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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만화가 엄재경, "한국 e스포츠 태동 함께 한 난 행운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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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최고참 해설자인 엄재경 해설은 1990년대 만화 '까꿍'과 '마이러브'를 히트시킨 만화가다. 지난 1999년 코리아 오픈서 해설을 시작한 엄재경은 한국 e스포츠의 시작을 함께했으며 OGN(인터뷰는 오피지지 인수 발표 전에 진행됐다)과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로 진행된 스타리그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13년 동안 계속됐던 스타리그에서 해설을 맡았던 엄재경의 장점은 스토리 라인과 선수들의 캐릭터화다. '폭풍저그' 홍진호, '몽상가' 강민, '영웅토스' 박정석(현 프레딧 브리온 단장), '황제' 임요환(T1 스트리머) 등 많은 선수에게 캐릭터를 붙여줬다. 선수들의 캐릭터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불리고 있다.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LoL 챔피언스),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어로즈)를 거쳐 만화로 돌아온 엄재경 해설은 웹툰 작가로 활동하며 '마법스크롤 상인 지오'하고 '폭탄주먹 변대장'을 연재 중이다.

데일리게임 창간 14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엄재경 해설은 e스포츠 해설자가 된 배경, 오피지지에 인수된 OGN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 e스포츠 태동을 함께 한 나는 행운아였다"며 "e스포츠는 계속 발전 중이니 e스포츠를 좋아하고 팬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2019년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행사 이후 오랜만에 뵙는 거 같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A, 현재까지도 만화가를 계속하고 있어요. '마법스크롤 상인 지오'하고 '폭탄주먹 변대장'을 연재하고 있죠. '마법스크롤 상인 지오'는 시즌4가 시작됐고 게임으로도 출시됐습니다. e스포츠에서는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출연 요청을 가끔 할 때 있는데 보통 고사하는 편입니다.

Q,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요즘 세대서는 이제동과 김택용을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해설님이 활동했던 OGN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짠했지만 큰 충격은 받지 않았어요. 그럴 거로 생각했거든요. OGN에서 허준 등을 활용해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을 만들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대세는 넘어갔구나, 방송국은 이제 통하지 않는구나'라고 봤죠. 변수는 (e스포츠를 보는) 40대가 많고 젊은 층의 머릿수가 적다는 거였어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지속은 되겠지만 미래는 없다고 봤어요. 최근 어린아이들은 TV를 안봐고 전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거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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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e스포츠 해설을 10년 이상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있으신가요?
A, 매 순간, 매 순간이 새록새록 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주 많아요. 탁구대에 천을 깔아놓고 CRT 모니터를 마주 놓고 했던 했던 첫 번째 대회 해설도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 저도 엄청 젊었는데 말이죠.(웃음) 박정석과 임요환이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맞붙었던 2002년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은 '이렇게 사람이 모인다고? 이거 되겠다'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 났던 날이었어요. 무대에 올라가서 섰는데 (관중 수가)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Q, 최근에 e스포츠를 알게 된 사람들은 엄재경 전 해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거로 생각됩니다. e스포츠 해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A, 이충호 씨와 만든 '까꿍'의 매니지먼트를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하고 있었어요. 투니버스에서 갖고온 거 중에 하나가 RPG 게임을 만드는 거였고, 그 일을 투니버스에서 유일한 게임 프로그램이었던 '게임플러스' 황형준PD가 담당했어요. 원래 담당하던 PD가 게임에 대해 잘 모르니 당시 신입이었던 그를 소개시켜주더군요. 담당을 맡은 황PD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원작자가 써야 한다고 했고 저도 설득당했습니다.

같이 게임을 만드는 기획팀에 합류해서 3박 4일 동안 방을 잡고 회의 등을 했어요. 그때 황형준PD는 스타1을 활용해 스포츠 중계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는데 저는 스타1을 좋아해서 계속 게임 이야기를 하니까 저한테 (자신이 맡을 대회의) 해설을 권유했습니다. 저도 '재미로 해볼까?'라고 한 게 e스포츠 해설자로서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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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용준 캐스터, 김도형 해설과 함께 스타리그를 중계하던 엄재경 해설.
Q, 엄재경 해설의 장점은 '영웅 토스', '몽상가', '폭풍 저그' 등 수 많은 캐릭터를 만들었고, 스토리 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A, 저는 스토리 작가니까요. (웃음) 만화 일을 하는 것과 비슷했어요. 개인리그가 16강부터 결승전까지 쭉 진행되는데 8강에 들어가면 그 전의 경기를 되짚으면서 선수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재미있는 일은 없는지, 기록적으로 뭔가 심박하고 신기한 현상은 없는지 계속 찾아내서 전달하는 데 주력했죠. 게임 내적인 해설은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들이 생겨난 이후에는 그들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기에 나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았습니다. 이야기가 쌓여가는 맛이 있다 보니 미국 드라마 한 시즌을 보는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Q, 드라마요?
A, 하나의 대회가 3~4개월이 걸렸는데 대회가 끝날 때쯤이면 드라마 한 시즌이 끝나는 거죠. 지금처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제가 스토리 작가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설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당시 WWE 등 레슬링이 인기를 얻는 걸 보면서 크게 영감받았거든요. 그런 거는 다 스토리 작가가 있어서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동료 만화가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좋아하나 살펴봤더니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든 거에요. 그런 걸 보면서 이제는 내러티브는 중요하지만 캐릭터가 중요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데 비중을 많이 뒀고 '폭풍 저그', '황제' 등 많은 캐릭터를 보유하게 됐죠. 소년 만화 같은 걸 쓸 때도 그렇지만 좋은 캐릭터가 많으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대부분 작가도 (내가 만들었지만) 캐릭터들이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 같다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좋은 캐릭터가 많은데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건 일도 아니죠. 팬들이 보기에도 재미있게 본 거 같아요.

Q, 본인이 만든 캐릭터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화자가 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자부심이 있을 거 같은데요.
A, 과거 승부조작으로 타격을 한 번 입었고 지적재산권(지재권) 분쟁, 스타크래프트2 출시가 이어지면서 인기가 많았던 스타1 리그가 스타2 리그로 대체됐잖아요. 요즘 우리 아들도 프로토스 유저인데 스타1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 게임이며 팬이 있는데 리그가 끝난 것에 대해선 어이없고 안타까워요.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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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에는 e스포츠 리그 중계를 자주 보시나요?
A, 아들이 보면 옆에서 곁다리로 보는 경우는 있어요. (웃음) 아들이 오버워치를 좋아하는데 김정민 해설하고 정소림 캐스터가 하는 오버워치 리그를 보곤 합니다. 아들이 제 눈높이에서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곤 하는데 혼자서는 거의 안 보죠.

Q,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는 '페이커' 이상혁(T1) 선수를 제외하곤 선수 캐릭터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LoL 해설진에 엄재경 해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었습니다.
A, 하하. 제가 했으면 만들었겠죠. 제가 초기에 LoL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이후에 조금씩 공부하면서 게임 보는 눈이 나아지고 있었는데 강민으로 교체됐죠. 당시에는 LoL 해설을 계속할지 아니면 스타2 리그를 할지, 갈림길에 서 있었는데 방송국에서 스타2를 스타리그 브랜드로 갈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스타2가 스타1를 넘지 못했고, LoL도 엄청난 인기를 얻는 상황서 (스타2 리그가) 잘 안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배가 가라앉는데 PD인 선장은 있는데 조타수가 먼저 도망치는 건 아닌 거 같았어요. 스타2를 한 뒤 장렬히 전사하겠다고 했는데 만약에 LoL을 했다면 계속 비난받았겠지만 가기는 갔을 거에요.

만약에 LoL에 남았다면 김동준 해설이 게임 내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저는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거에 집중적으로 했을 거로 생각해요. 그랬으면 캐릭터를 부여받은 선수들이 나왔겠지만 LoL이 이후 대세 종목이 됐고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배출됐잖아요. 제가 있었다면 그림이 조금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크게 바뀌는 건 없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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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LoL에서 빠진 이후 e스포츠 중계에서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유가 있었을까요?
A, 스타2 리그를 했지만 대회가 사라진 뒤 만화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해설을 안 한다고 했어요. e스포츠 중계와 만화를 병행하기도 했지만, 빨리 돌아와서 내 타이틀을 만들어야 시간이 지나면 힘이 생길 거로 생각했거든요.

당시 OGN과 블리자드 관계자가 우리 집 근처로 와서 조금만 있으면 하스스톤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나온다, 블리자드 게임을 많이 한 제가 해설로 적임자라며 꼭 해달라고 하더군요. 승낙한 뒤 해설을 했는데 '홍차' 박정현 등 젊은 친구들이 저보다 더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잘하지도 못하는데 밥숟가락을 얹어놓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스스톤 새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OGN서 소개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제가 내레이션, 대본 등을 썼어요. 돈을 받았지만 '내 것 아닌데... 빨리 만화로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만화로 돌아와서 1년 정도는 수입 없이 지내 고통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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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보이스팩 행사 당시
Q, 2019년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버전에 전용준 캐스터, 김정민 해설과 함께 보이스팩 작업도 했고 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A, 그때 리그가 잘됐으면 해설을 다시 했을지도 모르죠(웃음) 전용준 캐스터, 김정민 해설 사이에서 제 역할만 하면 되거든요. 리마스터 출시 이후 제가 알고 있던 게임 양상과 많이 바뀌었지만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건 안 하더라도 리마스터로 대회가 열리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보이스팩 작업은) 재미있고 뿌듯했습니다.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주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어요.

Q, 한국 e스포츠 1세대 해설자로서 오랜 시간 활동했습니다. 본인이 일궈낸 행동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거 같습니다.
A, 한국 e스포츠가 태동할 때 거기에 있었던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예를 들어 원시 바닷속 자기 증식을 하는 유기체가 생겨난 그 순간에 내가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지재권 분쟁, 승부조작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일 때문에 환멸도 느끼긴 했지만 어쨌든 간에 e스포츠는 생겨난 이후 단 한 번도 뒷걸음치지 않고 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이지만 기여한 거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e스포츠는 잘 될 거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창창하게 뻗어갈 거니까 내가 e스포츠 팬이고 좋아한다는 거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 웹툰 '마법스크롤 상인 지오'가 게임으로도 나왔으니 많이 봐줬으면 합니다.(웃음)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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