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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맨으로 돌아온 황제 '첫 외출' 동행 취재기③

오후 6시가 다 돼서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를 마친 뒤라 허기가 졌는지 조용히 저녁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임요환은 냉장고에서 빵과 우유를 챙겨들고 숙소를 빠져 나왔다. 7시부터 진행되는 SK 나이츠와 울산 모비스의 농구 경기에 시구자로 초청됐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이날 농구장에 100여 명의 팬들도 함께 초청했다.

◆문경은과 동일시
농구장에 들어선 임요환은 경기장 안내직원의 인도를 받으며 1층 지정석으로 갔다. 시구자 유의사항을 듣고 농구 유니폼을 입은 뒤 한참이나 SK나이츠 선수들이 몸을 푸는 장면을 지켜봤다. 임요환이 가장 좋아하는 농구 선수는 문경은이란다.

1971년생으로 올해 39살이 된 문경은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스럽다고. 몸과 마음 모두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아 호감이 간다고. 임요환도 역시 스스로를 다잡고 언제까지나 현역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는 의지를 문경은에게 투영하고 있었다.


◆두 번의 실수 끝에 골인
농구 경기가 시작되고 임요환은 시구로 덩키로부터 패스를 받아 레이업 슛을 했다. 두 차례 실패하고 세번째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멋쩍은듯 연신 미소를 띄더니 레이업보다는 게임하는 것이 훨씬 쉽다며 혀를 내둘렀다.


1쿼터가 끝난 뒤 임요환의 아버지 임병태 씨가 경기장에 합석했다. 아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오는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지내느냐" 등으로 안부를 주고 받은 뒤 전반전을 마치고 헤어졌다. 임요환이 3층 팬들의 곁으로 떠나자 임 씨는 "난 조금 있으면 가겠다"고 말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팬사인회를 마칠 때까지 곁을 지켰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임요환은 1층 지정석에서 일어나 3층에 마련된 팬좌석으로 옮겼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동하는 와중에도 팬들이 달려와 사인을 받아갔고 사진을 찍어 갔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여성팬은 기차 시간이 다 돼 어쩔 수 없다며 사인만 받고 후다닥 뛰어가기도. 한 꼬마 팬은 임요환을 만져보고 친구들에게 "난 만져봤다"라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농구 선수 이상의 인기
임요환의 등장으로 관중석은 더욱 뜨거워졌다. 농구 선수 이상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경기 중 농구단 응원단장이 임요환의 팬들 앞에 와 응원을 독려했지만 농구가 낯선 팬들이 쉽게 응원에 동참하지는 못했다. 2차 연장까지 진행된 뒤 경기는 SK나이츠가 승리했다. 두 번 놓친 임요환의 레이업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임요환은 "그래도 SK가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농구를 뛰고 있는 선수들 중 상당수가 임요환보다 동생이라는 말에 임요환과 함께 한 e스포츠 역사의 무게도 느껴졌다.

임요환은 이후 지정된 테이블 석으로 자리를 옮겨 마우스패드와 사인지 등에 정성들여 사인을 해줬다. 사인을 받은 팬들에게선 동경과 감동의 눈빛이 느껴졌다. 이것을 끝으로 임요환의 7일 일정은 모두 끝났다.


◆프로게이머로 돌아오다
하지만 이것은 '스타' 임요환의 일정만 끝났을 뿐이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임요환은 다시 연습실로 복귀해 남은 연습을 마쳤다고 한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일정은 끝이 없다.

임요환은 스스로 적어도 30대 중반까지는 현역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공군 에이스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실력을 SK텔레콤에 복귀해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황제'가 다시 왕좌에 오르는 날도 머지 않았다면 너무 앞서간 것일까. 임요환이 이날 힘든 일정 속에서도 보여준 프로 근성 속에서 황제의 재림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글, 사진=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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