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지난주에는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원거리 딜러 '스페이스' 선호산을 만나봤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의 첫 대회인 지난해 스프링 시즌부터 참가하며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키운 선호산은 지금은 어엿하게 전통의 강호 프로스트의 주전 원거리 딜러를 꿰찼습니다. 선호산은 항상 웃는 얼굴과 푸근한 인상에 뛰어난 실력까지 갖추면서 인기 또한 수직 상승했는데요. 선호산은 지난 서머 시즌에서 4강에 그쳤고, 시즌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출전까지 무산됐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올 WCS 2013 한국 대표 선발전과 윈터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호산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 'LOL STAR'에는 최근 가장 '핫'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선수인 CJ 프로스트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를 초대했습니다. 시즌3 롤드컵 객원 해설자로 활약 중인 이현우는 자신이 검색어 1위에 오를 경우 리 신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본 팬들은 정말로 이현우를 검색어 1위에 올려놨는데요. 다소 어설펐지만 이현우는 LOL 챔피언인 리 신으로 분해 동작과 대사를 더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현우의 리 신 코스프레 영상은 삽시간에 LOL 커뮤니티를 점령했고 하루종일 검색어에 걸려있는 등 상당히 화제가 됐었죠.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천하고 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팬들은 이현우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현우는 인터뷰 내내 팬들의 관심에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는데요. 이현우는 만약 살이 찐 뒤 또 한 번 이런 기회가 찾아올 경우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선보이겠다며 웃음 지었습니다.

이현우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리 신 코스프레에 대한 이슈 외에도 선수 생활과 해설자에 대한 생각, 안티 팬과 악플에 대한 견해 등 진중한 목소리를 냈는데요. 궁금하시다면 어서 본문으로 들어가 보시죠.

최근 이현우 선수가 선보인 리 신 코스프레가 장안의 화제에요(웃음). LOL 팬들 사이에서도 온통 그 얘기 뿐이었죠.

이현우=팬들이 보내주시는 관심에 감사드린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전 정말 축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덕분에 '롤스타'에 한 번 더 초대가 되서 기쁘네요.

자신의 영상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이현우=사실 돌려 볼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웃음). 최근 친구가 링크를 줘서 알게 됐는데 '롤갤 7대관문'이라는 영상이 있어요. 두 번째 관문만 봐도 힘든데 제 영상은 일곱 번째에 있더라고요(웃음).

그 영상 못 본 LOL 팬들이 있다면 꼭 찾아서 보라고 하고 싶네요(웃음). 이현우 선수 영상을 보면 초반에 장님 연기가 수준급이에요.

이현우=새벽부터 중계를 하다보니 정말 피곤하고 졸렸어요. 정신이 멀쩡했다면 부끄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을텐데 반쯤 정신이 나가 있다보니 흐느적거리면서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복장이 조금 아쉬웠어요. 전 웃통을 벗길 바랐는데 말이죠.

이현우=그런 제의를 받긴 했어요. 근데 죽어도 안된다고 했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살이 정말 많이 쪘거든요. 그라가스 코스프레면 모를까 리 신으로는 못 벗는다고 결사 반대했습니다(웃음).

코스프레 영상을 보면 약 1분 정도인데요. 그 사이 참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이현우=처음 온게임넷과 얘기를 맞출 때 1분 이상 혼자하라고 하더라고요. 좀 당황했지만 애초에 준비를 많이 해서 별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1분을 어떻게 메꿔야 할지 동작이나 대사를 미리 생각해뒀죠.


이왕 하는 것 리 신의 스킬인 음파나 용의 분노도 썼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이현우=좀 더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할 수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있어요. 솜뭉치를 던지면서 음파를 쓰고, 물도 뿜고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좀 축소된 감이 있거든요. 그래도 무엇을 하든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 하자는 게 제 인생 신조라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웃음). 그리고 즐겼죠.

리 신이 복싱을 하니 색다르긴 했어요(웃음).

이현우=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실제로 복싱을 4년 정도 했어요. 킥복싱도 배우긴 했는데 겉만 핥아서 발차기는 자신이 없었어요. 또 복싱과 관련한 제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팬들에게 더 큰 웃음을 선사할 겸 쿨하게 '클템프시롤' 한 번 했죠(웃음).

한동안 운동을 쉬었을텐데 잽이나 스텝을 보니 자세는 제대로 잡혀있더라고요.

이현우=꽤 오래하긴 했으니까요. 근데 살도 많이 찌고 몸도 많이 굳었어요. 많이 부끄럽죠(웃음).

그 말을 듣고 보니 데뷔했을 때에 비하면 살이 많이 찐 것 같아요.

이현우=항상 운동을 하려고는 하는데 몸이 피곤하다보니 운동할 시간에 잠을 조금 더 자게 되더라고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말, 저도 잘 알죠. 그래서 헬스장을 끊으면 운동을 할 것 같아서 등록을 했어요. 그런데 한두 번 밖에 가지 못했어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어요(웃음).

사실 검색어 1위에 오르면 뭐든지 한다고 했을 때 이현우 선수가 뭘 할지 기대가 되긴 했어요. 그런 발언을 하면 1위에 오를 줄 몰랐나요(웃음)?

이현우=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잠을 많이 못 자서 멍하기도 했는데 그게 생방송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팬들이 저를 검색어 1위에 올려주시면 뭐든지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을 하고나서 잠깐이라도 후회가 들진 않았나요?

이현우=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나중에 리 신 코스프레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임팩트가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유행어인 '젠부샤쓰'나 리 신 성대모사를 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성대모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성대모사요? 어떨지 굉장히 궁금한데요.

이현우=원래 개그 쪽으로도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심심할 때마다 가끔 동료들을 성대모사로 웃겨주곤 해요. 라이즈, 자크, 레오나, 쉬바나 등등 똑같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할 수는 있어요.


어쨌든 공약을 지키면서 많은 팬들에게 상당히 많은 호감을 얻었어요.

이현우=김동준 해설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신의 한 수'였죠(웃음).

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코스프레를 기대해도 될까요?

이현우=상황과 시기만 맞아떨어진다면 언제든지요. 팬 여러분만 좋아해주신다면 열심히 준비해볼게요. 살이 계속 찌면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해볼까 합니다(웃음).

아마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할 것 같네요(웃음). 이제 화제를 살짝 돌려볼까요? 이번 롤드컵 객원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추석도 못 쇠고 롤드컵 중계를 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이현우=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몰래 PC방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어요. 그래서 게임과 관련한 일은 무엇이든 좋아요. 그게 연습이 됐든 해설이 됐든 말이죠.

차분한 목소리, 정확하게 상황을 짚어주는 전문성 등 언제나 그랬듯 이현우 선수의 해설이 호평을 받고 있어요. 자신의 해설에 대해 자평해 본다면요?

이현우=스스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전 지금 선수이지, 전문 해설위원은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종종 실수를 할 때도 많아요. 그래도 항상 제가 가야할 부분에 대한 것은 분명히 하는 편이에요. 해설에 대한 제 신조는 재미와 깊이, 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는 거에요. 거기에 중점을 두고 노력하다보니 팬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할 따름이죠.

이현우 선수야 원래 달변가로 유명했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해외팀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롤드컵 해설을 앞두고 따로 준비한 건가요?

이현우=게임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그 시간에 연습이나 더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기를 많이 챙겨보는 편이에요. 롤드컵 객원 해설자로 정해지고 나니까 이미 봤던 경기라도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선수들에도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롤드컵은 역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이 모인 대회인 만큼 재미있는 경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어요.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어떤 경기인가요?

이현우=겜빗 벤큐가 삼성 갤럭시 오존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경기에요. 초반에는 오존이 상당히 유리했잖아요? 그런데 오존이 하단 2차 타워를 무리하게 공략하려고 하자 그걸 놓치지 않고 곧바로 역전의 발판으로 마련하는 걸 보고 겜빗의 저력을 느꼈죠. 완전 무기력하게 보였는데 한순간 다른 팀이 되더라고요. 완전한 허허실실 전략이었죠. 그걸 보고 '역시 겜빗은 무시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뭐, 나진 소드에게 잡히긴 했지만요(웃음).

작년엔 선수로, 올해는 해설자로 롤드컵에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게 더 나은가요?

이현우=당연히 선수가 낫죠. 사실 이번 롤드컵에 나가지 못해 정말 아쉬워요. 롤드컵 중계를 하면서 많은 경기를 보잖아요? 여러 상황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만큼 아쉽다는 얘기죠. 어쨌든 선수로 뛰지는 못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맞붙는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즐거워요.

이번 롤드컵 우승은 어느 팀을 예상하세요?

이현우=SK텔레콤 T1이나 나진 소드에요. 꼭 제가 한국인이라서 꼽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부분을 따져봐도 우리나라 팀들이 가장 강한 것 같거든요. 하지만 다른 팀들도 충분히 한국 팀들을 이길 만한 저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번 롤드컵이 더 재미있는 거죠.

이현우 선수의 해설자 전향을 바라는 팬들도 많더라고요. 이현우 선수 생각은 어떤가요?

이현우=선수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해왔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결과가 기대에 미치든 못미치든 말이죠. 해설자보다는 선수에 대한 고민이 훨씬 깊어요.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있거든요. 해설에 대한 생각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그리고 제가 해설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웃음). 어쨌든 이번 롤드컵 해설은 최대한 재미있게 할테니 다들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 이현우 선수에 대한 호평 중간중간 악플도 꽤 눈에 띄더라고요. 안티 팬들에 대한 이현우 선수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현우=제 생각에 LOL에서 안티팬 많은 순위 상위권에 충분히 들만하다고 생각해요(웃음). 가끔 동료들과 그런 얘기를 해요. 팬도 없고 안티 팬도 없는 게 나을까, 아님 팬과 안티 팬 모두가 많은 게 좋을까라고 말이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둘 다 많은 게 낫다는 얘기가 더 많아요. 정말 무서운 건 무관심이거든요. 어쨌든 안티 팬도 다 관심이라는 거잖아요. 그런 힘으로 LOL도 더 커지고 e스포츠도 더 성장하는 것 같아요.

물론 좋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악플로 인해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은 상당할 것 같아요.

이현우=그렇죠. LOL 선수들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저도 선수들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축에 들지만 은근히 여리거든요(웃음). 웬만한 팀에서는 다 커뮤니티 글을 보는 것을 금지시켜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 당사자의 귀에 들어오기 마련이에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악플로 인해 부모님이 힘들어 하실 때였어요. 부모님이 알고 계신데 티를 안내시는 거에요. '아들, 요즘 많이 힘들지? 좀 더 힘내서 열심히 해'라고 말씀하실 때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저도 솔직히 그렇게 힘들었는데, 저보다 어린 선수들은 오죽할까요. 악플 때문에 서럽게 우는 선수도 봤어요. 그런 것 때문에 게임 실력이 저하되고, 그러면 더 질타를 받게 되고, 실력은 더 떨어지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에요. 그래서 안티 팬들의 악플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그럼 혹시 안티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현우=선수들을 좀 더 애정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악플이나 질타도 애정이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유치원생이 잘못했다고 막 때리진 않잖아요. 선수들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팬들과 같은 '사람'이에요. 솔직히 프로게이머는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거든요. 그럼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죠. 아까 말했던 악순환이 아닌 이런 선순환이 반복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즐겁게 대화하다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졌네요(웃음). 'LOL STAR'를 하면서 항상 선수들의 목표나 꿈을 물어봐요. 다들 저마다의 목표가 있고, 그 것을 달성하기 위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고요. 이현우 선수도 프로게이머로서는 나이도 좀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시기죠? 이현우 선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이현우=게임은 제 인생의 동반자에요. 항상 게임을 즐겨왔죠. 여자보다도 게임이 우선이었어요(웃음). 선수가 되기 전에는 열심히 일하다 은퇴해서 PC방을 차리는 거였어요. 게임을 하면서 늙어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있었죠. 그런 제가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은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은퇴를 하더라도 제 인생은 게임, e스포츠와 함께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꼭 꿈을 이뤄 오래오래 한국 e스포츠계에서 이현우 선수를 봤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현우=최근 이슈가 되면서 굉장히 당황스럽고 부끄럽지만 행복합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해 검색어 1위도 해보고 많은 팬들의 관심도 받고 말이에요.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라는 사람은 부족한 점도 많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잘못한 일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이 되는 쓴소리를 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때로는 정말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저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절 끊임없이 달리게 한 원동력인 셈이죠.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 할테니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