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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카트 리포팅] Who's Next?

[정준의 카트 리포팅] Who's Next?

한화생명 이스포츠 올스타전 시즌 2가 팬 여러분들의 사랑 속에 결승전을 마쳤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2020 카트리그 시즌 2 예선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스타컵 개최 소식이 전해졌고, 이제 카트라이더는 '공백기'를 최소화하면서 1년 내내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v13을 달성한 문호준의 개인전 은퇴 발표와 준우승자 유창현의 휴식기 선언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 선수의 부재로 인해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만한 스타의 탄생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제 새로운 세대가 카트라이더의 역사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쿨박의 시대
무결점 주행능력과 쿨한 성격으로 2019 시즌 2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이재혁, 거침없는 몸싸움과 화끈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흥분시키는 박인수. 이 쿨박 라인을 빼고 차세대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실전경험을 통해 자력으로 실력을 쌓은 문호준, 유영혁 등과는 달리 체계적인 프로팀의 지원과 정기적인 스크림을 통해 발전해 온 이재혁과 박인수는 이미 리그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문호준 vs 유영혁의 2강 구도로 굳어질 수 있었던 카트리그 세력 판도에 샌드박스, 락스가 더해진 4강 구도가 완성된 것도 이 두 선수의 역할이 컸습니다. 샌드박스(구 세이비어)는 팀 창단 후 2회 우승, 락스는 2020 시즌 1에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며 한화생명을 위협했고, 성적으로만 보면 아프리카보다도 뛰어난 팀이 됐으니까요.

이재혁은 훌륭한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완벽한 주행과 단단한 멘탈, 여기에 압도적인 연습량과 팀 관계자들의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더해지며 가장 이상적인 성장의 예로 평가받습니다. 레이싱 도중의 완급조절과 사고회복능력이 탁월한데다 잔실수가 적어 포인트 누적 선취 방식에서 특히 강점을 보입니다. 1등도 많이 하지만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은 것이죠.

하지만 워낙 완벽하게 다듬어진 선수이기 때문에 문호준이나 박인수가 가끔 보여주는 '에라 모르겠다'식의 각성이나 결정적 한 방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단단하게 방어하고 자신의 주행을 펼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보여주는 경우가 드문 것인데, 이런 부분은 오히려 1:1 에이스결정전이나 결승전에서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샌드박스 박인수.
샌드박스 박인수.

박인수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졌습니다. 이재혁이 차가운 물이라면 박인수는 뜨거운 불꽃같은 주행을 보여줍니다. 거침없이 들이받으며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묵직한 한 방에 목숨을 거는 플레이를 구사합니다. 샌드박스의 팀 컬러도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통제하는 수직적 구조라기보단 선수 네 명이 합을 맞춰가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수평적 구조이기 때문에, 박인수 역시 스스로 빌드와 전략을 구상하고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박인수의 플레이는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느 구간에서 스탑카트를 걸 지, 어떤 코너에서 승부를 걸어올 지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똑같은 트랙을 100번 달리면 100번 모두 다른 주행이 나오는 '본능형' 선수니까요. 다만 이런 불같은 승부사 기질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1:1 에이스결정전에서 무리한 공격이 실패해서 자멸하는 장면이나, 포인트 누적 방식의 경기에서 레이스 초반부터 사고에 휘말려 전체 페이스가 흔들리는 모습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그 날의 컨디션이나 심리적 요인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타입의 선수죠.

리그에서 최정상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두 선수지만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입니다. 지난 1~2년간 이재혁은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던 뒷심부족을 해결했고, 박인수는 그저 평범한 선수에서 특유의 거친 주행으로 정상급 라이더가 됐습니다. 앞으로 시즌이 하나 하나 지날때마다 이 두 선수는 지금보다도 더욱 성장할 것이 확실합니다.

◆모든 우승컵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전이든 팀전이든 우승컵을 한번이라도 들어올려 본 선수들의 내공은 역시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결승전이 주는 극한의 긴장감과 잦은 경기, 많은 연습량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감, 승부처에서의 결정적 순간을 모두 이겨내야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으니까요.

이번 올스타전 시즌2의 김승태가 그랬습니다. 듀얼레이스 시즌 2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김승태는 결승전 진출도 쉽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전 경기력을 보여줬고, 팀 내에서도 스피드보다는 아이템전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전 주행에서 그동안 잠자고 있던 스피드 본능이 깨어난 듯 13개의 트랙 중 무려 5개의 트랙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팀메이트인 이재혁 역시 5개의 트랙에서 1위를 기록했으니, 결론적으로 13트랙 중 10개의 트랙에서 쿨쿨..zz 팀이 1위를 싹쓸이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은 더 좋았습니다. 위험구간에서의 속도 조절이나 몸싸움의 단단함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였고, 초반부터 달려나갔을 때는 끝까지 2등에게 따라잡히지 않는 타임어택 주행이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김승태의 경기력 향상은 유창현의 이탈로 누수가 생길 듯했던 샌드박스의 전력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고, 개인전에서도 새로운 지형변화를 예고합니다.

◆배박이 큰 줄 알았더니, 최홍련이 더 컸다?
짝수 년도에만 우승, 무려 네 번의 팀전 우승을 달성한 선수가 있습니다(2014, 2016, 2018, 2020). 팀전 4강에서 16명의 스피드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항상 평균순위 15, 16등을 기록하지만 아무도 그 평균순위를 비난할 수 없을 정도로 헌신적인 블로킹을 구사하고, 아이템전에서는 사이렌으로 트리플킬 정도는 우습게 성공시켜버리는 선수, 바로 최영훈입니다.

한화생명 최영훈.
한화생명 최영훈.

모든 상대팀이 최영훈을 위협적으로 평가하지만, 지금까지 그 공포감은 스피드 러너로서의 존재감은 아니었습니다. 한화생명 선수들이 1, 2위로 위험구간을 이탈했을 때 등장하는 철벽 블로킹이나 자석-사이렌 콤보, 황금미사일 연타가 무서울 뿐이었죠. 그런데 최영훈이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이벤트전에서도 전반전 1위를 달성하며 존재감을 보여주더니, 이번 올스타전 결승에서는 평균순위 전체 3위(3.85)까지 치고 올라오는 놀라운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함께 참가했던 박인수(4.77), 김응태(4.85)보다 높은 기록이며, 한화생명 팀원들인 배성빈, 박도현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기록입니다.

이미 한화생명은 차기 시즌에 강석인을 아이템에이스로 영입하며 아이템전 전력을 더욱 끌어올린 상황인데, 최영훈마저 스피드전에서 이렇게 살아나면 그야말로 겹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호준이 달려주고 상황에 따라 배박 듀오와 최영훈이 포지션을 스위칭해가며 플레이하면, 샌드박스가 전성기에 보여줬던 완성형 멀티 포지션 전략이 가능해집니다. 실력차가 나는 팀과의 대전에서는 원래 해왔던 철벽 블로킹도 가능해질 것이고,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전략의 가짓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올스타전 한 번에 이 선수들의 부활을 섣부르게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주행하는 순간 순간에 명확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고, 또는 이미 충분히 쌓인 프로팀의 연습량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는 단계일수도 있겠죠. 어떤 상황이든 다음 세대의 주인공이 되어줘야 할 선수들의 약진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프로팀간의 스크림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아프리카의 유영혁, 김기수, 최윤서도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끌어올리는 중이고, 전대웅, 임재원 등 GC부산 E-STATS 소속 선수들도 이제는 4강 구도가 아닌 5강 구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락스의 김응태, 송용준 역시 아직도 더 성장할 부분이 남았다는 듯 활약해주고 있죠.

다음 리그는 우승자의 공백이 아쉬운 시즌이 아닌, 새로운 세대의 도약이 반가워지는 시즌이었으면 합니다.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트랙 위를 달리고 있을 카트라이더 선수들에게 팬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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