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에서 17승 1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T1은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서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규시즌의 T1은 '케리아' 류민석의 다양한 원거리 서포터를 중심으로 라인전부터 압박을 가해서 초반부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서 T1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경기를 플레이하고 있다. 실제로 정규시즌 평균 경기 시간이 30분으로 가장 짧았던 T1은 플레이오프에선 38분으로 가장 긴 평균 경기 시간을 기록 중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보단 안전하게 상대를 밀어내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메타에 따라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을 맡을 선수가 이민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민형은 정규시즌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원거리 딜러였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엔 기상천외한 픽으로 라인전을 주도하는 류민석이나 정글에서 게임을 조율해간 '오너' 문현준에게 주역을 양보한 적이 많다. 실제로 POG(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포인트에서도 이민형은 300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민형이 돋보이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이민형은 또 스마트한 원거리 딜러기도 하다. 단순히 본인의 생존 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팀의 상황을 보며 경기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T1과 kt 롤스터의 5세트 마지막 한타에서 '돌풍'을 활용해 류민석의 진입각을 만들어낸 장면은 교전 구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플레이다. 그 외에도 류민석이 없는 상황에서도 있는 척 연기하며 움직일 상황을 벌어주는 역할 또한 잘 수행한다.
롤 씬에서는 '5명이 모두 캐리할 수 있는 팀이 진짜 강팀'이라는 말이 있다. 수 년 전 '뱅' 배준식이 T1(당시에는 SK텔레콤 T1)에서 그랬듯, 자신의 무대가 오자 캐리를 거듭하는 지금의 이민형은 T1의 강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일 것이다. "결승전에서 바텀 캐리로 이기겠다"고 선언한 이민형이 본인의 말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결승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허탁 수습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