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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수(長壽)

[[img1 ]]감독들에게 ‘좋은’ 선수란 어떤 선수일까. 최근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MBC게임 히어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나에게 좋은 선수는 하루에 2승을 챙겨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팀들은 이런 선수를 한 명쯤 갖고 있다. 화승 이제동, SK텔레콤 김택용, 하이트 신상문, KTF 이영호 등 승률이 80%에 육박하는 ‘괴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괴물’은 팀의 대표 선수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배 같은 선수는 하루 2승은 아니더라도 두 경기에 출전해서 1승 이상 해주는 선수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평균’을 강조했다. 염보성, 이재호, 박지호, 김동현, 김재훈 등 우리 팀의 주전 선수들에게 각각 다른 목표치를 주면서도 승률 5할 이상을 기대했다. 한 선수에게 의존하기 보다 팀 전체가 5할 이상을 거두는 평균을 유지한다면 팀 성적도 5할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MBC게임 히어로의 올 시즌 성적은 5할이 되지 않는다. 개인 성적을 봐도 5할을 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5할을 강조한 이유는 이 정도의 평균을 유지해야만 ‘오래도록’ 주전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보다 역사가 오래된 야구계에서는 주전들에게 원하는 평균이 우리보다 낮다. 한 명의 투수에게 매 시즌 20승을 거두라고 원하는 팀도 없고 매년 50개 이상의 홈런을 치라고 주문하지도 않는다.
야구단이 진정 원하는 것은 9명의 구성원에 들면서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고, 리더로 성장하며, 훗날 고참으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오래도록 활약한 칼 립켄 주니어 같은 플레이어나 삼성에서 뛰고 있는 양준혁과 같은 선수가 모범 사례라 하겠다.

두 사람의 ‘장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칼 립켄 주니어는 21년의 선수 생활 동안 2632 연속경기 출장하면서 하루도 빠짐 없이 팬들을 만났다. 432 홈런, 1695 타점, 19 차례 올스타 등 야구계의 획을 그었다. 양준혁도 17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얼마전 341호 홈런을 치면서 장종훈이 갖고 있던 한국 야구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역사가 짧은 e스포츠계에서는 반짝 스타가 많다. 개인리그에서 한 번 우승하고 나서 주춤한 선수들이 많기에 ‘우승자 징크스’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프로리그에서도 3~4년 동안 꾸준히 엔트리에 드는 선수는 많지 않다.

단명 현상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고 체계적인 학원 스포츠를 통해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또 군대가 갖고 있는 심리적인 압박이나 반영구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할 수 없는 기업들의 한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변화 가능성 등 여러가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하나둘 제거되면서 안정적인 직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에게도 칼 립켄 주니어나 양준혁처럼 오래도록 선수 생활을 영위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SK텔레콤 임요환이 30대 프로게이머로서 첫 걸음을 뗐다.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MBC게임 히어로의 감독이라는 자리를 차치하고 e스포츠에 종사하고, 사랑하는 한 명으로서 임요환의 도전 정신이 프로게이머들 사이에 귀감이 되길 바란다.

한 때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면서 시대를 풍미했다는, 1~2년의 전설로 남는 선수는 원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업계에 종사하면서 선수로 이름을 날리는 플레이어가 배출되길 바란다. 개인리그 우승이나 프로리그 MVP를 바라지도 않는다. 평균을 유지하면서 팀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오래 살아남는 선수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신인보다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양준혁은 장종훈의 홈런 기록을 깬 뒤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제나 신인 같은 마음으로 야구한다”고.

김혁섭 MBC게임 히어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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