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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LOL 8.11 패치는 창의성을 키웠다

[기자석] LOL 8.11 패치는 창의성을 키웠다
'혼돈 그 자체'

현재의 리그 오브 레전드 메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저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지난 12일 개막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8 서머 스플릿에서는 첫 경기부터 '탈 EU 메타' 밴픽이 등장했다. MVP는 최근 솔로랭크에서 유행한다는 정글 마스터 이-미드 타릭 조합을 들고 나와 bbq 올리버스를 압살했다. 이어진 그리핀과 한화생명 e스포츠 간의 경기에서도 원거리 딜러의 포지션에 블라디미르와 라이즈가 자리하며 기존의 포지션 개념을 깼다.13일과 14일에 이어진 경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변화는 롤챔스 뿐만이 아니다. 앞서 개막한 중국의 LPL에서 원딜 블라디미르와 미드 모데카이저가 먼저 등장했고, 브라질의 CBLOL에서도 정글 탈리야, 미드 브라움, 원딜 모데카이저가 선을 보였다. 세계적인 추세가 된 것이다.

이처럼 메타가 크게 변한 이유는 최근 적용된 8.11 패치에서 원거리 딜러들의 능력치가 하향됐기 때문이다. 기본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아지면서 초반 전투력과 생존력도 함께 낮아졌다. 필수 아이템이었던 무한의 대검을 비롯한 원딜 관련 아이템들도 상당수 너프가 적용되면서 원딜 챔피언들은 이전처럼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원딜 포지션의 프로게이머들은 승리를 위해 새로운 챔피언들을 찾아야했고, 그 결과 하단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조합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서머 스플릿 직전 메타가 변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챔피언들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역량을 오롯이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팀 코칭스태프들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양상 때문에 평소보다 더 머리를 쥐어짜내는 모습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겐 힘겨운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재미는 확실히 증가했다. 서로 싸우지 않고 버티고 버티면서 6~70분 장기전이 쏟아져 나왔던 스프링 스플릿에 비하면 신선한 조합에 난타전 일색인 현재의 메타가 훨씬 재미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평소 롤챔스 경기에서는 신선한 픽 하나만 나와도 팬들의 환호성이 들렸는데, 현재 메타에서는 그 어떤 챔피언이 등장해도 무리가 아니니 색다를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전 경기들과 같은 픽이 나와도 어느 라인에 배치될지 끝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전을 보는 재미도 생겼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됐지만 중요한 것은 '재미'다.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저들이 질리지 않고 더욱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유저층이 탄탄해야 프로씬도 오래 갈 수 있다. 당장 특정 선수나 팀의 성적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순 있어도 시장 전체로 놓고 봤을 땐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또 냉정하게 보면 패치에 적응하는 것은 그 게임을 택한 프로게이머의 숙명이기도 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덟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e스포츠로 안착한지도 벌써 8년차가 됐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는 매번 새로운 패치들로 인기를 유지해왔다. 8.11 패치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의 생존과 인기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혼돈 메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핫픽스를 통해 2~3주 안에 빠르게 변할 수도 있고, 2017 시즌의 향로 메타처럼 롤드컵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이전에 알던 개념과 많이 달라졌지만 영웅 활용에 있어 창의성이 올라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챔피언이 나올까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포지션과 챔피언의 역할이 무너진 것을 보고 있자니 6~70년대 축구의 개념을 바꿨던 '토탈 풋볼'이 떠오른다. 당시 토탈 풋볼은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 생각했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개념을 안착시켰다. 라이엇 게임즈는 8.11 패치를 통해 원거리 딜러를 하향시켰지만, 이를 통해 (마스터 이-타릭 조합을 놓고 볼 때)미드 라이너가 서포터 역할을 하고, 정글러가 라이너가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앞으로 이 같은 메타가 굳어진다면 이전의 포지션 개념과는 확연히 다른 '토탈 롤'의 시대가 도래 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18 서머 스플릿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는 EU 메타가 지배해왔다. 하지만 EU 메타는 반드시 지켜야할 '법'은 아니다. 조금만 창의성을 발휘해도 '트롤'이 돼버리는 EU 메타를 아마 라이엇 게임즈는 파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의도에서 볼 때 8.11 패치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패치에 맞춰 프로게이머와 유저들 모두 창의적으로 변한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지루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변모하고 더 오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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