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에서 T1을 상대한 젠지의 밴픽은 '고밸류 조합'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세트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보다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챔피언들을 골랐다. 1, 2세트 연속으로 등장한 그라가스와 오공이 대표적인 예다. 제이스 같은 원거리 챔피언을 상대로 그라가스는 라인전 단계에서 강하게 압박 받지만, 후반 플레이메이킹에서 강점을 가진다. 오공 역시 비에고 같은 정글러보다 정글링 속도나 갱킹에서 초반에는 밀리나 후반 한타에서는 활약하기 좋다. 실제 경기에서도 '도란' 최현준의 그라가스와 '피넛' 한왕호의 오공은 교전마다 궁극기로 대박을 터뜨리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가장 빛났던 것은 4세트 밴픽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딜라이트' 유환중에게 쥐어준 룰루 픽이 빛났다. 상대가 리신과 아리를 가져가면서 돌진 조합을 구성했는데, '변이'를 활용해 돌진한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룰루를 고르며 완벽하게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의 강점 역시 살렸다. 5픽에서 트리스타나까지 추가하면서, 룰루가 두 원딜을 보좌하고 탱커 탑-정글이 앞라인을 서는 '투 원딜 조합'이 완성됐다. 룰루라는 챔피언이 최근 주로 제리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징크스가 등장한 예상 외의 상황에서 꺼내 조합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결국 승부를 가른 요소 중 하나는 메타에 잘 맞는 밴픽과, 시즌부터 이것을 훈련시킨 감독이다. '위대한 정글러'에서 세 번의 시즌 중 두 번을 우승한 걸출한 감독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고동빈 감독이 결승에서 빛났던 이유가 아닐까.
허탁 수습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