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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L] 박정석, 프로리그 첫 100승의 주인공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시작된 프로리그가 10년 넘도록 이어지면서 이제는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3년 동안 계속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수많은 스타 플레이들을 낳았죠. 데일리e스포츠는 현재 e스포츠의 근간이 된 프로리그를 거쳐간 선수들을 만나 프로리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프로리그 레전드(ProLeague Legend)! 줄여서 PLL 코너입니다.

공군 에이스 시절 박정석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공군 에이스 시절 박정석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PLL의 첫 주자는 박정석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인 나진 e엠파이어의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정석은 프로리그 원년부터 참가했습니다. 한빛 스타즈 소속으로 팀플레이와 개인전을 오가면서 맹활약했고 프로리그 첫 결승전에도 팀을 올렸죠. SK텔레콤 T1의 전신인 동양 오리온과 결승전을 치렀지만 아쉽게 한빛은 패하고 말았습니다.

준우승으로 빛이 바라긴 했지만 이 시즌에 박정석의 성적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개인전에서 5승1패, 승률 83.3%, 팀플레이에서 10승2패, 승률 83.3%였습니다.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만 박정석은 두 부문 모두 83.3%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한빛 스타즈 시절 박정석.
한빛 스타즈 시절 박정석.

◆팀플레이 덕에 더 기다려진 프로리그
"프로리그라는 대회가 생긴다고 했을 때 설렜어요. 팀플레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정말 자신있어 했던 부분이었거든요."

박정석은 아마추어 시절 팀플레이에 더 재능을 보였습니다. 박정석의 아이디는 [Oops]Reach인데요. Oops는 팀플레이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클랜입니다. 박정석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기가 뛰어나더라도 팀플레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단 가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프로게이머 초창기의 박정석.
프로게이머 초창기의 박정석.

"프로게이머 데뷔하기 전에 팀플레이 대회가 참 많이 열렸어요. 동네 PC방마다 1주가 멀다하고 팀플레이 대회가 열렸는데 자주 나갔고 입상도 많이 했죠. 그래서 팀플레이가 있는 프로리그가 열린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어요."

팀플레이는 저글링, 머린, 질럿과 같은 기본 유닛이 중요합니다. 초반에 생산된 유닛을 잃지 않으면서 병력을 쌓아가고 큰 전투로 이어가야죠.팀플레이에서 프로토스가 자주 쓰였던 이유는 기본 유닛인 질럿이 실드와 체력의 2중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박정석은 교전중에 실드가 빠진 질럿을 빼내는 컨트롤을 하면서도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실력이 급상승했다고 하네요.

"스타1 브루드워에서는 럴커, 다크 템플러, 메딕 등이 추가되어 있잖아요. 전통 팀플레이 길드에서는 브루드워 버전으로 하지 않고 오리지널로 게임을 해요. 그 덕에 실력이 많이 늘었죠."

◆강도경과 찰떡 궁합
박정석은 한빛 소속으로 프로리그 두 시즌을 뛰었습니다. KTF EVER 프로리그와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였는데요. 두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대단했죠. 개인전 6승1패, 팀플레이 15승2패였죠. 팀플레이 가운데 대부분을 강도경 현 KT 롤스터 스타2 팀 감독과 호흡을 맞췄는데요. KTF EVER 프로리그에서 모든 팀플레이를 강도경과 출전해 10승2패를 거뒀고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에서는 네 번 나와서 모두 승리했죠. 두 조합이 기록한 14승2패, 87.5%의 성적은 역대 최고 승률입니다.

한빛 스타즈 시절 함께 했던 강도경(왼쪽)과 박정석(오른쪽). 가운데는 김동수.
한빛 스타즈 시절 함께 했던 강도경(왼쪽)과 박정석(오른쪽). 가운데는 김동수.

"2003년에는 대회에만 전념하기 어려웠어요. (강)도경이 형이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도 방송 진행까지 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더든요. 도경이 형이 방송하러 자리를 비우면 개인전 연습을 하면서 프로리그를 준비했고 연습실에 돌아오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먼저 하고 4~5번 연습 경기를 치르고 실전에 나갔죠."

강도경이나 박정석 모두 아마추어 시절부터 팀플레이로 실력을 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아무리 그래도 강도경과 박정석의 14승2패라는 성적은 사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정석의 프로리그 통산 팀플레이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박정석의 프로리그 통산 팀플레이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KTF 이적과 팀플레이 전담 선수
한빛 스타즈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박정석은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로 이적합니다. 당시 KTF는 강민, 홍진호, 박정석, 조용호 등 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프로리그가 인기를 끌면서 선수 영입 경쟁에 불이 붙었어요. 저도 KTF로 이적했고 팀플레이를 주로 맡았죠. 개인전은 (강) 민이 형이 맡고 저는 팀플레이에 주력하는 스타일이었어요."

KTF로 이적한 첫 해인 스카이 프로리그 2004에서 박정석은 홍진호와 팀플레이 조합을 꾸리면서 4승4패를 거뒀습니다. 강도경과 팀을 짰을 때보다는 승률이 많이 떨어졌죠.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8전 전승, 승률 100%를 달성했습니다.

KTF 매직엔스로 이적한 박정석.
KTF 매직엔스로 이적한 박정석.

박정석의 활약이 중요했던 시기는 2005 시즌이었죠. KTF는 2004년 3라운드 8전 전승, 2005년 전기리그 전승 1위 등의 호성적을 내면서 정규 시즌 23연승을 달렸는데요. 박정석은 팀플레이에 주력하면서 홍진호와 10승2패, 조용호와 3승1패를 합작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죠.

"팀플레이에 전략적인 요소가 결부되던 시기였어요. '철의장막' 같은 맵은 섬맵과 지상맵을 섞어 놓으면서 단순 힘싸움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기에 개인기가 필요했죠. 개인전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면서 매달렸던 기억이 나요."

정규 시즌에서는 펄펄 날았던 KTF와 박정석이었지만 결승전에만 오르면 약해졌습니다. 2004 시즌 3라운드에서 KOR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고 2005년 광안리 결승전에서는 숙적 SK텔레콤에게 무너졌죠. 박정석도 프로토스전 약체라고 불리던 한동욱에게 덜미를 잡히고 전상욱의 초반 러시에 당하는 등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5년 광안리 결승에서 SK텔레콤에게 지고 회식하러 갔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거에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한 명이 울기 시작하니까 다들 펑펑 울면서 눈물 바다가 됐던 기억이 나요."

◆암흑기와 공군 입대, 그리고 100승
박정석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KTF는 2006년부터 하락세를 경험합니다. 정수영 감독이 김철 감독으로 바뀌었고 신예 육성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정체기에 접어 들었죠. 박정석 또한 팀플레이에서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개인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2007 시즌에는 개인전 10전 전패라는 수모를 당합니다.

공군 에이스에서도 큰 활약을 펼친 박정석.
공군 에이스에서도 큰 활약을 펼친 박정석.

"저도 나이가 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팀플레이에 전념한 탓도 있는데 개인전 실력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후배들은 쭉쭉 치고 올라오는데 정체되어 있으니까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군에 가기로 결심했죠."

다행히도 그 당시에는 공군에서 에이스 프로게임단을 꾸리고 있었고 박정석은 오영종, 한동욱과 함께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화승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오영종이 있었고 팀플레이가 사라진 상황에서 박정석에게 몇 번이나 출전 기회가 주어질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군에 갔을 때 팀플레이가 폐지됐어요. 아마 팀플레이 전담 선수들이 개인전을 희생하는 것이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었고 팀플레이가 너무나 전문적으로 변화되면서 팬들이 보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이뤄진 것 같아요."

개인전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정석은 부활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박정석이 군에 가기 전 프로리그에서 거뒀던 성적은 개인전 10전 전패였고 2008 시즌에서는 한 경기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박정석은 특유의 근면 성실함으로 공군 관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군에서도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던 박정석은 팀플레이 전담 선수에서 개인전 카드로 전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고 변신을 시도했죠.

이긴 뒤 공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박정석(왼쪽).
이긴 뒤 공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박정석(왼쪽).

박정석의 공군 데뷔전은 김택용과의 경기였습니다. 오랜만에 출전해서인지 박정석은 그다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패했죠. 그 뒤로 변형태, 서경종 등과 더 대결했지만 연패했던 박정석은 '개인전은 안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던 2009년 1월20일 박정석은 송병구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입대 첫 승을 신고했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도 출전할 기회를 얻었죠.

송병구전을 시작으로 박정석은 하나씩 승수를 쌓아갔습니다. 군 입대전 90승에 멈춰 있던 승수는 한 단계씩 올라갔고 온게임넷 소식이었던 조재걸을 꺾으면서 통산 프로리그 99승 고지에 올랐습니다.

"프로리그 첫 100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기사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얼마나 떨리던지 경기석에 앉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박명수, 권수현, 김구현한테 지기 시작하는데 아홉수에 오래 걸려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친정팀으로 이적한 박지수와 대결했고 '단장의능선'에서 제가 이기면서 프로리그 100승을 신고했죠."

박정석의 프로리그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박정석의 프로리그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그 때 상황을 설명하면서 박정석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무언가를 달성해본 적이 별로 없던 박정석에게 프로리그 1호 100승 달성자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남아 있는 자부심입니다.

"공군에 있을 때 많이 졌죠. 팀도 지고 저도 졌지만 그 안에서 잊지 못할 상황들이 있었어요. 최인규가 김택용을 이길 때, 임요환이 핵을 쓰면서 저그를 제압할 때 홍진호가 초반 드롭으로 김택용을 잡을 때 등등은 공군을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에요. 제 100승 기록도요."

2010년 7월11일 정우용과의 경기를 끝으로 박정석은 전역을 신고했습니다. 친정인 KT로 돌아온 박정석은 2007년 1월26일 웅진 신재욱을 상대로 복귀 첫 승리를 따냈죠. 개인전 9연패를 털어내며 전역병 신화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줬던 박정석은 이후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로 프로리그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팀에서는 제가 후배들을 이끌고 연구하기를 원했어요. 원선재, 이동원 등과 함께 스타2를 열심히 했는데 저는 실력이 그리 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은퇴하기로 결심했죠."

박정석의 시즌별 프로리그 개인전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박정석의 시즌별 프로리그 개인전 성적(자료=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한 1호 선수인 박정석에게 프로리그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지금 박정석이 e스포츠계에서 일하고 있는 발판이 되어줬죠. 개인리그만 있었더라면 저는 크게 기억되지 않았을거에요. 우승 한 번이 전부잖아요. 프로리그가 꾸준히 열리고 팀플레이, 개인전을 오가며 성실하게 플레이했던 것이 팬들이 저를 기억하는 근거라고 생각해요. 참 이건 잘 모르시던데 저 있을 때 KT가 프로리그 우승했어요. 다들 공군 때 광안리 가서 구경할 때 우승한 것만 기억하시더라고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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