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열은 28일 오후 5시부터 MBC를 통해 방영된 ‘스친소’에서 인하대학교 선배인 개그맨 이혁재의 동생으로 나왔다. 머리에 해바라기 꽃을 달고 나온 이윤열은 이혁재와 함께 ‘머린 놀이’를 하며 녹화장 인근 한 커피숍을 지나오는 미션을 받았고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장기자랑을 펼치는 코너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나름대로 소화한 ‘로봇 춤’으로 호감을 끌었다. 소녀시대 유리와 수영에게 “유리로 만든 수영장에서 보고 싶다“는 표현으로 기지를 발휘한 이윤열은 이혁재와 함께 유리, 수영과 포켓볼을 치는 장면으로 첫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마쳤다.
‘스친소’에서 이윤열을 소개하는 자막에는 프로게임계의 전설, 16만 명의 팬클럽 정도가 계속 노출됐을 뿐 e스포츠라는 용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윤열의 입으로 e스포츠를 알리는 장면도 없었다. 임요환이 2006년 KBS ‘파워 인터뷰’에서 e스포츠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설명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설파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달랐기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윤열이 ‘항변’했으면 좋을 뻔했다는 장면이 ‘스친소’에서 연출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붐이 자신에 대해, 그리고 e스포츠에 대해 폄훼하는 장면에서 이윤열이 바로 잡았다면 그 한 장면으로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붐은 ‘스친소’에서 이윤열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이혁재의 설명에 ‘PC방 비만 3억원’, 이윤열의 하얀 치아에 대해 ‘라미네이트한 거죠?’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붐은 또 “지금 출전하고 있는 리그가 있죠? 16강에서 떨어질 겁니다”라고 말한 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곧바로 “8강까지는 갈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스친소’의 게시판에는 붐이 이윤열에게 행한 ‘악행’에 대한 글로 넘쳐나고 있다. 28일 방송 이후 4000여 건의 글이 게재되며 붐을 성토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붐이 이윤열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만 계속했다”며 “사과하라”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 쯤되면 이윤열의 ‘스친소’ 출연 전반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윤열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은 범위 안에 있었다. 연예인들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처럼 개인기를 준비하기 어려운 프로게이머가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색한 춤을 추고 어눌한 말투로 구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윤열은 “연습을 마친 뒤 시간을 쪼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좋다. 이윤열은 노력을 통해 로봇춤을 췄고 연예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소녀시대로부터 인상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붐이 말한 세 번째 지적은 이윤열이나 소속팀인 위메이드 뿐만 아니라 e스포츠계 전체가 마음에 새기고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시즌이 진행중일 때에는 시즌에 집중한다. 당장 경기가 눈 앞에 닥쳤는데홍보를 위해서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선다는 점은 어불성설이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가장 좋은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적인 홍보는 시즌이 끝난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이나 ‘1박2일’에 나선 필라델피아 필리스 박찬호처럼.
이윤열은 ‘스친소’ 녹화 이후 진행된 로스트사가 MSL에서 8강에 오르면서 방송 녹화 이후 성적이 떨어진다는 비난은 면했다. 1일 열린 웅진 스타즈와의 경기에서도 1승1패를 기록하며 평균 이상 성적을 올렸다.
방송 자막에 나온 것처럼 이윤열이 진정한 ‘e스포츠의 전설’로 남기 위해서는 현업에 더 집중하고 임한 자리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이윤열이 ‘스친소’에서의 어색한 모습을 넘어 ‘파워 인터뷰’와 같은 집중 조명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진정한 e스포츠의 홍보대사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