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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이야기] e스포츠, 팬 없이는 '그들만의 게임'일 뿐

[강윤식의 e런 이야기] e스포츠, 팬 없이는 '그들만의 게임'일 뿐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스프링 개막을 앞두고 경기 후 현장 팬 미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후 현장 팬 미팅은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시절부터 이어져 온 e스포츠의 전통적인 문화였다. 이런 문화를 당분간은 볼 수 없게 되자 팬들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LCK는 빠르게 입장을 발표했다. LCK는 "선수들과 팬들이 서로 안전하고 쾌적하게 팬 미팅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라는 설명과 함께 "경기 후 롤파크에서 진행되던 팀 별 대면 팬 미팅은 중단되지만, 팬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각 팀과 리그 차원에서 강구 중에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당장의 뚜렷한 대안 없이 팬과 선수들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급작스럽게 앗아갔단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은 두말할 것 없이 팬이다. 팬이 있기에 프로 스포츠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순간을 갑자기 사라지게 한 이번 선택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리그 차원에서 약속한 '팬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퇴근길 만남'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 스포츠 리그에서는 팬들이 경기 후 팀 버스를 타러 가는 선수들을 기다리다가 사인 요청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성 스포츠 리그에서는 하는 것처럼 펜스 등을 설치해 경기 후 퇴근하는 선수들의 안전을 확보한다면 LCK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선수와 팬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꼭 특정 공간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마주 앉아 곡진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팬 서비스는 아니다. 잠시 스치듯 지나가며 소통하는 순간조차도 팬들에게는 큰 추억이 되고 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공간 부족이 문제라면 다른 시설을 줄이고서라도 팬 미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LCK가 정말 팬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1990년대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던 연세대학교 농구부를 이끌던 최희암 감독은 당시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스포츠에서 팬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말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는 한다.

스포츠에서 팬들의 응원에는 대가가 없다. 생판 모르는 누군가의 경기를 보면서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하는 팬들의 사랑과 열정이 당연하게 생각돼서는 안 된다. 그런 팬들에게 '현장'에서 이뤄지는 팬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보상이다. 하루빨리 LCK에서 다시 팬들과 선수들이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라본다.

팬 없는 e스포츠는 그들만의 게임일 뿐이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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