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SPA컵에 대한 예상은 극과 극으로 흘렀다. 롤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롤드컵과 다른 버전으로 치러지면서 전략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예선을 통해 올라온 아마추어나 세미 프로팀의 반란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과연 롤드컵 우승팀 앞에서도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뚜껑을 열었던 KeSPA컵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2015년 서머 시즌에서 최하위에 랭크됐던 스베누 소닉붐과 레블즈 아나키가 치고 올라왔고 아마추어 팀들이 프로팀을 잡아내는 등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미 프로팀인 ESC 에버가 우승하면서 KeSPA컵은 대회의 권위에 대해 의심을 받았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싸워서 아마추어도 이길 수 있는 무대인 FA컵을 표방했지만 세계 챔피언과 굴지의 프로팀이 패한 것은 너무나도 큰 이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개월 뒤에 KeSPA컵은 명예를 되찾았다. 초대 우승자인 ESC 에버가 보여준 행보 덕분이다. KeSPA컵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IEM 시즌10 쾰른 대회에서 우승한 ESC 에버는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승강전에서 스프링 시즌 9위를 차지한 스베누 소닉붐을 맞아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KeSPA컵 초대 우승자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016년 KeSPA컵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지만 또 다시 아마추어 팀이 우승하더라도 누구도 대회의 권위나 이 팀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못할 것이다. ESC 에버가 초대 우승자로서 최고의 탄탄대로를 닦아 놓았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