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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다시 부를 수 없는 삼성이라는 이름

2017년 롤드컵 우승을 끝으로 삼성이라는 팀의 이름을 e스포츠계에서 다시 못 부를 지도 모른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2017년 롤드컵 우승을 끝으로 삼성이라는 팀의 이름을 e스포츠계에서 다시 못 부를 지도 모른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12월1일 새벽 기자는 트위터를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KSV의 CEO인 케빈 추가 트위터를 통해 삼성 갤럭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인수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가 KSV로 팔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e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 열흘 이상 됐고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중국 웨이보에 이러한 가능성이 돌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삼성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속칭 오피셜을 기다렸다.

삼성 갤럭시 게임단의 매각 사실은 KSV를 통해 발표됐다. 한국도 아니고 북미에 먼저 알렸다. 한국의 새벽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북미 매체를 통해 KSV가 삼성 갤럭시를 인수했다고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오전 7시에 보도 자료를 통해 재확인됐다. KSV가 실리콘 밸리를 기반으로 한 e스포츠 투자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피인수 게임단의 당사국인 한국은 새벽 시간이 되어서야 알았다.

여차저차해도 개인적으로는 KSV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삼성 갤럭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소유하고 있던 삼성전자(최근까지 운영은 제일기획에서 했다)는 e스포츠 업계를, 팬들을 여러 번 좌절시켰기 때문에 매각 소식도 삼성 스스로 전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7에서 삼성 갤럭시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한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kt 롤스터를 3대0으로 격파했고 SK텔레콤 T1, 롱주 게이밍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됐지만 8강에서 롱주 게이밍을 3대0, SK텔레콤도 3대0으로 무너뜨리면서 정상에 올랐다. 최소 5억 명 이상이 관전한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무대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드높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불과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KSV라는 팀에게 매각됐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했을 때를 떠올려야 하나?'라고 생각도 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영화 제목을 떠올리면서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고민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려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10년 넘도록 e스포츠를 취재해온 사람으로서 삼성의 LoL 팀 매각은 상식 밖이었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 팀을 팔거나 해체한 경우가 없지는 않다. STX가 운영하던 프로게임단 소울은 12-13 시즌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를 우승한 뒤 곧바로 해체됐다. STX는 그 당시 경영난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게임단을 운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주식은 한 주에 250만 원이 넘으며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게임단을 팔아 KSV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삼성전자의 총이익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금액이다.

삼성 갤럭시 프로게임단은 3년 전에도 비슷한 결정을 했다. 2014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화이트, 4강에 올랐던 삼성 블루에서 활동한 최윤상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선수단 중에 최우범 코치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때에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여러 매체들이 수차례 연봉 문제냐고, 처우 문제냐고 질문했고, 선수단 구성원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적하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삼성발 '엑소더스'는 2015 시즌 개막을 앞둔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업계를 뒤흔드는 지각 변동이었고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까지도 '멘붕'에 빠졌다.

3년간의 리빌딩을 통해 어렵사리 또 다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게임단을 매각했다. 얼마에 매각했는지는 모르지만 많이 받았을 것이다. 매각을 앞두고 재계약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후한 대접을 해줬을 것이다. 회사 차원이나 사무국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계속 게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나서 삼성이라는 이름을 뗀 것이기에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위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2000년부터 17년 동안 이어온,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지금까지, 칸이든 갤럭시든, 삼성 프로게임단이 최하위에 있을 때나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나 응원해준 팬들에게 이번 매각은 최악의 선물이다.

팬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팀을 마음껏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삼성 하나, 둘, 셋, 삼성 파이팅'을 챔피언스 코리아 무대에서 외칠 수 있는 이름을 마음대로 내놓은 삼성은 다시는 e스포츠에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 되어 버렸다.

단순히 리그 오브 레전드 팀 갤럭시 하나를 매각한 것이 아니라, 매각이라는 충격 요법으로 업계, 팬들의 시선을 돌리면서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e스포츠에서 발을 뺀 것이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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