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의 메타가 장기전으로 바뀌면서 드래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경기 시간은 2분이 넘게 길어졌고, 장로 드래곤을 두고 벌어지는 교전이 팀의 승패를 바꾸는 장면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젠지의 드래곤 지표는 젠지가 풀어야할 숙제다. 정규 시즌에서 경기당 2.81개의 드래곤을 얻었던 젠지는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1.63개의 드래곤을 가져가는데 그쳤다. 이는 경기당 3개가 넘는 드래곤을 가져간 T1, kt는 물론 본인들이 잡아낸 한화생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젠지가 드래곤을 마냥 내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팀적인 전략 역시 숨어있다. 실제로 젠지는 T1전에서 연달아 드래곤을 내줬음에도 탑이나 미드에서 라인 이득이나 킬을 챙기면서 골드를 따라가거나 오히려 앞서가기도 했다. 또 초반에 전령을 드래곤보다 선호하는 성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젠지는 살아남은 세 팀 중 경기 당 전령 획득 개수가 1.38개로 가장 높다.
결국 젠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은 드래곤 관리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바텀 라인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한화생명과의 경기에서 기세를 올렸던 '페이즈' 김수환과 '딜라이트' 유환중은 T1과의 승자전에선 라인전 단계에서 킬과 주도권을 내주며 고전했다. 특히 오브젝트 사냥과 초반 주도권에 강점이 있는 올라프를 정글로 기용하고도 첫 드래곤을 내준 T1과의 4세트 같은 경우, 바텀 주도권이 드래곤을 내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 외에도 팀적인 콜과 전략 역시 물론 중요하다. 긍정적인 것은 '피넛' 한왕호의 존재다. 리그에서 손 꼽히는 베테랑인 한왕호가 오브젝트 관리의 핵심인 정글러를 맡고 있다는 것은, 젠지의 숙제 역시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연속 우승을 꿈꾸는 젠지가 결승행 티켓을 위한 과제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수습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