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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돈이 다가 아니야

[기자석] 돈이 다가 아니야
e스포츠 승부조작이 또 터졌다. 연초에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더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

지난 21일 창원지검은 이미 구속된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이승현의 승부조작 혐의 내용을 공개함과 동시에 기소했음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GSL 기권 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CJ 엔투스의 정우용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관계자는 물론, 팀 동료들까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정우용의 경우 자수로 인한 불구속 기소였지만 지난해 가을 프라임 사태부터 시작해 1년 사이에 벌써 세 번째 '비보'다.

개인적으로 더 무서웠던 것은, 정우용의 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 충격의 크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또 올 것이 왔구나"하는 담담함이 앞섰는데, 승부조작 소식을 듣고 무딘 반응을 보인 것은 비단 기자만은 아니었으리라. GSL 기권 후 자취를 감춘 뒤부터 세간의 의혹이 있어 어느 정도 예감한 것도 한 몫 했지만 반복된 고통에 무뎌진 것이 안타까웠다.

검찰에 따르면 이승현은 승부조작 대가로 7천만 원을 받았고, 정우용은 3천만 원을 받았다. 3천만 원이면 평범한 회사원들의 연봉과 다름없는 돈인데, 단 한 번의 거짓경기로 그 많은 돈을 받는다 하니 기사 댓글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식의 반응이 보이기도 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매년 진행하는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통해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왜 자꾸 승부조작 사태가 발생하는 것일까.

지난 2013년 한 단체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억 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동안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44%의 고등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중학생은 28%, 초등학생은 12%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윤리의식이 떨어짐을 알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였다.

10억 원은 연봉 3천만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년 이상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인데, 나이가 들면서 경제관념이 생기고 돈과 시간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 많은 이들이 전과기록을 남기면서까지 10억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이 최우선시 되는 사회의 단면이다. 소양교육 프로그램을 아무리 강화해도 승부조작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업으로서 그 기간이 길지 않고 미래가 불투명한 프로게이머들에겐 돈의 유혹이 누구보다 강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다 하더라도 향후 몇 년의 수입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중고등학생 때 데뷔해 연습실에서 청춘을 보내기 때문에 게임 외에는 할 줄 아는 일이 없다는 두려움이 스스로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한다. 프로게이머 이후의 직업을 찾는 것은 실제 은퇴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겪는 고민이다.

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프로게이머 중 상당수가 은퇴 후 게임 혹은 e스포츠 관련된 일로 경력을 이어간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e스포츠 업계가 크게 위축될만한 일을 벌인다면 그것은 결국 스스로 돌아올 다리를 끊어버리는 일과 같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업계를 떠나 완전히 새로운 일을 찾더라도 범죄 경력을 가진 이가 정상적으로 취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적 인지도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릇된 행동도 무감각해져 관계를 그르쳐 뭐든 적당히가 안됐어… …세상에 돈이 다가 아냐"

다이나믹 듀오와 강산에가 함께 부른 '돈이 다가 아니야'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다. 돈이란 것은 많을수록 좋지만 가사처럼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선수, 혹은 이미 잘못은 저지른 선수가 또 있을 수 있다. 성공과 돈만을 쫓다가 자신이 돌아가야 할 길을 몽땅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협회와 각 게임단들도 선수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게임단의 의무는 아니지만, 프로게이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한다면 유혹의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전보다 많은 승부조작범들이 잡혔다. 이는 수사를 통해 관련된 사람들을 더 잡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완전범죄는 쉽지 않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순간의 판단 실수로 인해 잘못된 일을 벌인 선수가 또 있다면, 팬들에게 용서를 빌고 자수하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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