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드컵이 열리기 전에 김배인을 주목하는 사람들을 그리 많지 않았다. G2라는 팀이 2016년과 2017년 유럽에서 열린 대회들을 싹쓸이했고 MSI와 롤드컵에 연달아 나오면서 이들에게 더 큰 관심이 쏠렸다. 게다가 김배인의 포지션은 직접 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서포터였기에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김배인인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인이지만 LCK에 서본 적이 없는 선수가 유럽에서 용병으로 뛰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유럽에서 인정 받은 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무대에 선 것 자체가 성공 스토리다.
Q 8강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G2 역사상 처음으로 롤드컵 8강에 올랐다.
A 우리 팀에게 가장 큰 성과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기쁘다, 해냈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많이 아쉽다.
Q 무엇이 아쉬운가.
A 좀더 멋지고 깔끔한 경기력으로 8강에 올라가고 싶었다. 2라운드를 위해서 엄청나게 준비했는데 기량으로 나오지 않았다.
Q 조 1위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인가.
A 아니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G2라는 이름의 팀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가 있었다. 우리다움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 우리다움이 보여지지 않았다.
A 2017년 G2와 2018년 G2는 상당히 다르다. 유럽을 평정하던 시기가 2017년이었다면 2018년은 천신만고 끝에 무언가를 하나씩 해내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G2만의 플레이가 바로 G2다움이라고 하겠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도 터키팀 슈퍼매시브에게 한 번 패한 뒤에 집중력을 살려고 올라왔고 2라운드에서도 남미팀인 인피니티 e스포츠에게 1세트를 대패하고도 이기면서 16강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이처럼 쉬지 않은 길을 걷지만 그 과정에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2018년의 G2다움이다.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꺾은 뒤에 퐁 부 버팔로에게 패했지만 플래시 울브즈를 잡아내면서 '우리가 드디어 팀으로서 한층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2라운드에서 플래시 울브즈와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연달아 패했고 그 결과 순위 결정전까지 치르면서 8강에 올라왔다. 성장이 지체됐던 것, 한 번 꺾였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Q 2위 결정전에서 친분이 있는 김무진과 운명의 한 판 승부를 벌였다. 마음이 어땠나.
16강 그룹 스테이지 조편성이 발표되면서 김무진이 속한 플래시 울브즈와 우리 팀이 하필이면 같은 조에 속했다. 무대 뒤에서 "같이 손 잡고 올라가자"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Q G2와 플래시 울브즈가 모두 올라가서 조 1, 2위를 가리는 순위 결정전을 치렀다면 어땠을까.
A 그렇게 되었다면 둘 다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선수이기에 순위 결정전을 치를 때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끝나고 나서는 김무진에 대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무진이 얼마나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알고 있었고 꼭 빛을 봐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Q 8강에서는 G2다움을 보여줄 수 있나.
A 우리 팀의 강점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유럽 지역의 강자로서 3년 동안 자리를 유지했기에 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경험도 엄청나게 많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준비해서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겠다. 잃을 것이 없는 언더독이 마음을 비웠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다.
Q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16강에 올라올 때에도 언더독임을 강조한 적이 있다.
A 유럽 지역에서 대표로 나선 세 팀 가운에 우리만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뛰었다. 언더독 맞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지킬 것이 많지 않다.
Q 8강에 올라와 있는 팀 중에 만나고 싶은 팀이 있나.
A 로얄 네버 기브업(RNG)이다. RNG와 같은 조에 속했던 바이탤리티가 정말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RNG를 상대로 굴하지 않았고 자기 플레이를 모두 펼치면서 승리했다. 바이탤리티의 저력을 이어받아서 우리가 RNG와 대등한 경기를 펼쳐보고 싶다.
Q 바이탤리티의 사령탑인 'Yamatocannon' 야콥 멥디 감독이 유럽 팀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G2에게도 영향을 미쳤나.
A 바이탤리티라는 팀의 역사를 아는 팬들이라면, 같이 리그에서 뛰고 있는 탐이라면 그 인터뷰를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현재 바이탤리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챌린저스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지금의 바이탤리티에 합류한 뒤 스프링에 3위, 서머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롤드컵까지 나왔다. 정말로 엄청나게 노력한 선수들이다.
롤드컵에서는 바이탤리티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강팀인 젠지 e스포츠를 두 번 모두 꺾었고 우승 후보라고 꼽히던 RNG도 잡아내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 성과를 만들어낸 야콥 멥디 감독의 인터뷰이기에 진정성이 담겨 있었고 그 울림은 우리 팀에게도 전해졌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G2다움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면서 감동을 주고 싶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