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개천을 막아버린 블리자드](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7071823201816674_20170718232419dgame_1.jpg&nmt=27)
그리고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블리자드의 첫 번째 발표는 기자를 포함해 다년간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한 관계자들의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큰손'들이 많은 북미 시장 위주로 흘러갈 것, 오버워치 리그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추가로 발표될 팀들이 있을 테지만 적어도 현재까진 그랬다.
프로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는 팀들의 자본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다. 대개는 돈을 쓴만큼 성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재미는 자본력 약한 하위 팀들이 부자팀들을 잡아낼 때 느낄 수 있다. 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 시티가 빅클럽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할 때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버워치 e스포츠에선 자본력 약한 팀들이 거대 자본에 맞서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개천은 막아버리고 오버워치 리그라는 인공 호수를 만들어 허락된 자들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십 개 팀을 만들기엔 넘어야 할 자본의 벽이 너무나도 크다. 한 외신에서 총 28개 팀이 될 거라 언급했지만 1차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유럽 투자자는 하나도 없었고, 중국도 겨우 한 곳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8개 팀 모두의 계약 성사 여부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국 투자자가 나올 가능성은 더 적다. 한 대기업 프로게임단의 사무국 직원은 "그 돈을 내고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할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연간 운영비가 10~3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발언이다. 결국 오버워치 리그는 '큰손'들이 즐비한 북미 위주로만 돌아가다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점차 흥미를 잃어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워치 리그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풀뿌리 e스포츠, 피라미드 구조를 무시한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적으로 돌아간다면 지난 십여 년 간 쌓아왔던 e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단 번에 무너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리그가 성공한다면 다음에 흥행하는 게임도 이 모델을 표방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장 주도권은 자본력이 강한 자들이 갖게 될 것이고, 오랜 시간 기반을 닦아왔던 e스포츠 전문가나 선도 기업, 팀들은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기존 팀들은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블리자드. 어쩌면 블리자드는 '그들만의 고급 리그'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