그러나 정호는 선배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동료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그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정호가 어떤 선수였는지는 한 에피소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남승현이 프로게이머를 그만둬야겠다는 고민을 전했을 때 정호는 기자에게 "내가 무엇이라 조언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더군요. 계속 잡는 것도 그렇다고 계속 일을 하라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다며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걱정했습니다. 기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너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겠다는 이야기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충고했고 그때 정호는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그것이 가장 힘이 되는 조언일 것 같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정호는 마음으로 동료들의 고민을 나눠주는 추장이었습니다.
정호가 투병생활을 할 때 병원을 찾아갔었지만 그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필이면 하루에 한 번밖에 면회가 안 됐을 때 갔고 기자보다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맞다 판단해 정호가 있는 병실 밖에서만 기도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간호사들의 말로는 정호는 병원에서도 자신의 미소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고 합니다.
우정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자는 임신 8개월이었던 상황에서도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원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산부는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만류도 있었지만 정호의 마지막 길을 꼭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명품 원피스를 사주겠다고 약속한 정호의 따뜻한 마음을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전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통곡했던 저도 막상 장례식장에 가니 눈물은 나오지 않더군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직도 정호가 미소를 머금고 달려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정호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호의 장례식장에 함께 갔던 뱃속에 있던 아이가 태어나 지금은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가 나중에 크면 꼭 정호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마음씨 착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돼 줬던 정호는 기자뿐만 아니라 아마 정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마음 속에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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