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다거나 의심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줬을 때, 그 사람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킹존 드래곤X 리그 오브 레전드팀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두 가지 경우에 속한다.

한왕호가 속한 킹존은 지난 15일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스프링 2라운드 4주차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차지하며 1위를 확정지었다. 그 자체로 영예로운 기록이지만 한왕호에겐 조금 더 특별하다. 5시즌 연속 결승 진출 기록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왕호는 락스 타이거즈 소속으로 출전한 롤챔스 2016 스프링, 서머 정규 시즌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17 시즌엔 SK텔레콤 T1 소속으로 두 시즌 연속 결승에 오르기도. 여기에 한왕호는 킹존으로 거취를 옮긴 롤챔스 2018 스프링 시즌까지 1위에 오르며 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혹자는 '이적운이 좋았던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으나 5번이 연속되면 더이상 운이 아니다. 한왕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이적했고, 그 곳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규 시즌 1위, 결승 직행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특히 한왕호는 2018 시즌에 앞서 킹존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기량을 꽃피웠다. 기존에 호흡을 맞췄던 바텀 듀오 '프레이' 김종인, '고릴라' 강범현의 존재감이 한왕호의 적응을 도왔고, 킹존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한왕호의 성장을 받쳐줬다. 그 덕에 한왕호는 롤챔스 2018 스프링에서 KDA 8.88로 이 부문 전체 2위를 기록하는 등 펄펄 날아 다녔다.
한왕호의 시그니처 챔피언였던 리 신을 쓰기 어려운 메타가 됐지만 이는 문제가 안 되었다. 한왕호는 니달리와 리 신을 기용한 첫 경기에서 패배한 뒤 카직스라는 신무기를 곧바로 장착했다. 카직스로 세 세트 연속 승리한 뒤엔 세주아니라는 안정적인 챔피언과 니달리라는 변수 챔피언을 번갈아 기용했다. 3월 3일엔 올라프라는 챔피언으로 전장을 뒤흔들기도. 한왕호는 정파와 사파를 넘나 들었고, 누구보다 발빠르게 메타를 선도했다.

BEST.GG가 집계하는 평균 퍼포먼스 포인트에서 한왕호는 킬, 도움, 생존, 오브젝트, CS 모두 최상급의 평가를 받았다. 평균 점수는 164점. 한왕호는 정글러 중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외신 ESPN도 킹존의 승리 요인으로 한왕호의 활약상을 언급할 정도다. 한왕호는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정글러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 한왕호는 수확한 성적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고'라는 평가에도 이견이 갈렸다. 하지만 2018 시즌은 모두가 입을 모아 한왕호를 최고의 정글러라고 말하고 있다.

꾸준한 성적을 내고, 꾸준함을 넘어 더 발전적인 경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한왕호. 그는 말그대로 위대하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