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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페이커' 그리고 '도파'

[기자석] '페이커' 그리고 '도파'
지난주, 게이머의 자격을 얘기하는 칼럼이 출고된 뒤 배틀그라운드에서 과거 대리 게임 의혹을 받던 선수 중 한 명이 사과문을 올렸다. 용기는 낸 듯 보였지만, 정작 '대리'라는 단어는 없는 알맹이 빠진 사과문이었다. 게다가 본인에 대한 의혹은 오래 전부터 커뮤니티에 떠돌던 얘기인데, 기자가 칼럼으로 다루지 않았더라면 사과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어쨌거나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앞둔 OGN은 해당 선수의 사과문을 보고 소속팀에 소명 기회를 제공했고, 이후 배틀그라운드 커뮤니티에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대리 게임 의혹 제보가 잇따랐다.

물론, 이미지 합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과거 함께 대리 게임을 진행했던 이의 내부고발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자 역시 또 다른 선수들의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았으니, 아직 '운 좋게 적발되지 않은' 대리 게이머들은 아마도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

대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 중 일부는 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리 게이머로 몰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억울한 선수가 없기 위해 각 팀들은 반드시 해명하고 넘어가야만 한다.

각종 제보가 쏟아지자 대회 개막을 앞둔 OGN을 비롯해 블루홀과 펍지주식회사 등 관계자들은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진위 여부도 가려야 하고, 처벌 수위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리 게임 문제를 어영부영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이 시점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기면 대리 게이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처벌과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창단될 다른 팀들도 대리 게이머를 영입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과문을 올렸던 선수는 벌금으로 1천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20대 어린 나이에 1천만 원은 큰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 대리 게이머와 대화를 나눴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잘 나가는 대리 게이머들은 월 4~5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하고, 쉽게' 벌어들인 수익을 생각해보면 1천만 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 가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 관계자는 "대리 게이머들은 프로 선수로 뛸 생각 없이 시작했을 텐데, 이제 와서 프로를 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1천만 원 기부 소식을 들은 또 다른 팀 관계자는 "그런 식이면 우리도 1천만 원 내고 잘하는 대리 게이머 영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담이지만 분노가 녹아있었다.

일부 팬들은 다른 종목에서 저지른 대리 행위인데, 왜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못 나오게 하려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에서 승부조작을 일으킨 선수를 축구팀에서 받아줄 리는 없다.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에서 승부조작한 선수들을 받아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없다. 이전 기자석에서도 설명했지만, 최근의 e스포츠 종목들은 게이머의 레이팅과 등급을 바탕으로 선수를 선발하거나 대회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대리 게임은 이 레이팅 시스템을 훼손하고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승부조작의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리 게이머들은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의 몇몇 선수들은 운 좋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부정행위를 일삼던 게이머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 지금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다. 만약 어영부영 넘어간다면 배틀그라운드는 신규 e스포츠 종목으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종목사와 방송사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결단을 내야 한다. 주춧돌을 잘 세워야 한다.

분명 대리 게임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대회를 지켜보는 기자도 매번 놀랄 정도로 잘한다. 하지만 재능이 있다고 해서 대리 게이머들을 프로 무대에 세울 수는 없다.

우리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두 명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이머를 알고 있다. 하나는 '페이커'고 또 다른 하나는 '도파'다. e스포츠 팬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둘의 차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 누군가는 제 2의 '페이커'가 될 수 있을 테지만, 대리 게이머는 '도파'로 남을 것이다.

'페이커'를 키울 것인가 '도파'를 키울 것인가는 종목사와 방송사의 의지에 달렸다. '페이커'를 응원할 것인가, '도파'를 응원할 것인가도 팬들의 몫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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