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올바른 호칭과 존칭이 사용되어야
SK텔레콤 T1에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코칭 스태프를 새로 구성하면서 첫 번째로 부탁한 내용은 호칭과 관련한 주문이었다. 전 시즌까지 선수로 뛰다가 코치가 된 박용욱, 최연성 코치와 함께 일을 하려고 보니 선수들이 이들을 부르는 단어가 대부분 ‘형’이었다.
SK텔레콤 T1이라는 팀을 이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에 선수들에게 하루 빨리 개선하라고 강요했고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다. 호칭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가장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상호간의 벽이 되는 호칭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2년전부터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진행되는 피라미드 형식의 존칭을 두세 단계로 줄여 매니저와 팀장으로 단순 구분해 운영하고 있고, CJ 그룹은 직책을 부르지 않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내 권위주의를 버리고 인격체 중심의 대화의 창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 팀이 호칭을 강조하는 사례를 보며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는 역발상이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게임단에서 선수들에게 코치를 코치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요구는 상대를 존중하자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코치를 ‘형’이라 부르는 일은 코치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일에 대한 존중이 없는 처사다. 코치를 코치라 부르는 일은 권위주의에 입각한 호칭 강요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업무에 대한 예의에 입각한 요청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예의는 프로게이머들을 대하는 팬들에 대한 요청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프로게이머가 공부하기 싫고 게임만 좋아하는 마니아라 여기고 제대로 학제를 마치지도 않은 나이 어린 사람이 쉽게 돈 벌 수 있는 분야에 들어온 사람들로 생각하며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판단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각종 게시판에서는 경기에 지거나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상대로 비인격적인 처사를 일삼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선수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일은 기본이고 욕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반말은 기본이다. 비난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호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별명으로 부르며 악성 글을 쓴다.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하나의 직업인 것처럼 프로게이머도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전문인이다. 전문인이 제 분야에서 제 일을 못하면-성적을 내지 못하면-비판을 받는 일은 당연하다. 정당한 비판은 전문인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비난과 욕설은 인격을 도외시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호칭은 정당한 비판을 위한 첫 걸음이다. TV나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상대의 이름을 부르면서 언쟁을 벌인다. 직책을 깎아 내리거나 이름을 바꿔 부르는 일은 절대 없다. 의견이 다르지만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의 인격만큼은 존중한다는 뜻이다.
프로게이머에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e스포츠의 역사가 길지 않고, 스포츠로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기도 했지만 성숙한 e스포츠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존중의 표시인 호칭부터 하나씩 갖춰가야 하지 않을까.
SK텔레콤 T1 박용운 감독




















