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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라이벌은 스토리다

[기자석] 라이벌은 스토리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작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비유한 두 단어인 각본과 드라마는 모두 스토리를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이기에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한 것에 적용하자면 스포츠는 스토리 없는 스토리라고 단순화시킬 수 없다.

스토리는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 관계란 두 사람 이상의 사이에 얽히고 섥힌 상대성을 의미한다. 엮이고 꼬이고 이기고 지고 손을 잡았다가 헤어지는 사이. 이 모든 과정들이 관계다. 이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합종연횡이 녹아 있다.

스포츠는 승부라는 단어 사이에 형성된 관계다. 스포츠에 있어 스토리를 만들기 가장 쉬운 관계는 라이벌이다. 1대1이든 팀 단위든 스포츠는 승리와 패배를 가리는 승부의 영역이다. 누가 누구를 만나 이기고 졌으며 어떤 상황을 연출했는지 하나의 사안들이 모여 관계로, 라이벌이라는 표현으로 재구성된다.

스포츠에 있어 라이벌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라이벌 관계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스페인 프리메라 리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또는 호날두와 메시, 권투의 마이크 타이슨과 에반더 홀리필드 등이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기자석] 라이벌은 스토리다

e스포츠에도 라이벌 관계가 여럿 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임요환과 홍진호가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다. 1세대 프로게이머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10년이 넘도록 라이벌 관계를 맺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현역 선수에서 은퇴했고 이제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와 예능 혹은 방송인으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 '더 지니어스 시즌2'에 함께 나서면서 e스포츠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리쌍'으로 정리되는 이제동과 이영호의 관계도 비슷하다. 대회 성적만으로는 이영호가 우세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이야기거리들이 존재해 있다. 정전록부터 시작해서 스타2에서의 희비쌍곡선 등 풀어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12일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에서는 라이벌간의 사활을 건 싸움이 펼쳐졌다.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의 대결이었다. 두 팀은 e스포츠 게임단으로서는 가장 오랜 라이벌 관계다. 모기업의 사업 분야가 비슷하고 두 기업 모두 스포츠단을 꾸리고 있기에 여러 종목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스포츠 종목에 있어 우세해 보였지만 12일 KT 롤스터가 승리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e스포츠가 성장하려면 더 많은 라이벌 구도가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2가 인기를 잃어가고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에 대한 향수가 계속되는 것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지 못한 탓에 있다. 스토리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자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영속성은 담보되지 못했다. 초창기부터 기업 게임단 시기,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전환, 은퇴 등 임요환과 홍진호가 만들어온 스토리 라인은 꽤나 탄탄하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라이벌 구도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진과 CJ가 만들어 놓은 '롤클라시코'와 SK텔레콤과 KT의 '이통사 더비' 등은 과거의 구도와 새로운 이야기가 얽히면서 급속도로 탄탄한 스토리 보드를 탄생시켰다.

라이벌 관계는 일단 형성되고 나면 서로를 자극시킨다. 상대를 꺾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투자한다. 양키스와 레드삭스는 사치세를 내면서까지 선수들을 영입하고 고액 연봉을 제시한다. 관중 유치를 위해 경기장 시설을 개보수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야구장을 새로 짓기도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도 세계 유수의 축구 선수들을 모셔 오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며 용품사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까지도 이 전쟁에 투입된다.

라이벌간의 출혈 경쟁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이로 인해 소송이 걸리기도 하고 언론을 통한 비난이 오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라이벌들의 자존심 싸움, 돈 싸움은 선수들의 연봉을 올리고 팬들에게는 충성심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 또 이를 통해 스토리는 강화된다.

라이벌이 없는 팀, 또는 선수에게는 한 없는 '돈 지X' 또는 '그들만의 싸움'으로 비추기도 하지만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마라.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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