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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이름이 뭐에요? "CJ 김정훈입니다"

[피플] 이름이 뭐에요? "CJ 김정훈입니다"
대부분 선수를 인터뷰 하기 전에 이름을 자꾸 잊어 기사를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선수를 하는 경우가 많고 프로리그나 개인리그 등 공식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선수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팬들에게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선수를 인터뷰 하기 위해 CJ 숙소를 가는 길에 기자는 몇 번이나 이름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선수의 인터뷰였기 때문에 이름이 귀와 입에 익지 않아 실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댓글에서 팬들은 '그 WCG 단번에 뚫어낸 CJ 프로토스가 누구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더군요. 그 선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갑자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팬들조차도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팬들과 관계자들을 이처럼 혼란 속으로 몰고 간 선수는 바로 CJ 김정훈 입니다. 아직까지 프로 자격증도 따지 못한 준프로게이머인 CJ 김정훈이 '사고'를 쳤습니다. 처음으로 출전한 공식전 WCG에서 단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죠. 그것도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꺾고 말입니다.

◆'갑툭튀'한 그,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인터넷 용어 중 '갑툭튀'라는 줄임말이 있습니다. 이는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이라는 뜻의 줄임말인데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가운데 갑작스럽게 이슈가 된 사람들을 가리켜 '갑툭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김정훈 역시 팬들에게는 '갑툭튀'한 인물이었습니다. CJ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CJ 소속이라는 것 그리고 프로토스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프로토스 종족을 선택했다는 것 이외에 김정훈에게 대해 알려진 것은 전무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어디서 선수 생활을 해보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예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프로팀에서 이름 없이 연습생이었던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넘어오면서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스타2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김정훈 역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훈은 어떤 팀에도 소속된 적이 없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선수들은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스타2가 출시된 뒤 그저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였을 뿐이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직했던 인재였습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회사 생활을 했죠. 사람들이 제가 어디에선가 선수 생활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더라고요. 준프로를 획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무슨 선수 생활을 했겠어요. 그래서 팬들뿐만 아니라 관계자들도 '갑툭튀'라고 놀라신 것 같아요(웃음)."

[피플] 이름이 뭐에요? "CJ 김정훈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것일까? 김정훈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추억을 전했습다. 그는 장래희망을 프로게이머로 적어 냈고 그때부터 막연하게 프로게이머를 꿈 꿨습니다. 하지만 그의 학업 성적은 꽤 좋았고 엔지니어링 관련 공부를 계속하면서 흥미를 느꼈죠.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도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고 추천서를 써줬고. 김정훈은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6학년 때 장래희망으로 프로게이머를 적었던 기억을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김정훈은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2를 계속 플레이했고 군 입대 전 자신의 꿈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그냥 평범하게 회사 다니다 군대 다녀온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6학년 때까지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죠."

반대할 법도 하지만 부모님 역시 김정훈의 선택을 지지해 줬습니다. 그가 여태껏 허튼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 역시 김정훈에 대한 믿음이 있었죠. 그렇게 모든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김정훈은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WCG에 목숨 걸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던 김정훈도 다른 신예들처럼 좌절을 겪었습니다. 테스트에서는 1위를 하며 당당히 CJ 연습생으로 입문했지만 프로들과 대결에서 김정훈은 처참하게 무너졌죠. 계속 패하면서 '내 선택아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기는 것이 그렇게 어렵겠냐는 생각을 했는데 착각이었어요. 정말 어렵던데요(웃음)? 특히 (신)동원이형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어요. 프로의 벽 그리고 우승자의 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깨닫고 조금씩 진지해지기 시작했죠."

김정훈은 연습 일정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실력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준프로도 아니었던 김정훈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없었습니다. 프로리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격이 되지 않아 그저 경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그때가 제일 괴로웠어요.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됐다는 생각을 했고 코칭스태프도 제 실력에 대해 믿어주셨는데 프로리그에 나갈 수가 없는 거에요. 동료들의 출전을 지켜만 보면서 속으로 계속 한을 쌓아갔어요. 그게 WCG에서 터진 것 같아요(웃음)."

WCG 한국대표 선발전 예선에 나갔을 때 김정훈은 8강까지는 무조건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차기 프로리그에서 자신이 꿈 꾸는 위치에 오르려면 우선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 경기가 펼쳐지는 8강까지는 어떻게든 올라가기 위해 김정훈은 이를 악 물고 연습에 임했죠.

"솔직히 열심히 한다고 생각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막상 WCG 8강까지 가니 욕심이 생기는 거에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돌풍 한번 일으켜보자는 의지가 생겼어요. 8강만 뚫어내면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어요. 아직도 신기해요."

[피플] 이름이 뭐에요? "CJ 김정훈입니다"

예선에 나갈 때만 하더라도 본인 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한국대표. 그러나 김정훈은 당당하게 해냈고 동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김정훈은 자신이 펼쳐갈 꿈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후회는 미리 할 수 없다"

WCG 한국 대표로 선발된 김정훈은 예전처럼 아무런 목표 없이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결심을 마음 속으로 진작에 세워놨죠. 반짝 관심 받는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김정훈은 아직도 노력 중입니다.

"프로게이머를 하는 동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원래 후회는 지난 후에 하는 것이지 미리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돌아보고 난 뒤 후회하지 않는 그런 미래를 꿈 꾸기 위해 현재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 겁니다."

김정훈은 당장 WCG 그랜드파이널에서 좋은 성과를 낸 뒤 프로리그에서 CJ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웠습니다. WCG에서 이름을 알린 뒤 WCS 등 개인리그에서 우승해 정점을 찍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성실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게으름을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어요. 구체적인 목표와 최종 목표 모두 정했으니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배울 선배들이 너무나 많아요. CJ에 들어온 것에 감사하고 팀이 프로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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