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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세리머니가 죄인가요?

프로리그에서 파격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KT 이영호.
프로리그에서 파격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KT 이영호.
언제부터였을까. 국내 e스포츠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선수들의 각양각색 세리머니는 말 그대로 '전설'이 됐다. 지금에 이르러 세리머니라고 하면 우승자가 우승컵에 키스하는 게 전부가 됐다.

올드 팬이라면 과거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다채로운 세리머니들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빅파일 미라클을 이끌고 있는 이성은 감독은 프로게이머 시절 화끈한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특히 광안리 결승전에서 승리 후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바다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은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겸손하지 못하다느니, 예의가 없다느니하면서 말이다. 일례로 빅파일 미라클 '코어' 조용인은 CJ 프로스트와의 경기 전 맛밤을 한 입에 털어넣으며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패기를 넘어선 거만한 행동이다', '패기가 아니라 자만에 가까운 퍼포먼스였다', '도발만 하고 탈탈 털렸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을만 하다.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팬들의 비난이 무서워서다. SK텔레콤 T1 원이삭마저 지금은 세리머니를 주저할 정도다. 팬들의 비난을 두려워한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하지 않게 됐다. 세리머니나 도발이 나오지 않으니 당연히 스토리도 그려지지 않는다.

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의 말을 빌리면 스토리가 없는 e스포츠판은 경진대회 밖에 되지 않는다. 누가 더 게임을 잘하는지 자웅을 가리는, 단순한 게임 대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축구에서 골을 넣은 선수, 야구에서 홈런을 친 선수들은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한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이성은 감독은 빅파일 미라클의 롤챔스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경기석 안으로 들어가 '저질댄스'를 췄다. 여기서 승리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출한 이성은 감독은 겸손하지 못한 것일까. 관점의 차이이긴 하나 선수들의 세리머니나 도발에 겸손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재고할 문제다.

즐거움을 꼭 경기 내에서만 얻으란 법은 없다. 경기라는 '메인 디시'에 도발이나 세리머니, 스토리라는 양념이 더해진다면 e스포츠의 맛은 배가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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